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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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 작가의 장편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청소년 시기 겪는 내적 갈등과 가족 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작가는 한 소녀와 그녀의 은둔형 외톨이인 엄마가 현실과 TV 속의 세계를 오가며 겪는 모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이 속한 세계와 그 안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미혼모 제갈미영과 그녀의 딸 희진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희진은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성실한 학생이지만,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은둔형 외톨이로서 집에서 TV 앞을 떠나지 않으며, 희진은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엄마는 TV 속의 세상에서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거기서 직장을 다니고,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희진은 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속한 현실과 TV 속의 또 다른 세계를 탐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희진은 자신과 친구들의 세계가 단순한 현실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새로운 친구 소미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는 반전과 미스터리로 가득 차며, 소설은 독자들을 끝없이 흥미로운 세계로 이끕니다. 또한, 소미 역시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통해, 이 소설은 현실을 넘어서는 멀티버스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설정은 희진의 엄마가 현실 세계와 TV 속의 세계를 넘나들며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두 개의 세계를 오가는 설정은 독자들에게 각자의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재고하게 하며, 또 다른 선택지와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소설 속 한 구절은 미혼모와 그 딸의 관계를 통해 깊은 울림을 줍니다.


🔖p.174

사람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가 보다. 나와 엄마는 둘 다 아팠지만, 상대가 느끼는 미세한 고통은 헤아리지 못했다. 나는 우리 세계를 떠나고 싶을 정도로 아팠던 미혼모의 상처를 몰랐고,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 아빠를 궁금해하며 악몽을 꾸는 미혼모 딸의 불안을 알지 못했다.


이 문장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 조차도 서로의 상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엄마와 딸이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서로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은 엄마와 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는 단순한 청소년 소설을 넘어, 현실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현실에서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또 다른 세상에서는 다른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됩니다. 작품 속 멀티버스 설정은 우리가 때때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상징하며, 우리 인생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희진과 그녀의 엄마가 TV 속의 다른 세상에서 각자 다르게 살아가는 이야기는 단순히 공상과학적 설정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현실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나는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깨달음은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나 자신의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엄마는 딸에게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때로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존재일 수 있죠. 희진은 엄마의 존재가 부끄럽지만, 동시에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이 복잡한 감정이 청소년기에는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이런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해 주었고, 그 덕분에 희진이라는 캐릭터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성장하는 희진의 모습이 공감되면서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책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나는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사실입니다. 그 깨달음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나를 위로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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