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화장실이 좋아?
스즈키 노리타케 지음/이정민 옮김/노란우산 펴냄/양장제본
아이들의 상상력은 마구마구 자극해줘야 합니다. 먹는 일, 입는 일, 잠을 자고 공부하는 일, 즉 의식주를 비롯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당연한 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해야 합니다. 아이가 엉뚱한 얘기를 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고 공부나 하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그 엉뚱한 얘기를 맞받아쳐주어 더 기발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일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죠. <어떤 화장실이 좋아?>라는 책은 이러한 기발하고 살짝은 엉뚱한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에요. 살짝은 엉뚱하지만 정말 유쾌하고 즐거운 책이죠.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나면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보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기발한 책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깔깔거리고 웃고 있는 이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
<어떤 화장실이 좋아?>는 무료한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주인공이 문득 색다른 상상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변기가 물렁물렁하다면 어떨까? 엄청나게 높은 곳에 있는 고층 화장실은? 빙글빙글 커다란 원이 돌아가는 룰렛 모양의 변기는? 이번엔 로또 화장실. 줄지어 놓인 변기들 속에서 진 짜 변기를 찾아내야 하는 스릴 넘치는 화장실 등등. 책 속에는 정말 기상천외한 변기와 화장실이 등장합니다. 그저 화장실이라고 하면 은밀한 행동(?)을 해결하고 나오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기에 화장실은 조금 지루한 공간이기도 했죠. 하지만 책속에 나오는 화장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화장실 가는 일이 너무 즐거워질게 분명 합니다.
주인공은 또 상상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화장실은? 주인공은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 화장실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주인공이 롤러코스터 화장실에 들어간 순간 누군가가 재빨리 변기를 타고 도망가 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범인(?)은 고깔머리 털북숭이!. 과연 우리의 주인공은 변기를 찾을 수 있을까? 드디어 주인공은 범인을 찾으러 화장실 마을에 갑니다. 화장실 마을은 온통 변기와 두루마리 휴지로 가득차 있는 곳이에요. 화장실 경기장에선 변기들의 경주가 벌어지고 있고 주인공은 고깔머리 털북숭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이죠. 드디어 털북숭이를 잡게 되고... 주인공은 끝으로 화장실에 들어가면 외톨이가 되지만 화장실은 누구나 가야 하는 곳이기에 모두들 화장실 친구라고 생각하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을 함께 읽고난 우리 아이에게 우리집은 어떤 화장실이었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케이크가 많이 진열되어 있는 케이크 화장실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그도 그럴것이 아이가 케이크를 엄청 좋아하기도 하지만 엊그제 할아버지 생신때 케이크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케이크를 실컷 먹을 수 있는 케이크 화장실이었으면 한다는 거였어요. 어른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겠지만 이 책을 함께 읽고나니 무한 상상력의 힘이 만들어내는 긍정에너지를 느꼈기에 아이와 함께 이색 화장실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꽤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바램을 정말로 들어줄 수는 없지만 커다란 케이크 사진을 구해다 화장실 벽에 붙혀주어야겠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네요. 우리 아이들 이 책 한권이면 화장실 가는 일이 지루해 지지 않을거에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난후 화장실 뿐만 아니라 부엌, 거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