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출발하는 롤러코스터 옆의 진행요원처럼, 얀 마텔은 책을 읽기 시작할 독자들을 친절히 맞이하고 배웅한다. 나의 철학, 나의 고민, 나의 생각의 진수에 온 걸 환영해. 재밌게 즐기고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

작가 얀 마텔이 <파이 이야기>를 쓸 때부터 구상했다는 이 책 속엔 평소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주제인 '신과 믿음', '삶과 죽음', '종교'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나도 즐겨 생각하는 주제이기에 호기심이 일었으나, 이 책은 그리 쉽게 의미를 내어주지 않는다.

롤러코스터를 처음 타면 무섭기만 무섭고 안전바만 꽉 쥔 채 다시 돌아오게 된다. 여러 번 타야 높은 곳에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안전바를 놓고 소리를 지를 용기도 생긴다. 이 책도 그랬다. 처음엔 형용사로만 느껴지던 감상이 책을 한 번 다시 읽을 때마다 명사와 동사를 가지고 온전한 문장이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쉬운 책은 분명 아니다. 사실 '답'이 없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이고, 어느 이야기건 한 가지 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 완벽히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나 자책은 버리기로 했다. 지금 내가 온전히 느끼고 이해하는 것.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다른 듯 연결되는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인간의 시련과 고통 속 믿음에 대해 다루고, 2부에서는 믿음을 전하는 방식, 고통과 행복을 간직하는 방식에 대해 다루고 3부에서는 무엇을 믿는가에 대해 다룬다.

 

한 세기에 걸쳐 한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이 떠오르기도 하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 속에 만두소처럼 넣는다는 점에서 톨스토이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읽을 수록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얀 마텔은 책은 자동차 여행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여행은 정말 재미있는 자동차 여행이었고, 다시 하고 싶은 여행이기도 했다.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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