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평점 :
✔️ 생태계와의 '공존'.⠀
수없이 듣고, 말하고 있는 단어다.⠀
⠀
과연 이 말은 인간이 아닌 동물들에게도 같은 의미일까? ⠀
⠀
⠀
‘공존’이라 불리는 번지르르한 단어 뒤에 숨겨진⠀
지극히 인간 중심의 역사를 폭로하는 <공존이라는 착각>.⠀
⠀
⠀
⠀
뜻밖에도 책은 런던의 테러 현장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테러범의 무차별 난동에 현장에 있던 장식품, 일각돌고래의 엄니로 맞섰던 용감한 시민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현장에서 작가는 ⠀
'왜' 일각돌고래의 엄니가 걸려 있던걸까? 라는 질문을 찾아냈다.⠀
⠀
⠀
⠀
⠀
"내가 대학교에서 배운 설계 구조물들은 보, 취수시설, 작은 도로 밑에 깔린 지하 배수로,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댐 등이었다. 3000년에 한 번, 혹은 1만 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한 어마어마한 홍수에 대비해 제방의 최대 높이를 계산하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이제야 돌이켜 보건대 우리는 물고기가 지나가는 길을 배려한 설계법은 배우지 않았다.⠀
--- 「세 번째 이야기.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업적」 중에서⠀
⠀
⠀
⠀
학부 때 근처 생태학 실험실에서였던가,,⠀
버럭으로 유명했던 교수님 한분이 ⠀
강들의 댐 사업을 두고 노성을 지르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
『저 안에서 이동하며 살고 있는 애들은 어찌할거냐』하시던.⠀
⠀
이 기억과 함께 책 속 유럽 뱀장어에 관한 장이 가장 인상깊었던 이유는 그들을 멸종 직전까지 몰아넣고는 또다시 기술로 막아놓은 길에 좁은 우회로를 뚫어놓고 자랑스러워하던 인간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었다.⠀
⠀
‘공존’이라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위장한 또 다른 형태의 지배는 아닌지.⠀
⠀
⠀
⠀
우월해서 지배하는 게 아닌 인간 역시 다른 종들과 함께 걷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
⠀
이 책은 이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생각을 소리높여 강요하지 않는다.⠀
⠀
⠀
피시몽거스홀 벽에 박제된 일각돌고래의 엄니 앞에 , 차가운 물 속에서 무력하게 죽어가는 레밍 앞에, 가로막힌 채 목적지를 잃은 뱀장어 앞에,⠀
국경을 침범해 불법 이민자가 되어버린 순록 앞에,⠀
서식지를 잃고 침입 외래종이 된 왕게 앞에⠀
⠀
무겁고도 조용한 질문을 던질 뿐이다.⠀
⠀
⠀
⠀
정말 이것을 '공존'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
⠀
⠀
⠀이 책은 동물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리 인간에 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