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나는, 유쾌하게 죽기로 했다
슝둔 지음, 김숙향.다온크리에이티브 옮김, 문진규 감수 / 바이브릿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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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둔이라는 중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암 투병기를 만화로 그려내어 많은 응원을 받고 그녀의 이야기는<꺼져버려 종양군>이라는 영화로 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1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그녀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유쾌했다. 제목처럼 죽음의 두려움으로 하루하루 절망으로 살지 않고 긍정적으로 오늘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즐겁게 이겨내려했다. 이런 모습이 우리아빠와 매우 닮아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아프고 눈물이 났다.


우리 아빠도 슝둔양이 세상을 떠난 그 해 슝둔과 같은 비호치킨 림프종을 선고받으셨다. 결혼날짜를 잡고 받은 암 선고에 아빠는 나의 결혼식을 망치지 않으려 엄청나게 노력을 하셨다.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몸의 컨디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린다. 항암치료약을 투여받은 며칠간은 반짝 식욕이 좋아지고 몸의 컨디션이 좋다. 그리고 약 일주일 뒤부터는 본격적인 약의 효과인지 물도 입에 댈수 없이 입이 헐어버리고 퉁퉁붓는 발때문에 한걸음 걷는게 힘들어진다. 이러한 몸의 극에서 극으로 가는 컨디션을 이겨내며 항암을 9차까지 받으셨다. 항암시도 후 몸의 컨디션이 괜찮은 날과 나의 결혼식 날이 겹치게 하기 위해 아빠는 항암치료 일정까지 조정해가시면서 나의 결혼식에 결국 웃는 모습으로 주례 단상에 서실 수 있었다.


이런 아빠가 계시기에 나는 안다. 항암치료가 유쾌하려 노력한다고 유쾌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스물아홉의 젊은 처자 슝둔이 느꼈을 고통과 외로움에 대한 감정들이 나는 아빠를 봐왔기에 느껴졌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프고 난뒤 어리광이 늘어버린 슝둔에 대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엄마에게 손을 꼭잡아달라는 모습이 얼마나 짠하고 눈물이 나는지..

아빠가 항암치료로 병원에 입원해 계실때 나는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는 바쁘단 이유로 아빠 병문안 가기를 소홀히 했다.

자꾸 보고싶다고 하는 아빠의 전화를 부담스럽게 느꼈고 병원에 홀로 있을 아빠의 외로움을 생각해줄 여유가 없었다.

이 책이 없었더라면. 아픈 환자의 입장을 절대로 피부에 와닿게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아빠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성격이 조금 변해가셨다. 평생 반찬투정이라곤 없었는데 반찬을 가지고 엄마에게 신경질을 내게 되셨고

매사에 예민해지게 되셨다. 평생을 엄마앞에선 웃는 모습말곤 모르던 아빠가 이제는 엄마에게 많이 짜증을 내고 화를 내셨다.

나는 가뜩이나 자신을 간병하느라 힘든데 왜 그렇게 엄마를 못살게 구나 싶어서 아픈 아빠에게 모진말도 하고 할수 있는 표현도 안했다.

얼마나 아팠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른다. 슝둔도 그랬다. 쉴새없이 자신을 간호하는 엄마에게 짜증이 늘었고 뒤돌아 서면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하고 싶고.. 슝둔의 에피소드들마다 나의 상황들이 겹쳐 보여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며 봐야했다.


몰라보게 부어오르는 얼굴이며 몸때문에 고민하는 장면에서도 스물아홉 슝둔은 유쾌하게 써내려갔지만 퉁퉁부운 아빠를 지켜본 나로선 웃을 수가 없었다. 약때문에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붓기와의 싸움. 곁에서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 힘듬을 알수가 없다.


아빠는 끝내 병마와의 싸움을 이겨내셨다. 간성혼수로 일주일동안 의식을 없으시고 간이식까지 진행하셨지만 결국 다시 나를 향해 웃어주셨다. 허나 슝둔은 그렇지 못했다. 그토록 유쾌하게 이겨내고자 했지만 결국 병은 우리에게서 그녀를 빼앗아가버렸다.


그녀 덕분에 림프종이라는 암 투병기가 여러사람에게 읽힐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항암치료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쾌함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녀가 살아 있었다면 훨씬 힘이 되었을텐데.. 슬프고 안타깝다.


오늘도 나를 그리워 하는 아빠가 생각나 나는 또 눈물이 난다.

오늘은 아빠를 위해 하늘에서 더욱 유쾌하게 살고 있을 슝둔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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