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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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 필 수있다

김별아 지음/해냄 펴냄/284페이지

 

 

 

근래 요 몇달 동안은  어린이 동화책과 육아관련 성인도서만 읽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지인중 한 명이  여름에 가장 흔한 식재료중 한가지인 상추를 매일 먹으며 '상추의 나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던데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동화책과 육아책의 나날'이였다.    맛있는것도 매일 먹으면 질리듯 책도 마찬가지.  아무리 좋아도 매일 비슷한 책만 읽다보니 조금 싫증이 났다.  그럴무렵 나도 엄마이기전에 사람인지라 온전히 나만을 위한 책이 고파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긴 힘들더라도 책을 읽으며 온전히 나 자신한테 몰입할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는 책이면 더욱 좋겠지.  그러던중 <괜찮다, 우리는 꽃 필 수 있다>를 만났다.   이 책은 40여 년을 동네 뒷산도 오르지 않는 저자 김별아가 자칭 '평지형 인간'으로 지내다 아들과 함께 그리고 아들의 친구들과 그 부모들과 공감대를 나누며 시작한 산행의 기록이다.  산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아들에게 추억을 유산으로 물려 주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느낀 생각,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 공감의 마음, 어린 시절, 가족, 친구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냈다.    책 표지에 실린 저자의 사진으로만 봤을땐 산하고는 담쌓고 살게 생겼을만큼 무척 지적인 인상의 소유자였다.  역시 그랬다.  책을 읽고 보니 백두대간을 종주하기 전까진  평지형 인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백두대간을 완주해냈고 이젠 그녀는 '백두대간형 인간'이 되었다.  

 

 

사실 처음 서너 페이지를 읽을 무렵 그녀의 글이 입에 착착 감기지 않아 나와 맞지 않는것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언어 구사력은 풍부하다 못해 어느 경지에 이른듯한 느낌이 들만큼 현란( 좀 더 고급스러운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했다.  그러다보니 듣도 보도 못한 어휘가 많았고 그 어휘들의 뜻을 헤아리느라 책의 진도가 술술 나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지가  거듭될수록 그녀의 글은 깊은 몰입을 가져왔고 단숨에 책 한 권을 읽어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처음엔 그녀의 글에 겉멋이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은 결코 겉멋이 아니었다.  누구도 감히 다라오기 힘들 만큼의 풍부한 어휘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동안 다지고 다져져 밑바탕에 굳건히 깔린 저력인것이다.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새벽녘에 목적지에 도착해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5시간을 꼬박 걸으며 때론 비에 젖고 때론 추위에  떨며 초보 산꾼의 고행을 시작하여 어느덧 산행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된 능숙한 산꾼으로 거듭나며 기록한 이 에세이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1-16차 산행 에세이고 <괜찮다, 우리는 꽃 필 수 있다>는 그 후반부를 기록한 것이다.  각 장 끝에는 그 산행의 지도와 코스를 거리와 걸린 시간이 기록되어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산행 코스별 경유과정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은 매력이 참 많은 책이다.  그녀만의 풍부한 어휘력 못지 않게 그녀가 산행을 하며  순간 순간의 감흥과 맞물려 떠오른  다른 작가들의 주옥 같은 '시' 들을 들려준다.  그녀가 들려주는 시들은 내 인생의 20대에렵 내 가슴을 울렸던 아름다운 시들이다.  한 편 한 편 보석 같은 시를 함께 읽음으로써 오랫만에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물받았고 잠시 그 시를 사랑하던 내 청년 시절을 회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 한가지는 일러스트.  마치 수채화 같기도 한 일러스트는 한 점 한 점이 세상사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듯 간결하고 다정하고 따숩다.   그림이 너무 사랑스러워 글을 읽다말고 그림만 한 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 책은 그림마저도 마음을 치유해주는 기능이 있나보다.    왜 이 책의 부제가 '공감과 치유의 산행에세이'인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는,  미소짓게 만드는 예쁜 그림이 있어서 이 책이 더욱 빛난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초록산이 그리워  더욱 충동을 누르기 어려웠는지 모르지만 김별아 그녀의 책을 읽으며 지금 당장 짐을 꾸려 산을 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나도 그녀처럼 치열하게, 성실하게, 열심히, 때론 조용히 산을 타고 싶다.  혼자도 좋을테고 남편과 함께라면 더더욱 좋을테지.   그녀의 책은 평지형 인간을 산으로 잡아 이끄는 마력을 가졌다.

 

 

 

  정직한 땀과 눈물을 요구하는 혹독한 산이 살아온 내력도하는 일도 나이도 다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사랑을 중심으로 뭉치게 만든것이다. 우리는 바닥을 박차고 올라 각자의 산을 넘은 상대를, 스스로를 향해 외친다.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p.50

 

삶이 마냥 평탄한 꽃길이 아니라 고통과 시련까지도 낱낱이 포함한 감탕길이자 얼음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있는 그대로의 뿌리칠 수 없는, 기꺼이 감당하며 견디도 이겨내야 할 삶의 길을 어쨌거나 뚜벅뚜벅 가야만 한다. p.62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것은 눈가에 자글자글 주름이나 무심히 들춘 머릿속에서 흰머리를 발견할 때가 아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다 안쓰럽고 애틋해 보이고,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질 때가 있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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