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에 뛰어든 7년차 부부의 감사한 하루.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이 정도 될까. 남편은
농장에서, 아내는 서울에서 살다 주말엔 농장을 오가며 7년을 지내왔다. 이들의 농장일지로 볼 수 있는 <우리는 일흔에 봄을 준비했다>
를 통해 나는 좀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는 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농장일에 대해서 막연한 '자유'와 '보람' 그리고 '부지런'으로 치부할 수 있는 단순한 노동
정도를 생각하고 있던 내게 처음으로 구체적인 농장일의 현장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마늘밭에는 왜 왕겨를 덮어야 하는지,
잡초는 왜 일찌감치 없애줘야 하는 건지, 고추밭의 지지대는 왜 나무로 해야하는지, 오이꽃은 어떻게 생겼는지, 벌레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농사일을 하며 마주치는 모든 삶의 모습에 대해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농장 선배이신 동네분들을 통해 나에게 전해지기도 하고 남편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기도 한다. 자연에게서 스스로 배우기도 한다. 그녀는 그렇게 일흔의 봄을 살고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매우 곱고 예뻤다. 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삽화들을 보며 저자가
얼마나 많은 꽃들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와 글 역시 사랑한 덕분에 그녀가 보고 느낀 농장의 모든것을 내가
책으로 읽고 있음에 새삼 감사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농장1년차에 초를 켜두고 남편과 독서를 했다는 부분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새삼 단순한 삶은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는 어느 책의 문구가 떠오른다.
산책길 풍경을 소소하게 테마로 잡아 고구마순과 포도나무->폐까->손짓하는 담 너무
아주머니->허리가 80도 굽은 할머니->어미소와 새끼소 등 보이는 순으로 그려낸 부분도 재미나게 읽었다. 나도 한번 내가 걸으며
보이는 모든것을 기록해보고 싶은 맘이 들게 했다. 모르고 지나치는 장면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새삼 배우는게 있을것같다.
이후 나온 남편의 입원과 수술, 간병하는 이야기에서는 그만큼 농장일이 고되고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구원농장으로 간다는 문장속에서 이 부부가 어떠한 삶을 살기로 결정했는지 너무나 분명히 알수가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삶. 바로 그것이었다.
7년차 농장부부의 일지속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안정되어 있고 풍요롭지는 않다. 때로는 실패하고
아프고 고되다. 하지만 그래서 더 내 삶을 보는 듯, 희노애락이 모두 들어있는 인간적인 삶의 면모를 보여준 것 같다. 나는 이들의 봄이
언제까지나 따뜻하고 화창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