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두더지
김명석 지음/비룡소 펴냄/양장제본
<행복한 두더지>는 출판사 (주)비룡소에서 펴낸 2012년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창작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땅속 집에 외롭게 사는 두더지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홀로 땅속 집에서 살다가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을 맞아들이면서 자신이 꾸민 공간을 내어주고 자신이 가진것을 나누며 진정한 행복을 맛보는 과정을 간결한 글과 판화라는 독특한 형식의 그림에 잘 담아냈어요.
이 책의 저자 김명석씨는 오랜 시간 동안 홀로 작업을 하면서 느낀 외로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을 토대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어린이 그림책에서 판화기법을 이용한 그림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책을 접한 저는 작가의 섬세한 손길에 놀랐습니다. 보통 판화로 만들어진 작품에서는 간결미가 느껴지는데요 <행복한 두더지>의 작품들은 작가의 정성과 수고가 고스란히 전해져올만큼 섬세했습니다. 작가가 고무판화를 이용해 40여점의 작품을 직접 만들었다고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네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흔히 만나기 어려운 아날로그적 기법으로 완성한 그림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지요. 마치 정성들인 손글씨 편지를 받은 느낌과 흡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판화를 무척 좋아해 집에 있는 4점의 그림이 모두 판화에요. 판화 특유의 질감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 작품 또한 판화 특유의 느낌과 절제미가 느껴져서 책 자체가 무척 감각적이고 철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의 그림에는 이야기 장치가 숨겨져 있어요. 책을 다 읽고 나면 ‘현실-꿈-꿈속 꿈-꿈-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 구조라는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때 그림속에 ‘현실’인 장면에서만 빨간 사과를 발견할 수 있지요. 처음엔 구석에 작게 그려져 있는 빨간 사과의 의미가 무엇일지 무척 궁금했지만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그런 의미가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참 재미있단 생각을 했어요. 이처럼 <행복한 두더지>는 생각을 필요로 하는 책입니다. 단순하게 명확한 메세지를 전하기 보단 그림과 글을 함께 보며 독자에게 '읽고 생각하기'라는 과제를 던져주지요. 이 점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외로운 두더지가 행복을 찾는 과정을 그린 <행복한 두더지> 줄거리를 좀 들여다 볼까요. 나쁜 시력과 소심한 성격을 지닌 두더지는 외톨이입니다. 직업을 가지려해도 쉽지 않고 또 세상 어느 누구도 두더지에게 관심 없습니다. 결국 두더지는 용기를 잃고 땅속 깊은 자신의 집으로 숨어 버립니다. 두더지는 혼자 차를 마시고, 텔레비전을 보고, 홀로 잠이 들지요. 홀로 지내는 일상에 익숙해지던 어느 날, 집을 꾸며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두더지는 욕실과 거실을 만들고 아름다운 꽃을 가꾸고 맛있는 음식도 준비하며 소소한 행복을 맛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외롭죠. 그때 누군가 찾아옵니다. 겨울잠 잘 준비를 못한 곰, 집을 잃은 개구리, 겨우내 먹을 식량을 준비하지 못한 토끼와 구렁이가 차례로 두더지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두더지는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을 차례로 맞아 들입니다. 친구들을 위해 따뜻한 방과 욕조, 음식을 내어 주고 친구들 곁에서 행복하게 잠이 들지요. 그런데,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그때,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옵니다.









우린 누구든 홀로인 시간이 있고 때론 외롭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요. 특히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는 요즘 사회에 자신이 스스로 마음을 열지 못하면 외로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이 전하려는 또다른 메세지는 땅속 두더지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독자들에게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것을 나누며 교류할것을 간접적으로 제안 하지요. .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전해요. 이 책을 함께 읽은 우리 아이는 두더지가 심심해서 어떻게 혼자 지낼 수 있느냐며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하네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찾아와 친구들이 생겼으니 다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없으면 자신이 먼저 다가가 친구 사귀기를 시도해야지 친구가 다가올때까지 답답해서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하네요. 그런 적극적인 자세를 잃지 않길 바랄뿐이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책 <행복한 두더지> 아이들에게도 무척 유익하지만 우리 어른들이 먼저 읽어보았으면 하는 멋진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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