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집을 처음 읽어보았다. 영화를 그대로 글자로 풀어놓은 신선한 감각이었다. 소설을 읽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배우의 대사와 동작들,장면의 전환등을 살펴보며 영화를 좀더 제대로 관찰할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이 책은 작가가 영화각본을 작업하며 블로그에 남긴 가록들, 각본, 각본이전의 소설버전,콘티들, 이 영화에 대한 타인의 글들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10번도 넘는 수정고를 거치며 캐릭터설정이 변하는 과정,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정하는 이야기 등을 알고 나니 영화가 한결 깊게 보이는 듯했다. 각본을 읽고 콘티를 보니 배우가 표현하고자 하는 연기를 좀더 유심히 볼수도 있었다. 화룡정점(?)으로 영화의 장면을 또다른 시야로 볼수 있게해주는 이다혜 평론가의 글까지 읽고나니 영화 한 편을 꼭꼭 참 잘 씹어먹었다는 기분이다. 작가 외에도 감독의 코멘트도 들을 수 있어서 책이 참 알차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가 서문에서 왜 오지랖넓은 어머니와 자신을 비교했는지 이해가 간다.노인의 성폭력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았을뿐 꽤나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데에서 이 책이 어렵지만 꼭 필요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 공감하는 바다. 어려운 이야기이기에 더욱 잘 소화할수 있게 이런 각본집으로 읽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만 보았다면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 장면들,표정들을 놓치지 않고 볼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조만간 69세를 영화로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