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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 앤 ㅣ 특서 청소년문학 10
고정욱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월
평점 :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을 보면 무채색이 많다. 자신만의 색을 잃어버리고 점점 획일화되는 사고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난 너무 해보고 싶은 게 많아."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이려나...
엘라를 키우며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자신만의 색을 찾고 그 색을 지켜가며 자라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항상 이야기하고 언제나 응원한다고 말해주곤 한다.
그러기에 어릴때부터 책 한권이라도 고정관념이 기저에 깔린 책이나 과거 남여의 성역할을 구분 지어버린 책은 최대한 멀리하려 하고 있다. 아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난 여자니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난 한명의 소중한 사람이니' 라고 생각하길 바래서다.
[빡빡머리 앤] 책표지부터 시선을 확 끈다.
빡빡머리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이 공부한다고 밀었던 머리? 남자들만의 것! 여자인 나조차도 이런 생각이 든다. 여자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여잔 머리가 짧아선 안된다 생각하고 짧게 자른 여자를 보면 부럽기도 신기하기도 한게 사실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에 의해 표지의 사진 한장으로도 많은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다.
[빡빡머리 앤]는 '특서 청소년문학' 열 번째 이야기로 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여섯 작가들이 최근 사회. 문화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페미니즘'에 대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낸 책이다. [까칠한 재석이]로 익히 알고 있는 고정욱 작가를 비롯해 청소년문학 대표 작가, 교과서 수록 작가들이 그들만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평등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 올바른 성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페미니즘이라하면 자칫 남성을 싫어하는 배타적인 조금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진정한 성평등을 말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콕 집어 이야기하고 있다. 어설픈 성가치관으로 미투가 종종 발생하는 작금의 현실에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내면이 조금이나마 단단해졌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빡빡머리 앤>에서 조앤은 축구를 좋아하는 여학생이다. 아버지의 반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남자들만의 운동이라 치부된 반별 대항에서 조앤의 활약으로 2반은 처음으로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처음엔 조앤이 여자라서 함께 할 수 없으며 그의 실력까지도 폄하하지만 다음 날 머리를 빡빡 밀고 학교에 나타난 조앤의 당당함에 아이들은 비로소 조앤의 굳은 의지를 응원하게 된다. 조앤은 이 일을 계기로 비로서 진정한 '나' 를 찾아가는 길을 떠난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언니가 죽었다>는 읽으며 뭔가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함을 느꼈다. 여자로 태어났기에 그것이 마치 큰 약점인 듯 죄인 듯 그렇게 커왔던 시간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늘 나의 귀가 시간에 엄격했으며, 남녀간의 교제에 있어서도 꽤나 보수적이었다. 혹여 문제?가 생기면 여지없이 여자만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팽배했기에.... 그리 컸던 나도 딸을 낳았는데, 사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과연 나는 얼마나 물러서서 딸아이를 지켜보며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오랜 시간 고착되어 온 수직적 관계가 수평의 관계가 되기까진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 완전한 수평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간 얼마나 잔인한 시간을 보내왔는지 우리 모두 인정하는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미투의 가해자가 요즘은 비단 남성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남성이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 세상이 빨리 왔음 하는 바램이 드는 이야기였다.
<파예할리> 는 모범생인 오빠와 달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향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적극적인 해미를 그리고 있다.

<분장>에선 의사로 상징되는 사회적 괴물한테 성추행을 당한 뒤 2차 피해가 두려워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두 여학생의 안타까운 시간을 그렸다. 잔뜩 웅크린채 그늘속에 너희의 아픈 마음을 감추지 않았음 좋겠다고 너희 잘못이 아님을 꼭 말해주고 싶다.

<넌 괜찮니?>는 얼마전 진짜 발생했던 유명 연예인 교수의 이야기와 유사한 내용의 글이다. 교수인 아빠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성폭행 한 사건을 모든 사람이 알게되는 과정에서 딸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죄는 아빠가 지었지 딸이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니 힘들어 할 필요가 없다는 굉장히 심플한 위로를 주변인들이 한다. 우린 종종 이런 경우 그 가족 모두를 죄인 취급하는데 자녀는 아무런 죄가 없음을 절대 잊어선 안될 것이다. 아마도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그 가족일 것이다.
여섯 편 모두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멋지기만 하다. 현실이 녹록치만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에 한 번도 꿈궈보지 못한 꿈들을 꾸고 다가올 미래에 쟁취해 나아갈 수 있는 자신만의 색을 가진 여성으로 커가기를 바란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남녀 성별 차이를 존중하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그런 사회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결국 페미니즘이란 '나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성', '남성'에 갇히지 않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는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저마다의 '나'를 찾길 바래본다.
<특별한서재로 부터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