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 어슬렁 동네 관찰기
글.그림 이해정/웅진 주니어 펴냄/양장제본
남편과 저는 매주 토요일 밤이 되면 두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한바퀴 돕니다. 밤이 내려 앉은 동네는 낮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식당이 즐비한 먹자골목을 지날때면 삼삼오오 짝지어 술한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도 있구요 재래시장이 있는곳을 지날때면 막바지 떨이를 외치고 있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우리도 뭐 필요한 것이 없나 기웃거려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네 골목에 세워져 있는 많은 차들의 품평회를 하기도 하고 각각 개성있게 지어진 집에 대한 품평회도 하지요. 그 맛을 모르는 이들은 밤시간에 뭐하러 동네를 어슬렁 거리나 하겠지만 품평회하는 재미를 알게되면 여유시간이 많은 토요일 밤이 되면 자동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재미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또 가끔은 우리가 살지 않은 다른 동네를 돌아다니며 동네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도 느껴보는데요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는 아는 사람만 아는 즐거움이지요.
출판사 웅진주닝에서 행복한 관찰 그림책 시리즈 첫 번째로 <어슬렁 어슬렁 동네 관찰기>란 책을 펴냈어요. 이 책은 작가 이해정씨가 자신이 사는 동네를 말그대로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며 동네 주민들이 사는 모습을 섬세하고 재미있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아파트만 즐비한 동네에 산다면 결코 담아낼 수 없는 보물같은 책이지요. 이 책엔 우리 동네 사람들의 정겹고 살가운 모습들이 담겨있어 특히 정서가 매마라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

작가는 깨끗하고 반듯반듯한 거리보다 오래된 골목길이 더 재미있어서 마음먹고 동네 관찰기를 써보기로 했다고 책의 서문에 밝히고 있어요. 취향이 저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 책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이 된 동네는 붉은 벽돌집이 많은 서울에 흔하디 흔한 동네에요. 키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인 산동네지요. 지금은 계발이라는 명목하에 아파트들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는 추세라 이렇게 빨간 벽돌집이 모여있는 동네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지요. 이런 계발우선주의가 계속된다면 20년 30년 후면 이 책의 진가가 더욱 발휘될 수도 있겠다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께는 대단히 미아한 말이지만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래봅니다.

작가는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다른 사람들은 보이 못하거나 아니면 봤어도 무심히 지나쳤을 동네 모습을 아주 섬세하게 잘 담아냈어요. 그림 구석구석을 보다보니 책을 읽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더군요. 아이도 지금 우리가 사는 동네와 비슷한 그림책을 보며 강한 호기심을 드러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아파트지만 아파트 옆 동네는 그림책에 나온 동네와 흡사하거든요. 토요일밤마다 아빠 엄마 손을 잡고 함께 돌아다닌 동네 모습을 책에서 자세하게 보게되니 흥미로운가 봅니다.

작가는 각 집집의 대문모양, 계단모양, 할머니들의 꽃무늬 옷 모양등 다양한 모습의 풍경을 자세한 그림으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웃음을 금치 못하며 봤던 떡볶이집 메뉴별 량과 어묵을 먹는 다양한 방법. 작가의 재치와 유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이페이지를 보면 아이는 다음번에 자신이 사먹는 떡볶이도 아줌마가 몇개나 주는지 확인해봐야겠단 얘기를 하더군요.

골목길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들.


동네 사람들이 운동하는 다양한 모습 관찰기.

책의 마지막 부분에 '관찰을 하다보니, 우리 동네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어요'라고 말하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작가는 익숙하지 않은 동네 골목에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긴장되는 일이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관찰을 계속하다 보니 동네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기회를 만들어서 우리 아이들과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려보고 이야기를 풀어내보면 참 유익한 시간이 될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함께 너무 즐겁게 본 <어슬렁 어슬렁 동네 관찰기> 이해정 작가님께 고마움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