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 살면서 늙는 곳, 요리아이 노인홈 이야기
가노코 히로후미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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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아이라는 무언가 귀여운 이름과 겉표지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아니었다면 치매노인들과 요양시설에 관한 소재가 들어있는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겉 표지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한 번 깨닫는다.)

 


다쿠로쇼 요리아이는 곤경에 빠진 한 노인으로부터 시작했다. 치매가 걸리면서 우악스럽고 고집이 세 다른 시설에서 받아주기를 거부한 이 한 노인으로 인해 "뭐라고요! 할머니 한 분도 보살필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복지예요! 무슨 간병이에요! 무슨 전문가예요!당신들 도대체 뭘 하는 사람들이야!"라며 직접 요양시설을 만들어 모시기로 결정한 시모무라,나가스에,나카시마로부터 시작했다.


 

치매환자를 간병하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환자들일지언정 인격이 있고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임을 간병하는 사람들이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간병인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간병해야 할 사람은 점점 늘어만 가니 간병인들은 스스로 지치지 않는 선에서의 간병 방법을 찾는다. 그것이 때로는 환자의 의지를 무시하고 제지하거나, 방치, 음식을 모두 갈아 먹이는 등의 방법으로 나타나는 데 이 요리아이의 창립멤버들은 간병인의 입장에서 편한 것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지켜주기 위해서 나섰다.

 

실제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치매환자의 요양시설들에 대한 이미지는 어둡기만 했다. 실제 내가 치매환자를 간병 해 보았기에 더욱 확실히 말하건데, 치매환자를 간병하는 일은 결코 유쾌할 수 없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유쾌한 간병이 가능한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히 다뤄줬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처음엔 덴쇼지라는 사찰에서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데이서비스를 시작했고 소식을 들을 만은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시설 이용을 거절당하여 갈 곳을 잃은 노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사찰을 빌려 쓰는 형태로는 운영이 불가해져 이들은 마땅한 장소를 찾아 나섰고 결국 숲속의 쓰레기 저택을 발견한다.
이곳이 '요리아이의 숲'이 되고 제대로 된 요양 시설로 건축되고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자금 조달부터 설계에 이르는 각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들의 힘으로 요양시설을 만들기 위해 바자회를 열고, 카페를 열고 잼을 만들어 팔아 백엔, 이백엔 씩 모으는 이들의 활약이 참으로 멋져 보인다.

'치매환자'와 '요양시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어둡고 따가운 시선이 아니다. 이 곳에서의 치매환자들은 갇혀 지내지도 않고, 묶여 다니지는 더더욱 않는다. 직원들이 잘 가꿔놓은 카페에 손님처럼 등장해 케이크와 차를 홀짝이기도 하고 이따금씩 일어나는 미니콘서트에서 흥에겨워 춤사위에 빠져들기도 한다. 서로 의사소통이 안되 각각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장면조차 재미있고 유쾌하게 바라본다. 그 유쾌함 뒤에 우리의 비판적인 시선을 꼬집는 사람에 대한 진지한 태도에 머리가 숙여진다.

치매에 걸린 사람을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회는 언젠가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쓸모가 없어 도움이 안되는 존재로 또는 국력을 떨어뜨리는 밥도둑으로. 191p



이 책의 저자는 요리아이에서 그곳의 재미있고 소박한 일상의 생활을 잡지로 엮어 '요레요레(비틀비틀이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내고 있는 가노코 히로후미이다. 그는 요양시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유쾌하고 밝게 만들어 치매환자, 간병세계와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읽고 재미있어야 할 잡지를 만드는데 중점으로 두었다. 그러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그런 따뜻하고 밝은 시선이 저자와 그의 든든한 친구들 시모무라 에미코, 무라세  다카오 등이 가진 힘이었다. 

치매에 걸려도 '사람다운'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설 '요리아이'. 실제 치매환자 간병경험을 가진 나로서는 이들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치매환자의 삶을 존중해주기 위해서는 곁에서 돕는 사람의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무조건 제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싶은 것을 하게 해주되 곁에서 항상 살펴야 하고, 기다려줘야 한다. 그것을 기꺼이 자처하고 즐거이 일하는 요리아이의 직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요레요레 잡지의 겉표지를 더욱 개성있게 꾸며준 저자의 절친인 뮤지션 보기의 아들 몬도의 블로그를 투척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http://mondo-art.blog.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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