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예담 펴냄/ 243페이지

 

 

요근래  몇달 동안은  어린이 동화책과 육아관련 성인도서만 읽는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말 그대로  '동화책과 육아책의 나날'.    맛있는것도 매일 먹으면 질리듯 책도 마찬가지.  아무리 좋아도 매일 비슷한 책만 읽다보니 조금 싫증이 나던 차에  온전히 나만을 위한 책이 고파졌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긴 힘들더라도 책을 읽는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나 자신한테 몰입할 수 있는 책이 필요했죠.  게다가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거나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구요.  그러던중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를 만났어요.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는 그림과 글 속에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과 불행, 외로움, 연민, 슬픔, 괴로움, 사랑,  희망,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허허당 스님은  1974년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하여 1976년 해은 스님을 은사로 모시며 득도한 뒤, 향곡 선가 문하에서 선 수행을 쌓으며 향곡과 성철 스님 수발을 들었다고 해요.  1978년 경남 남지 토굴에서 도반과 정지하던 중 문득 깨달은 바 있어 붓을 잡기 시작한 뒤, 1983년부터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선 수행과 함께 본격적인 선화 작업에 들어가셨고 그 뒤 꾸준히 국내 전시회뿐 아니라, 2000년 6월 스위스 취리히, 2010년 하와이에서 전시회를 가졌으며, 2013년 뉴욕 전시를 앞두고 있다고 하네요.  허허당 스님의 글과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세속에서 찌든 삶속에서 치열하게 추구하는 그 무엇인가가 조금은 덧없음을 느끼게 되더군요.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삶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쉬어가는 잠깐의 휴식같은 즐거움을 맛보았어요. 

 

 

스님이 정진하시며 깊은 사유의 샘에 길어 올리는 영혼을 울리는 맑은 샘물같은 글과 그림들은  세상사에 찌든 우리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넵니다.  도를 닦는 분의 글이라 어려운 말씀 일색이면 어쩌나 했는데 웬걸요  스님의 글은 너무 진중하거나 어렵지 않아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세속에서 찌든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씀들이라 참 좋았습니다.   동떨어진 세상에서 홀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현실을 동감하는 이야기들이기에 소탈함이 느껴져서 편하게 와닿습니다    

 

스님의 책을 말하며 그림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가 없네요.  참 독특하면서도 강한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책에 소개된 스님의 그림에는 늘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것도 주체가 되는 인물속에 등장하는 '백만동자'그림은 처음엔 그 의미를 알길이 없어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지요.  '백만동자'그림은  허허당 스님이 1년 동안 칩거하며 완성한 그림으로써 불교계에서는 ‘법력의 극치를 이룬 역작’이라 평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 백만동자의 의미는 정확히 알지 못하겠지만 사견을 덧붙힌다면 세속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의 군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네요.    스님의 그림은  무심한 마음으로 붓 한자루 들고 스치듯 그려내 그림에서 평온함과 그림 가득 그려내신 백만동자에서 도를 닦는 분의 수행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휴식 같은 책'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를 읽으며  마음에 와 닿았던 몇 편의 글을 발췌해봅니다.

 

-있는 그대로-

 

놓고 보면 아름다운 것도 쥐고 보면 근심만 생긴다

산에 있는 것은 산에 가서 보고 들에 있는 것은 들에 가서 보라

산이 좋아 산을 끌고 다니려 하면 산이 무너질 것이요

들이 좋아 들을 끌고 다니려 하면 들이 쪼개질 것이다.

 

 

-남을 돕는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주는 게 주는 게 아니고

받는 게 받는 게 아니야

그대 마음이 무심하지 않으면

남을 돕는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그대 목숨을 다 주어도 도와질까 말까 한다.

 

-해서는 안되는 말-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지 못 하면 참 답답하다

그러나 그 말이 타인에게 상처가 된다면

좀 답답해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될 것이다.

 

-주먹-

 

무슨 일에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하는 사람

입술을 깨물며 결심하는 사람

독해지려고 애쓰는 사람

이런 이들 대다수 뭔가를 이루어도 베풀 줄 모른다

주먹을 쥐었으면 펼 줄 알라

 

-존재의 꽃-

 

소낙비가 쏟아질 때 강이 되기 위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낙비가 쏟아지고 나면 물은 절로 강이 된다.

우리의 인생도 무심히 자기 존재를 쏟아 부으면

물이 절로 강이 되듯 존재의 꽃이 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