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유전자 라임 어린이 문학 48
김혜정 지음, 인디고 그림 / 라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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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작가의 신작 『시간 유전자』는 시간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창작 동화입니다. 이 작품은 미래 사회에서 시간 자체를 사고팔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물질적 풍요와 인간의 삶의 가치를 둘러싼 딜레마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전자 연구팀이 개발한 ‘시간 유전자 이동’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시간을 사고팔 수 있게 됩니다. 가난하거나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 유전자를 팔아 집을 마련하거나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부유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들여 더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주인공 지후의 가족은 아들의 수술비와 집 장만을 위해 시간 유전자를 팔게 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갈등과 사건이 벌어집니다. 주인공 지후는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 예나를 우연히 세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누나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지후는 처음에는 그녀를 좋아하지만, 예나가 세랑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점차 시간 유전자를 둘러싼 불법 거래와 비윤리적인 행태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미성년자들의 시간 유전자를 이용하는 불법거래소에 대해 알게 되며, 그 뒤에 숨겨진 어른들의 탐욕과 그로 인해 희생되는 아이들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시간 유전자’를 사고판다는 개념이 단순히 물질적 교환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예나는 부모님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고 그 대가로 기억을 잃게 됩니다. 이 장면은 시간이 단순한 생명 연장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경험과 정체성을 빼앗는 행위임을 상기시킵니다. 이는 결국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어도, 그 시간 안에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시간 관리사라는 직업이 생긴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간 관리와 효율성의 문제를 극대화한 설정은, AI와 기술 발전에 따라 사라지는 직업군과의 대비를 이루며 현실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이 단순한 비유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간 자체가 화폐처럼 거래되는 사회가 과연 어떤 모습을 띨지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부유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들여 늙지 않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미래를 팔아야만 합니다. 이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마지막 문장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후회하지 않게, 아쉽지 않게 꼭꼭 씹어 삼킬 거예요. 시간을 아끼지도 않고 펑펑 쓰지도 않고 제대로 쓰고 싶어요."는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유한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자신과 타인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시간 유전자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고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시간'이라는 보편적이지만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자원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말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더불어,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간이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음을 경고하며, 후회 없는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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