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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다정한 문장 - 카피라이터의 시선에 포착된 마법 같은 문장들
이시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지에 이 책을 들고 갔고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잠시 쉬어간 휴게소에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에서, 사각거리면서 푹신하던 침대에서 독서를 했다. 덕분이었을까. 나의 이번 여행은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나는 매력을 느낀다. 같은 의미를 담은 문장을 다르게 표현할줄 아는 능력이 내게는 마법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예사롭지 않게 여긴 문장들은 무엇일까. 나는 궁금했다.
62-63p
고등학생인 세영이는 세상이 살기 힘들다고 했다.
그 나이에 살기 힘들단 얘기는 하지 말라는 듯이 대화의 상대가 답하자 세영이가 말햇다.
"17세에게도 세상은 살기 힘들어요."
그 대사 뒤에 이어서 나온 세영이의 마음속 이야기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들려준다.
17세의 세상밖에 볼 수 없으니까.'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닥친 고민이 세상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117p
생각해보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인지.
예전에는 좋아했지만, 직업이 되고 세상과 부딪치면서
어쩔수 없이 열정이 식어버린 일인 건 아닌지.
혹시 좋아하는 일과 70퍼센트 정도 닮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좋아하는 일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일인지.
어찌되었든,
답이 'YES'라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260p
그런 생각에, 요즘 부쩍 마음이 아파온다. 나는 평생 부모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지금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내가 똑같은 속도로 살아가지 않는 이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과연? 30대의 내가 이제서야 30대의 엄마아빠를 따라잡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우리가 서로 처음부터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아빠는 천천히 나이 드셨음 좋겠다.
그래야 내가 엄마, 아빠의 마음을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책의 소개가 맞았다. 이 책은 ‘쓸데없다 느껴졌던 모든 것들이 빛이 되어 돌아올 것만 같은 글’들이었다. 17세의 고민도 인정해주고 직장인의 고민도 공감해주고 부모님을 향한 ‘미안한 마음’에도 고개를 끄덕여준다. 남들이 보기엔 우스울 것만 같아서 어디 쉬이 내놓지 못한 고민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토닥여주는 기운이 이 책에 있다.
그래서였나보다. 일상에서 무미건조하고 지친상태에서 떠난 고요한 여행지는 아무것도 안해도 행복했고 이 책을 읽어내려가는 시간은 이유없이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책속으로 잠시 쉬었다 온 느낌이이랄까.
책표지마저 따뜻했던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