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중일기 - 내 쓸쓸함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3
김정은 지음, 이우정 그림 / 씽크스마트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엄마가 쓰고 딸이 그린 에세이. 그것만으로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직 애기도 없는 나는 이미 내 아이와 이런 책을 내는 꿈에 잠시 젖어버렸다.


대한민국 보통 엄마의 달콤 쌉싸름한 생활에세이. 그것이 이 '엄마 난중일기'이다. 말 그대로 보통의 엄마, 아내가 겪을만한 일들을 꾸밈없고 솔직한 문체로 풀어나갔다. 나는 이제 결혼을 막 시작한 2년 차 새댁이기에 그녀의 신혼 에세이 말고는 다 앞으로 내게 일어날 일이라 생각해도 무방한 일이었다. 나는 '예언서'를 읽듯이 이 에세이들을 읽어나갔다.


아이의 돌잔치에서 허둥지둥 바빠서 멘붕에 빠질 일도 나에게 일어날 미래 같고 그에 따라 안타까워할 아버지의 모습도 우리 아빠의 모습과 겹쳐져서 마음이 짠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회를 시키고 갈비찜을 하겠다는 그녀의 고백은 나에겐 지침서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혼자 방에서 자기로 한날의 에피소드도 내가 겪게 될 일을 미리 보는 듯했다. 혼자서 방에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엄마를 부르다 결국 소파에서 쿠션 크기밖에 안되는 크기로 몸을 웅크리고 자는 모습에 속이 아렸을 엄마의 감정 또한 내가 느낄 감정이겠지. 나는 그렇게 이 책을 통해 많은 감정을 미리 겪어볼 수 있었다.


아이의 일기를 접하고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았다는 에피소드에 나는 내가 옛날 어린 마음에 엄마한테 속상했던 감정을 일기로 써놓고 보란 듯이 펴놓고 잤던 그날을 기억해냈다.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엄마란. 왜 그렇게 힘든 위치일까.. 나는 책을 읽으며 더없이 슬퍼졌다.


하지만 저자가 엄마 같은 건 힘드니까 하지 마세요 등의 엄마 안티는 절대 아니다. 그녀는 엄마였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또는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늘어놓으면서 이런 감정도 저런 감정도 다 당연한 거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라..라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엄마로 있으면서 애로사항을 써놓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녀가 불행하다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마지막 부분 가족들에게 남기는 그녀의 편지를 통해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가족에게 사랑해요라는 말로 마무리하는 그녀의 고마운 마음이 담긴 편지는 결국 '내가 엄마여서 행복해' '나를 엄마로 만들어줘 고마워요'등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엄마란 참 힘들지만 행복한 그런 존재인가 보다.

그녀의 따뜻하고 깊은 문체를 통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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