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
이세 히데코 글.그림/김소연 옮김/천개의 바람 펴냄/양장제본
좋은 책을 만나면 설레이죠.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하고 다 읽고 나면 오래도록 여운이 남습니다. 제게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라는 책이 그랬어요. 수채화풍의 멋진 그림과 실화를 바탕으로 씌여진 책은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1995년 1월 7일에 있었던 일본 간사이 지방 효고현 남부의 고베시와 한신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에 관한 이야기에요. 열세 살 때부터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한 작가는 실제 고베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에 참가해 연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이세 히데코는 1949년 삿포로에서 태어났고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공부했다고 합니다. <마키의 그림일기>로 노마아동문예상을 받았고, <수선월 4일>로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미술상,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로 고단샤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수상하는 등 저력 있는 작가입니다. 작품으로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나의 형 빈센트> <구름의 전람회>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등이 있습니다.
1998년 11월 29일 일본 고베 월드 기념홀. 4세 어린이부터 88세 노인까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첼리스트 1013명이 1013개의 첼로만으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이 기적의 연주는 누군가의 지시 없이 1013명의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최대규모의 콘서트지요. 천 명의 첼로 콘서트는 엄청난 피해를 기록한 1995년 고베대지진의 사망자를 추모하고 피해 복구를 지원하려는 뜻이 모여 열린것이죠. 나이와 지역을 초월해 스스로 모인 1013명의 첼리스트. 이 책을 읽으며 상상해보니 연주회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감동의 눈물과 전율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재앙 앞에 서로를 보듬고 다독이고자 했던 그들의 마음이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적 같은 음악회로 탄생된 것이죠. 이 책의 작가인 이세 히데코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모양을 한 악기, 인간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악기, 첼로. 첼로를 켜는 사람의 모습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를 껴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저자는 책에서 말합니다. 저도 한때 가야금을 배운적이 있는데요 스승님의 연주를 청해 듣고 있자면 악기의 음색에서 마치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목소리로 노래한다'라는 말에 동감하기에 그 글귀를 읽었을때 가슴이 뭉클 했지요.
다른 악기와 다르게 현악기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음색을 지녔죠. 특히 첼로는 현악기 중 가장 음역이 넓어 희노애락 등 인간의 정서를 풍부하게 표현해 낼 수 있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줍니다. 그말은 곧 악기의 소리로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죠. 지진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싶은 한 명의 첼리스트로 체험한 그 마음을 많은 이들과 나누려 이 그림책을 쓰고 그렸다고하네요.
이 책에 주요 등장인물은 세명이에요. 너무나 사랑했던 강아지를 잃은 한 소년, 그리고 고베대지진의 현장에 있었던 소녀와 할아버지. 그 소녀는 당장 사람을 보살피는 것만 해도 힘든 폐허 속에서 사랑하는 새들을 어쩔 수 없이 하늘로 날려 보내야 했고, 할아버지는 지진으로 평생을 함께 한 첼로도, 친구도 다 잃었지요. 상실의 아픔을 간직한 그들은 대지진 복구 지원 콘서트에 참가하고 함께 연습합니다.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소리를 닮아 깽깽거리는 첼로 소리를 내던 소년도, 첼로를 잘 켜긴 하지만 어딘지 날카롭기만 하던 소녀도 대지진 복구 지원 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하며 소리가 다듬어지고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따뜻한 소리로 거듭납니다. 그리고 그들과 뜻을 함께한 1000명의 첼리스트 1000개의 첼로가 모여 하나의 멋진 음악이 탄생하게 되고 그 음악은 바람을 타고 흐르며 사람들을 위로하지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어하는 메세지는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는 마음, 공감의 깊고 아름다운 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커다란 상실과 고통 앞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서로에게 어떤 힘이 되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진심을 담은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위로가 되는지에 대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어우러진 감동깊은 메세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히길 강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