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하철에 두고 내린 물건을 본 적이 있다. 저걸 가지고 가서 역무원에서 줘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리 잃어버린 물건이라도 남의 것이라 만지기가 망설여졌다. 마침 내리는 역이 마지막 역이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그 물건을 눈으로 지키는 것뿐이었다. 역에 도착하고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 걸 확인한 후 지하철을 내리면서 만난 청소 아주머니께 잃어버린 물건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우산처럼 자주 잃어버리는 물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잃어버린 우산을 잠시 안타까워하지만 곧 잊어버린다. 하지만 아주 작은 물건도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어 꼭 다시 찾고 싶을 만큼 귀중한 것도 많을 것이다. 물건에는 그것을 가진 사람의 시간이 깃들여져 있다. 분실물 센터에 쌓여가지만 찾아가지 않는 수많은 물건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다루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분실물들을 보고 있으니 주인을 잃어버린 동물이나 사람들로 붐비는 공원에서 부모님 손을 놓쳐버린 아이처럼 애처로움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저 물건들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이 책은 철도에서 잃어버린 분실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 유실물 보관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실물 보관소의 직원 모리야스 소헤이와 그가 돌보고 있는 펭귄이 글의 중심이다. 펭귄이라니. 그것도 일본에서. 마치 동화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펭귄이 철도를 타고 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펭귄이 타고 다니는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노선을 펭귄철도라고 부른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처럼 내가 타고 다니는 지하철에 진짜 펭귄이 타고 다닌다면 어떨까 잠시 즐거운 상상을 해 봤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에는 4개의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고양이와 운명에서 주인공인 교코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의 유골이 담긴 가방을 잃어버린다. 그 가방을 찾기 위해 소헤이가 근무하는 유실물보관소를 방문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팡파르가 들린다는 인터넷 게임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등학생 은둔형 외톨이가 우연히 분실물센터를 방문하게 되면서 다시 현실세계로 나가는 용기를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3장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살아온 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각의 단편들에서 펭귄이라는 다소 독특한 등장 동물만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와 상처, 그것을 회복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 무척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 나갔다. 앞선 3편의 단편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히 마무리되는 것이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 장의 스위트 메모리즈는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에서 가장 궁금했던 펭귄의 존재, 소헤이가 가끔씩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또 하나의 단편인 것처럼, 하지만 그 안에는 앞선 등장인물들의 사건 이후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있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는 세 가지 맛이 나는 애피타이저를 먹은 후 먼저 먹어본 애피타이저들과 너무 잘 어울리는 또 하나의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운명에 자기 인생을 맡기면 편하겠지만 인생이 아까워.

빨간색이 도저히 싫으면 다른 가발을 선택하면 되는데 전 빨간 가발을 선택했어요. 머리 모양에 맞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는 얘기는 핑계예요. 빨간 머리가 정말 싫었다면 조금 머리 모양에 안 맞더라도 다른 가발을 선택하면 됐으니까요. 제가 선택한 거예요. 틀림없이. 빨간 가발이 좋다고, 자신이 결정한 거예요. 떠밀린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이 결정했다.....

'옮긴이의 말부터 읽는 독자도 있다고 하니 펭귄이 왜 분실물센터에 있는지 이 지면을 통해서는 밝히지 않겠다'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왜 펭귄이 센터에 사는지 궁금하더라도 이 책은 꼭 1장부터 순서대로 읽어보길 권한다. 각각의 단편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야만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의 복잡하지 않은 구조와 갈등 속에서 느끼는 진한 감동의 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은 모르지만 모두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존재라는 말처럼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그들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책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주는 존재가 되고 있다. '나토리 사와코'라는 소설가를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토리 사와코의 또 다른 이야기도 만나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 세종에서 엘론 머스크까지
고평석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처음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많은 사람들은 그 흐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지 못한 채 옛 것만 고집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고민한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현재의 변화는 현재에만 있는 사건들이 아니다. 변화의 중심이 무엇인지만 다를 뿐, 다른 시대에서 이미 일어났던 일들이 또 다른 시대인 현재에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을 뿐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그걸 미처 알아채지 못해 걱정이라면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인간은 사냥으로 매일 식량을 구하던 그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역사를 이해하고 제대로 파악한다면 지금의 이런 변화들이 절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보는 책을 읽을 때마다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역사는 단지 과거에 있었던 한때가 아니다.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현재 또한 역사가 되고 미래 역시 역사가 된다.

