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그리는 아이
염은비 글.그림/ 정글짐북스 펴냄/양장제본
아이들은 100명이면 100명 모두 생김도 틀리고 성향과 생각, 행동도 다릅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존재감 제로'인 아이도 있지요. 하지만 모두 그 나름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정말 전혀 의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신체적 특징이라든지 기타의 이유로 남에게 존재감을 팍팍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경우는 아무리 친구들에게 존재감을 인식시키려해도 뚜렷한 인상이나 느낌을 주지 못해 그저 평범하게 뭍혀 지내는 아이들도 있지요. 학창시절 저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웠던것 같습니다. 생김새, 성격 모두 평범한 아이였기에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인기가 있었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조용하고 평범한 아이들도 가끔은 남들이 알아주는 아이로 친구들에게 인식되고 싶은 경우가 있지요. 뚜렷하게 예쁘거나, 친구들을 재밌게 해준다거나, 아님 공부를 월등히 잘해 가만히 있어도 친구들에게 존재감을 주는 아이...를 부러워 하는 아이들. 출판사 정글짐 북스에서 펴낸 <별명 그리는 아이>는 바로 이런 존재감 제로인 주인공 하나가 반 친구들의 별명을 그림으로 그려주며 자신도 역시 다른 친구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주며 자존감이 쑥쑥 자라 인기 있는 아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낸 책입니다.
<별명 그리는 아이>로 부천신인문학상을 받은 작가 염은비는 어린 시절 별명이 ‘염소똥’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름에서 기인한 별명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렇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염은비 작가가 처음으로 쓰고 그린 책이라고 해요. 그런만큼 그림과 글에서 뜨거운 열정과 노력이 느껴집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제가 별명 하나 없는 주인공 하나가 된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 참 재미있게 책을 읽었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도 이 책을 너무 좋아해 몇날 며칠을 이 책을 자신의 주변에 놓아두더군요. 좋아하는 책은 늘 주변에 놔두는게 아이의 습관인데 이 책은 어지간히 좋았던지 나중에 책이 안보이면 "별명책"이라며 찾더군요. 아이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또한번 느끼게 해주신 염은비 작가님께 감사 말씀과 함께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 책의 주인공 하나는 생김새도 평범하고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없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어느날 하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아이 앰 그라운드 놀이를 하게 됩니다. 놀이를 하던중 자기 별명을 대는 순서에서 하나는 별명을 대지 못하고 등을 두들겨맞는 벌칙을 받게 됩니다. 하나는 별명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친구들은 독특한 신체적인 특징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인해 다들 재미있는 별명이 있었어요. 키가 큰 영철이는 ‘전봇대’, 딸기 캐릭터를 좋아하는 예림이는 ‘딸기 공주’, 말수가 적은 필립이는 ‘묵언 수행’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독특할것도 특별할것도 없는 하나만 별명이 없었어요. 하나는 자기만 별명이 없는 것이 존재감이 없어서인 것 같아 속이 상하지요. 고민끝에 하나는 스스로 ‘느림보’라는 별명을 짓습니다. 그런데 하나보다도 더 굼뜬 친구에게 그만 그 별명마저도 빼앗기고 말아요. 그러다 하나는 연습장에 친구들의 별명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려 봅니다. 별명을 그림으로 그린후 잠깐 화장실에 갔다 와 보니 친구들이 하나의 책상에 몰려 있어요. 친구들이 하나가 그린 별명 그림을 보고 키득키득 웃고 있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떠난 후 하나는 자신의 연습장에서 친구들이 그려준 자신의 별명을 보게 됩니다. 그동안 너무 평범해 별명 하나 없다고 생각해 왔던 하나인데 친구들의 생각은 달랐나봐요. 연습장 한 장 가득 친구들이 지어 준 별명이 적혀 있었거든요. 하나는 그중‘별명 박사’라는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후 하나는 친구들의 별명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별명박사가 되어 친구들에게 기쁨도 주고 자신 또한 자존감이 쑥쑥 자라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로 거듭납니다.
별명이 없는 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게 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네요.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표정이 얼마나 섬세하고 리얼한지 그림보는 재미가 큰 책입니다. 글도 재미있지만 그림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 페이지 한페이지 한참 들여다 보게 되네요. 웃는 표정, 찡그리는 표정, 고민하는 표정 등등...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의 표정이 어쩜그렇게 재미있고 실제감이 있는지. 책속 아이들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네요. 친구들 사이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네요. 그림도 글도 우리 아이들에게 편하면서 친근감 있게 다가갈 참 좋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