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인형 사계절 그림책
이상교 지음, 휘리 그림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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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인형은 세상과의 거리감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주인공 지후가 인형 만들기를 통해 내면의 불안을 치유하는 모습입니다. 헝겊 조각을 하나하나 모아 꿰매며 인형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어쩌면 지후가 자신의 조각난 마음을 모아 새롭게 재건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지후 곁에 놓인 크고 작은 인형들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그 자체로 지후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특히 비가 내리는 장면에서 묘사된 빗방울은 지후의 불안한 마음을 두드리는 동시에, 자연이 아이를 감싸 안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책을 읽으며 지후의 섬세한 감정선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후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고 조심스럽지만, 그것이 부족함이 아닌 독특한 성장의 방식으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인형 만들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지후가 자신과 세상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맺어가는 과정으로 보였습니다. 낯선 외부 환경을 향한 불안과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이를 부드럽게 풀어내는 지후의 여정은 독자에게도 위로와 공감을 안겨줍니다.

 

 

이 책에서 자연은 지후에게 말을 거는 존재로 그려지며, 아이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하얀 꽃 위의 벌, 빗방울,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요소들이 지후의 감정을 어루만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특히, 종이에 물감이 번지듯 표현된 인형 그림은 지후의 심리적 안정과 서서히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완벽하게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열 개의 인형은 세상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세상에 다가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입니다. 헝겊을 꿰매어 인형을 만들 듯, 조각난 감정을 차분히 이어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지후의 모습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아이를 위한 이야기로 그치지 않습니다. 불안을 느끼고 두려움에 주저하며 천천히 나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넵니다. 자연의 세밀한 묘사와 번짐 효과를 통해 표현된 부드러운 그림들은 이야기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며, 독자가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 용기를 얻게 합니다.

 

 

열 개의 인형은 자신의 세계를 꿰매어가는 아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여리고 조용한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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