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순, 고귀한 인생 한 그릇 - 평범한 인생을 귀하게 만든 한식 대가의 마음 수업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심영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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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통해 종종 뵌 적이 있는 분이다. 한식대첩, 옥수동 수제자 등의 방송을 통해 이제는 알려질만큼 알려진 심영순 선생님. 평생을 손맛 하나로 요리를 연구하고 가르쳐온 그녀가 에세이를 냈다. 방송에서 보던 모습만큼 책도 참 단아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조곤 조곤 말하듯 구어체로 써져 있는 문장들 속에 내공이 깊다.


"사람들이 먹는 것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앞만 보고 달리던 인생에서 벗어나 세상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일상에 맛과 멋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는 뜻입니다" 13P


아무리 바빠도 직접 요리를 해야 한다 고집하는 심영순 선생님의 이유가 참 따뜻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우리는 짬과 틈을 내어 부엌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귀찮은 마음을 내려놓고 정성 어린 마음을 담아야 합니다. 직접 손에 물을 묻히고 기름 냄새를 뒤집어쓰면서 요리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일을 남에게 몽땅 미루다가는 자신이 뭘 먹는지, 무엇이 맛있는 요리인지,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 자연과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전혀 모르는 인간으로 변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영순 선생님이 하얀 자기 그릇에 소복이 담아낸 소중한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마운 마음, 단단한 마음, 의연한 마음, 고귀한 마음, 부지런한 마음, 곧은 마음, 겸허한 마음, 든든한 마음이라는 부제목으로 본인의 요리인생과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읽는 문장들마나 밑줄을 긋고 찬찬히 읽어보고 싶을 만큼 내 마음에 좋은 말들로 가득 차있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역시 대가답다. 먹거리를 대하는 기본자세는 '감사'라고 했다. 농민들의 땀, 어부들, 도축업자들의 노고들을 잊으면 안되며 우리가 쉽게 먹는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요리과정을 생각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생명의 소중함, 밥상의 감사함을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의 먹거리를 지킬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엄하게 요리및 살림을 배워온 덕에 스물두살 결혼 직후 요리솜씨로 이름을 알리고 요리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그녀는 불행하다 여길수도 있는 자신의 어린시절과 자신을 그토록 엄하게만 다스리던 어머니에게도 '감사'를 잊지않는다. 단단한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찍이 뛰어난 요리솜씨로 인정받은 그녀지만 그녀는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음식솜씨로 소문난 여인네들을 찾아다니며 비법을 알아내고 연구했다. 이런 요리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그녀를 더욱 업그레이드 시켰다.


요리뿐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그녀의 마음가짐에 대해 읽어나갈수록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녀가 딸에게 가르쳤다는 가르침들을 읽을때엔 부럽기까지 했다.


"일할 때 100을 받으면 200 이상의 소출을 나게 해주어야 도둑이 아니다"

"어떤 일에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면 주인이 된다"

"계산하는 인생을 살지마라"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새삼 그녀가 존경스러워졌다. 왜 그토록 오랜시간 제자들이 끊이지 않고 긴 시간을 함께 늙어가는 제자들이 곁에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그녀가 가르쳐 주는 것은 요리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따뜻하고 단단하고 단아한 그녀의 말들은 내가 삶의 모토로 잡는 '단순 단아 단단'과 굉장히 닮아 있다.

두고두고 인생을 더 깊은 맛이 나고 맛있게 해줄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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