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 하염없이 재밌고 쓸데없이 친절한 안나푸르나 일주 트레킹
정지영 지음 / 더블: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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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마음에 쏙 드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러하다. 새벽놀이나 저녁놀쯤에 볼수 있는 푸르고 붉은 빛의 책표지가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하기도 전에 내 마음에 들어왔다.


서른세살의 회사 그만두고 떠난 19일간의 네팔 안나푸르나 일주 트레킹 이야기.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이정도가 되지 싶다. 거창한 목표는 없었던 듯 하다. 그저 뭐에라도 홀린듯이 훌쩍 표를 예매해 떠났고 완벽한 준비가 아니었기에 맞닿뜨리는 여러 상황들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정말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내 간덩이는 너무 작아서 그녀가 겪는 현지 가이드 '빔'과 마찰이 일어나 산속에 혼자 남을뻔한 상황이라던지, 벌레들이 떼지어 달려드는 상황, 견딜수 없는 배탈....의 상황들을 읽어가며 나는 이 트레킹을 책으로 읽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 직접 가볼 용기는 아무래도 이 책을 읽고나서도 생기지 않았다. 대리만족으로 충분했다.


그녀가 의도하지 않았을 법한 순간의 묘사들 중에서 이상한 위안을 얻었다. 낯선 곳에 떨어져 가져간 책도 여러번 읽고 현지에서 산 책도 다 읽어버렸다고 하는 내용이 나에겐 매우 부러운 상황처럼 들렸다. 여러가지를 생각할 일이 없이, 오히려 많은 것이 제한된 곳에 떨어지면 마음껏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인다. 내가 만약 안나푸르나를 가게 되는 날엔 내 가방엔 아무리 무거워도 최소한 몇권의 책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네팔이라던지, 안나푸르나에 대해 환상만 가지고 있을 뿐 아무 정보가 없는 네팔초보자를 위해 실제 가이드처럼 네팔에 대한 정보를 곳곳에 담아주었다. 밀크티(찌아)에 대해서, 네팔의 물과 술, 음식들 등 네팔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에서부터 트레킹할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들까지 담아내주었다.


네팔의 트래킹은 환상속에서나 아름답지 실제는 참 힘들었을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말한다. 이 네팔트레킹 자체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무수한 경험들 중 하나일뿐이지만, 산을 걷는 내내 느꼈던 행복감과 충만함은 몸과 마음이 잊지않고 기억한다고.

책의 뒤편에 실린 사진을 통해 그녀가 느끼고 담았떤 감동을 간접적으로나마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젠 딸과 함께 다시한번 안나푸르나 일주트레킹할 날을 기다린다는 저자. 나는 그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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