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떠나길 잘했어 - 청춘이 시작되는 17살 딸과 청춘이 끝나가는 41살 엄마, 겁 없이 지구를 삼키다!
박민정.변다인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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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엄마와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있는가?

나는 20대 초반에 보성으로 엄마와 무박2일 여행을 떠나본 적이있다. 애석하게도 그것이 유일한 여행이었다. 단 2일간의 여행이었지만 내겐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 2일간의 짧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행복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주인공 엄마 박민정과 딸 변다인은 세계를 향한 1년간의 여행을 떠나 많이 싸우기도 하고 많이 행복하기도 한 과정을 통해 얻은 글을 책으로 써 냈다. 각 여행지에서 딸이 느낀 부분과 엄마가 느낀 부분을 나누어 사진과 함께 곁들여 놓으니 마치 그들과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내가 중간에 끼어서 양쪽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뜬금없이 엄마의 글 속에서 공감을 느낀 부분은 "결혼과 동시에 부엌이 왔다"라는 문구였다. 내가 딱 그러했다. 결혼고 동시에 나는 부엌데기라 불러도 될만큼 주방라이프가 생기길 시작했고 이제 1년차도 이런데 17년차 이상인 다인이의 엄마는 오죽했을까. 벗어나고 싶은 마음. 그것이 이 엄마를 세계여행으로 이끌어주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둘다 여행 초보였기 때문에 능숙하지 못한 과정 속에서 어려운 상황도 발생하고  또 그래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지고 소박한 행복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이 든다. 직접 여행을 해보지 않고서는 느낄수 없는 빨래방의서의  모이즈 아저씨와 대화, 남의 고양이를 안고 남의 돗자리에서 남의 식사를 함께하던 여자아이, ATM기에서 돈을 뺄수 없어 난감했던 상황등 에피소드들이 소박해서 좋았다. 세계 나라들을 '여행지'가 아닌 '누군가 열심히 살고 있는 나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온점이 맘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엄마보다 딸의 감성이 더 좋은 듯했다. 여행지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속에 따스함이 있었고 젊은 그 감성이 솔직하게 묻어나와 좋았다. 엄마의 글은 주로 여행지를 설명하는 쪽에 더 집중을 한 듯하다. 


사진들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마추픽추의 사진도 멋졌고 여러 사진들이 책에 쓰여 있듯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이 차오르는 태양이 눈부시고 초록이 풍부한 순간들' 이었다.


민정씨의 말처럼 다인이의 꿈이 현재에서 또 변해갈 것이고 본인도 꿈을 평생 이루지 못할지라도 이 세상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깨닫고 나서 세상일에 관심이 많아졌고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어졌다는 말에 내가 바라보지 않았던 여행의 시선이 느껴져 참 좋은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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