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8일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박영석대장이 실종되었다는 비보를 듣고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후 뉴스에서 그의 생존 소식이 들려오기를 애타게 기다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실종된 상태로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의 생존소식을 기다리며 저는 가슴속에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왜 그들은 그토록 위험한 산행을, 목숨을 건 산행을 하는것일까?'하고요. 그런데 출판사 해냄에서 펴낸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을 읽고 제가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을 어느정도 얻은 느낌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산사람이라고 불리워지는 이들)이 왜 목숨을 건 산행을 하는지 조금이라도 이유를 알 수 있을것 같네요.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는 책은 김영도, 故 박영석, 라인홀트 메스너, 조 심슨등 일명 산사람이라고 불리워지는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어찌보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산이야기지요. 그만큼 산에 관한 관심이 깊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전 저는 일반인의 등산예산론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감히 해보았답니다. 하지만 책의 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기며 제 추측은 빗나갔다는 사실을 알았고 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산악인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심취해서 읽었습니다. 물론 전문 산악인들이 쓰는 산악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해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전에 알지 못한 부분을 알아간다는 점에 상당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이 책에는 다양한 장르의 산서가 나옵니다. 사실 산서는 몇몇 산악인들의 전유물로만 인식되었었죠. 그래서 접해볼 일이 전혀 없었지만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산서는 인간의 모험과 도전, 자기인식의 극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낯설기만했던 산서를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김선미는 두 딸의 엄마가 된 뒤 비로소 암벽등반을 배우려고 코오롱 등산학교에 입학하면서 인수봉 너머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 인연으로 월간 《MOUNTAIN》 기자로 몇 년간 일했고 오랫동안 이 산 저 산 오르며 다양한 산사람들을 만나고 산에 대한 글을 읽고 쓰는 데 빠져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를 통해 자신이 산사람들에게 배운 인생의 지혜와 그가 읽었던 책들로부터 받은 따뜻한 위로를 이 책에 진솔하고 담백하게 담아냈습니다. 꼭 산을 좋아하는 매니아가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받아들일 만큼 뜻깊은 메세지가 많았습니다.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산서에 대한 비평등을 담은 여러가지 장르가 혼합된 책으로써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네요. 산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이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들어있습니다. 다음은 이 책을 읽으며 가슴에 와 닿았던 한 귀절을 인용해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산포라 해도 모든 조난자를 구하지는 못한다. 그의 등에 업힌 채로도 숨이 끊어지기도 하고 조난자가 이미 백골이 되었거나 눈 속에 파묻혀 꽁꽁 얼어버린 채로 산포를 만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산포가 사람을 구해내는 데서, 현실감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구조 활동보다 그가 죽음에 대처하는 방식에 감동받았다. 그는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조난자를 만나는 순간 늘 같은 말을 건넨다. "괜찮아요. 잘 견뎠어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사람들은 겁에 질린 채로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미안합니다"를 연발한다. 그럴수록 산포는 따뜻하게 웃으면서 격려하고 오히려 고맙다고 말한다. 이미 오래전에 숨이 끊어진 채로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만 기다리고 있던 시신 앞에서는 , 정성껏 염을 하고는 조난자의 몸을 어루만지며 위로한다. 이때도 역시 "괜찮아요 잘 견뎠어요"라고..
산포는 조난자가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가 생명 의지에 대한 무한한 존경의 마음으로 죽은 이를 애도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