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남다른 개미
툴리오 코르다 글.그림/ 김현주 옮김/리틀씨앤톡 펴냄/양장제본
출판사 리틀씨앤톡에서 펴낸<조금 남다른 개미>의 작가는 조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에요. 이탈리아에 있는 제노바건축대학을 졸업하고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유화와 판화에 대한 열정으로 국제일러스트레이션학교 Stepan Zavrel에서 공부하며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유머와 아름다움을 잘 담아내고 있는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여러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해요. 제가 서평의 말머리에 먼저 작가의 이력을 얘기한것은 건축을 전공한 작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만들었다는 독특한 이력에 눈길이 갔기 때문입니다.
일개미 티나는 매일 일을 하러 갑니다. 다른 일개미들도 똑같이 매일 일을 하지요. 하지만 티나는 모두 똑같은 생김새를 하고,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지루했어요. 그래서 남들과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은 변화를 시도하죠. 어느날은 노란색티셔츠를 입어 봅니다. 하지만 티나가 남들과 다르게 입고 나타 그모습이 좋아보였던지 다른 일개미들도 모두 티나를 따라합니다. 그래서 티나는 붉은색 티셔츠로 갈아 입지요. 그런데 웬걸요. 다른 일개미들은 모두 또 티나를 따라합니다. 개성없음이 싫은 티나는 다시 또다른 시도를 합니다.... 스카프, 줄무늬 양말, 선글라스, 독특한 무늬의 모자.... 그런데 다른 일개미들이 모두 따라하는 바람에 개미굴 세상에선 대유행이 되지만 이런 현상이 티나에겐 전혀 즐거움을 주지 못하죠. 그러다 어느날 티나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야 맙니다. 여왕개미만이 쓸 수 있는 왕관을 쓰게 되지요. 사회의 암묵적인 약속을 어긴 티나는 호되게 한대 얻어 맞곤 얻어맞은 자리에 반창고를 붙혀요.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조금 남다른 개미> 는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똑같이 따라하고, 똑같은 삶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일개미들에 빚대어 표현한 그림책이에요. 개미들이 땅위를 줄을 지어 가는 모습을 보신적이 있나요? 또 개미굴속을 상상해보신적이 있나요? 일렬로 줄을 지어 왔다갔다 하며 일을 하는 단조로운 모습. 그 모습속에서 작가는 마치 우리 인간들도 별 생각없이, 별 의미없이 남들이 가니 똑같이 학교가고 남들이 일터에 가니 똑같이 일터로 가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개미들의 모습에서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몰개성과 자아존중감이 부족한것등을 절묘하게 표현하지요.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개성이 없이 그저 예뻐보이고 멋져보이니까 따라하는 일개미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세태를 읽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엔 계급을 상징하는 왕관을 쓰다 여왕개미에게 호되게 당하는 티나의 모습에 우리가 아무리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어떤 수준이 있음을 씁쓸하게 풍자하지요.
그림은 어두운 땅 속 길을 배경으로 똑같이 생긴 일개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중 티나에게만 눈이 있어요. 다른 일개미들에겐 눈이 그려져 있지 않지요. 다른 일개미에게 눈이 없음은 곧 개성(자신만의 생각)을 없음을 상징하는데 이 개성없음을 전달하려는 표현이 참 적절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한 그림이지만 작가만의 뛰어난 전달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TV에서 연예인이 입고나온 옷, 신발, 가방 등은 불티나게 팔려나가지요. 그러고 길거리에 나오면 너나 나나 할것없이 비슷한 가방, 비슷한 신발,,,, 심지어는 성형까지 유행이 있다 보니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얼굴이 다 거기서 거기...비슷해지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나타납니다. 이런 세태를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조금 남다른 개미>는 개성없이 남들과 똑같이 따라하는 일을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남과 다른 개성을 추구하고 똑같이 하는 일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