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 - 마지막 순간, 놓아 주는 용기
황성젠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DNR동의서를 아는가? Do Not Resuscitate의 약칭으로 호전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가 병원에서 억지로 인공호흡기나 독한 약물 등을 사용하여 인위적으로 생명유지나 생명 연장을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는 문서이다. 즉 기관 삽관이나 심폐소생술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는 서류인 것이다. 마치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매정한 일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 책을 읽고 많이 느꼈다. 이 책은 세계적인 호스피스 전문의 대만의사 황성젠(타이베이시립병원장)씨가 쓴 DNR과 관련된 36가지 스토리 이야기 <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이다.



 DNR동의서에 서명하고 호스피스 치료를 선택하는 것은 ‘환자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는 어떠한 경우에든 최선을 다한다. 살릴 수 있다면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살릴 수 없다면 환자가 존엄을 지키며 고통 없이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89P



  
나는 올해 사랑하는 시어머님을 멀리 떠나보냈다. 갑상선암이 온몸에 퍼져있던 시어머니는 1년 반의 투병 중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신 지 3주만에 고요히 눈을 감으셨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3주동안 우리 가족은 의료진들의 따뜻한 배려 속에 어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었다. 
돌아가신 직후 편안한 표정으로 주무시듯 누워계시던 어머니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자식들의 미련때문에 무리한 치료를 진행했다면 아마 어머님 마지막 표정이 저렇게 편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온 사례들 중 임종 때 과도한 응급조치로 환자가 고통스럽게 숨을 거둔 환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에크모를 부착한 팔다리는 검게 물들고, 기도 삽관으로 인해 치아가 부러지고, 심폐소생술로 늑골이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이 환자의 마지막 모습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병을 고칠 수 없는 단계에 다다랐다면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 후의 치료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일까 아니면 환자의 ‘죽어가는 과정’을 연장하는 것일까? 63P



 DNR동의서에 대한 인지 및 인식이 여전히 자리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의 인간다운 죽음과 남아있는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열심히 DNR을 알리는 황성젠의사님 모습이 존경스러웠고 꼭 필요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올해 이미 충분히 겪었다. 하지만 그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이 고통스럽지 않고 평온했음 하는것이 내 바램이다.
   
아마도 우리 부모님에게 위급한 상황이 온다면 나 또한 ‘할수 있는 치료를 다 해주세요’ 라고 의사선생님을 붙잡고 매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욕심 때문에 부모님께 더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드리고 싶지는 않다. 
   
DNR동의서를 작성한다는 것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길 바라며,

황성젠의사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길 바라며..

나에게 죽음이 다가왔을 때 어때야 할까, 남은 가족에겐 어떤 게 더 나은 결정일까 등등을 생각해보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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