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 흉보기 대회
정란희 글/ 김중석 그림/크레용하우스 펴냄/103페이지
<동생 흉보기 대회>는 형제자매지간이 있는 어린이라면 많이 동감했을 법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처음엔 이 책의 제목부터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지요. 동생 흉보기도 아니고 동생 흉보기 대회!라니. 무슨 내용일지 너무 궁금했어요. 이 책은 가끔은 형이 만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형만큼 좋은 사람도 없는 동생 우찬이와 자신을 매일 귀찮게 하고 가끔은 곤경에 빠트리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눈물이 핑돌만큼 동생을 사랑하는 형 승찬이의 이야기에요. 책을 다 읽고나면 정말 우리에게 일어날법인 일들의 연속이라 마음에 와 닿기도하고 티격태격 싸우며 정드는 우리 아이들 얘기 같아 참 재미 있게 읽었고 그 속에서 잔잔한 배움도 얻었습니다. 책의 두께는 얇고 작아서 아이들이 휴대하고 다니며 읽을 수 있을 만큼 아담하게 만들어졌어요. 허레허식을 없앤 실용적인 느낌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는 대상 연령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이에요. 글밥이 많고 그림이 많지 않아 유아도서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글을 못읽는다고 해도 책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유아들도 충분히 알아듣고 상황 판단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부모가 읽어준다면 4~7세 유아에게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야기속에는 소심한 형 승찬이와 말썽꾸러기 동생 우찬이가 등장합니다. 어느 날, 승찬이네 반에서 형제자매 자랑대회가 열립니다. 승찬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찬이에 대해 자랑할 게 떠오르지 않아요. 동생 자랑하기 대회라면 할 말이 없지만 동생 흉보기 대회라면 대상도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단 한 가지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매번 얄밉게만 구는 동생 우찬이를 칭찬을 하라니요. 더군다나 엄마가 어리고 몸이 약하다고 우찬이만 예뻐하는 것 같아서 더 심술이 났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말썽꾸러기 동생 우찬이에게 안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눈물부터 솟을 만큼 가장 걱정을많이 하는 사람도 형 승찬이에요. 막상 우찬이가 없어지자, 형 승찬이는 우찬이가 보이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때리고, 귀찮아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지요. 둘도 없는 말썽꾸러기 우찬이도 형 승찬이를 누구보다 위하고 좋아합니다. 그런 마음이 승찬이가 느끼기에는 귀찮고 시끄러운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지요. 얄밉고 가끔은 짜증나는 존재여도 동생이 있는게 백배 천배 좋다고 형 승찬이. 승찬이는 동생 우찬이가 마음을 담아 선물한 토끼 부적을 받고 좋은 일만 생깁니다. 승찬이는 마지막까지 내 동생은 괴물이라고 외치지만 그 말은 우찬이에 대한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버린 애정 어린 마음이 담겨있어요.




늘 사이 좋은 형제자매지간도 있지만 자주 투닥거리고 싸우며 성장해가는 형제자매 사이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는 그만큼 많이 싸우고 서운함도 더 크곤 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힘이 돼 주는 것이 또 형제자매이에요. 그래서 키울땐 힘들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둘 이상을 낳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만 해도 작은일을 가지고도 매일 투닥거리며 싸우곤 하지만 또 뒤돌아서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서로 키득거리며 웃고, 맛있것도 서로 나누어 먹으며 사이좋게 지냅니다. 이 책을 읽은 우리 큰 아이 동생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어요. 가끔은 까칠하게 날려주던 눈빛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할까요? 아마도 속으로 좀 찔리는 구석이 있나보네요. 아마 우리의 아이들중에도 동생 때문에 화가 나고,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말로 동생이 없어진다면 아주 쓸쓸하고 외로울 거예요. <동생 흉보기 대회>는 아무리 많이 싸우고 다퉈도 사랑하는 동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