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밤 주우러 가자!
이호철 글/이재관 그림/고인돌 펴냄
출판사 고인돌에서 펴낸 <알밤 주우러 가자!>는 초등 저학년 대상 동화이지만 책 내용을 읽고나면 사실 어린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추억에 젖고 말았네요. 그땐 시골에서 살며 놀수 있는것이라곤 자연 밖에 없고 먹을 수 있는 간식이라곤 자연에서 온 것 뿐이라 생활이 시시하고 재미없고, 먹을거리 또한 변변찮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절을 지나와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고 그보다 더 몸에 좋은 간식거리가 없단 생각이 듭니다. 그럼과 동시에 우리 아이들을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키우지 못하는 점이 애석하고 오염된 먹거리를 먹여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해져옴을 느끼네요. 그런 의미에서 <알밤 주우러 가자!>는 어린 시절을 제대로 추억하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이 책 외에도 사계절 동화 봄 동화 -온 산에 참꽃이다 , 여름 동화-늑대할배 산밭 참외 서리, 겨울 동화- 산토끼 등이 있다고 하니 모두 읽어볼 생각입니다.
<알밤 주우러 가자!>는 총 3편의 단편 동화로 구성되어 있어요. 1. 알밤 주우러 가자!, 2. 미꾸라지 잡기, 3.구수한 찐쌀 등 너무 재미있고 구수한 동화들이에요. 사실 요즘 도시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테지만 전혀 새로운 세상을 배워보는 재미를 줄것은 분명합니다. 그림 또한 어릴때 교과서에 나옴직한 그림이라 참 익숙한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놀이중 다툼이 일어나 치고박고 싸우는 그림, 마당에 나온 닭이 말리기 위해 펼쳐놓은 쌀을 쪼아먹고 또 그 닭을 쫒는 아이의 모습, 알밤을 서로 줍겠다고 아우성인 모습, 엄마와 함께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모습 등. 모두 어린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아련한 그림들입니다.
첫번째 이야기 <알밤 주우러 가자!>는 가을이 되면 익는 대표적인 과일중 한가지인 알밤주우러 가는 놀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산이나 논, 동네 언저리에 있는 밤나무에는 알밤이 붉게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주인공 호철이는 친구들과 동네 이곳저곳으로 알밤을 주우러 다닙니다. 동네 아는 아저씨 밤나무에서 줍기도 하고 또 이웃 동네 모르는 아저씨 산에서 밥을 줍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떨어진 알밤을 줍기도 하고 송이째 떨어진 밤을 까다가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얼른 주우려고 달려가다 쭉 미끄러져 밤송이 위에 엉덩방아를 찧기도 합니다. 논에 들어가서 밤을 줍다가 쭉 미끄러져서 벼를 쓰러뜨리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어른들께 혼도 많이 나고 또 친구들간에 서로 더 가지겠다고 싸움도 합니다.
하지만 호철이를 비롯 친구들은 가을만 되면 알밤줍기에 여념이 없는데요 이때 친구들간에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화들을 실감나게 잘 풀어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미꾸라지 잡기>는 가을이 되어 벼가 여물고 그 벼를 수확하고 나면 물을 가두어 두었던 논두렁엔 미꾸라지들이 삽니다. 그 미꾸라지를 엄마나 아빠, 어른들과 함께 잡으러 가는 일도 무척 재미있는 일인데요 주인공 호철이는 엄마와 함께 열심히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먹는 이야기를 풀어냈는데요 이 이야기 또한 참 재미있습니다.
세번째 이야기 <구수한 찐쌀>. 가을되어 벼가 여물기 전에 베어낸 쌀을 쪄서 말린 쌀을 그냥 먹으면 무척 고소하고 맛있는데요 이런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까지 실려있어서 정말 감동스러웠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찐쌀을 월계쌀이라고 불렀던것같은데 먹어보면 무슨 쌀이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커가면서 찐쌀은 제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갔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세가지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매우 독특한 간접경험이 되겠지만 어린시절 실제 경험을 해보았던 어른들에겐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해주는 따스한 책입니다. 초등 저학년들과 그의 부모님들께서 꼭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린 시절을 실감나게 추억하게 해주신 이호철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과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