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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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설을 시시하게 봤던 때가 있다.
쓸데없는 '지적대화를 위한 관심'에 나는 읽는 즉시 내 정보가 되어줄 인문학, 철학, 자기계발 등의 책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런 글을 보게 되었다. '젊었을 때 소설을 많이 읽어라. 소설속 타인의 삶을 통해 여러 삶을 다양하게 살아 보라'
이 글을 보고 생각해 보니 정말 소설이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이해하게 해주는 좋은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 <크리피>를 읽어보게 되었고 이 책을 읽고 난 뒤 하나 더 느끼게 된 점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인 문장으로 '문제'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이런 우리 주위에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줌으로 써 인식하게 하는 것과는 체감으로 받아들이는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이게 바로 소설이 가진 힘인가 싶었다.

 

이 소설속에서 작가가 문제의 화두로 잡은 것은 '이웃과의 교류 없이 단절된 사회문화' 인 듯 하다.
내 이웃이 사라지거나 다른사람으로 바뀌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내 이웃의 수상한 남자, 어느날 우리집으로 도움을 요청해 온 그 집 딸 미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놀랍다. 딸아이의 아빠라 알고있던 그 이웃이 아빠가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후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과 살인사건, 이전에 미제로 남았던 사건과의 연결고리까지.

 

나는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고립된 교류가 빚어낸 이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회가 병드는 만큼 이 소설속 범인같은 사이코패스가 또한 늘어날 거란 걱정에 무서워졌다.

후반에 나온 반전의 결말은 놀라우면서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이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 이웃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나는 얼마나 도울 수 있을까?
또는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소설을 읽고 난 뒤에 남겨진 나의 숙제는 그 어떤 인문학 책을 읽은 뒤보다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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