'제4의 물결'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제4의 물결'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지금과는 다른 엄청난 변화가 닥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는 제4의 물결을 '패러다임의 변환'이라고 이야기한다. 패러다임의 변환은 인간에게 새로운 문제를 던져주지만 역사의 흐름을 읽는다면 이런 변화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 중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있고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현재의 문제를 역사를 통해 해답을 구하는 이 책은 '제4의 물결'이니 '디지털 변화', ' 패러다임'이니 하는 어려운 단어들을 제대로 알지 못해도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세상의 빠른 변화를 미처 알아채지 못한 사람일수록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에서 알려주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스폰지처럼 더 빨리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역사 책을 보는 것처럼, 쉽게 풀어쓴 미래학 책을 읽는 것처럼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는 재미있고 유익했다.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는 현재 디지털 트렌드를 다섯 장으로 나눠 이야기한다. 각 장에 등장하는 작은 이야기들은 평소에 IT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부터 앞으로 이런 시대가 다가오지 않을까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나눴던 것들까지 변화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문제와 역사적 사실을 연결시켜 흥미롭게 들려준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관심 있는 분야부터 골라서 읽어도 좋다. 나는 책과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2장 창의성이 연결이다'부터 읽었다. 그중에서도 '지도 위에서 돈을 읽다'라는 글은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지도 앱이 가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의미들을 알 수 있어 충격적이었다. 늘 사용하고 알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느껴 아직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도 앱을 쓰면서 가끔  '왜 기업에서는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지도 앱을 운영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는 명쾌하게 알려준다. 지도 전성시대라는 지금, 우리는 묻는다. 사냥도 은신처도 필요 없는 현재에 왜 지도가 필요할까? 그 이유는 바로 현재에는 시간 절약이 최고의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도는 어떤 데이터와 결합되느냐에 따라 돈이 되고 폭발적인 정보력을 얻을 수도 있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현재 지도에 대한 이야기와 역사에서 지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읽으며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앱과 IT 제품들이 가지는 의미와 이것이 과거에는 어떤 물건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디지털'은 이미 우리 삶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고 앞으로는 디지털이 곧 인간이 삶이 될 때가 올 것이다.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는 분야부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까지 디지털화 되면서 사람의 삶은 변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디지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물론 변화하는 세상 속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디지털을 제대로 이용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기회를 획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빅데이터'에 관한 글도 있는데 세종대왕도 사랑한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빅데이터'라는 단어를 쓰고 안 쓰고의 차이일 뿐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빅데이터와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정보와 의견을 모아 정책을 결정하는데 사용했던 것 역시 빅데이터인 것이다.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여러 가지 주제들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과거에 같은 현상이 일어난 역사적인 사실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최초였지만 살아남지 못했던 수많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야기부터 문자를 통한 나라의 흥망성쇠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까지 흥미와 정보, 앞으로 어떤 세계가 올지 전망할 수 있는 시각까지 길러준다.

하지만 저자는 야속하게도 정확한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각자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알려줄 뿐이다.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 용기, 마음, 똑똑함을 얻기 위해 노란 길 끝에 있다는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오즈의 마법사는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미 도로시와 그녀의 친구들은 자신이 필요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데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뿐인것처럼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의 저자는 앞으로 닥쳐올 거대한 물결과 과거의 큰 변화를 미리 마주한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준다.

그 물결을 맨몸으로 헤엄쳐 마주할 것인지, 단단한 배를 탄 채로 기다릴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변화는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된다. 이미 지나간 수많은 기회들을 생각하며 후회하고 있다면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을 통해서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변화에서는 승자가 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7.6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일 년을 상, 하반기로 나누면 6월은 상반기의 마지막 달이다. 하지만 나에게 6월은 왠지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하는 달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봄의 따뜻함이 사라지고 여름이 시작될 때라고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요즘처럼 5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뜨는 대구에 살고 있으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샘터 6월호>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왜 6월이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6월부터 새 직장을 다닌 적이 있는데 하나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곳에서 시작하는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유가 뭐든 간에 6월은 5개월 동안 실패했던 계획이나 후회를 탁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달이다. 그래서 <샘터 6월호>를 마치 2017년의 1월호를 만나듯 설렘을 가득 안고 읽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콘텐트잡지인 샘터는 얇은 두께와 달리 매달 다양한 정보와 가슴 따뜻해지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이라는 뜻을 가진 누리달인 6월에는 그 이름만큼 신명 나고 기운찬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샘터 6월호>의 특집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복면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나 집안에서와 사회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이번 특집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내 주변 몇몇 지인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뿐만 아니라 아직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직업인 체소소믈리에 홍성란 씨의 이야기, 모르면 놓치기 쉬운 길모퉁이 근대건축은에서는 부산 장란각에 대해 알려준다. 그리고 지난달에 이어 2017 샘터상 생활수기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과학, 미술, 시, 음악까지 폭넓은 지식을 알려주는 <샘터 6월호>는 언제나 그렇듯 읽기 쉽고 유익했다.

 

 

다양한 이야기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몇 편이 있는데 샘터 에세이 코너의 '우리는 모두 제대로 철들고 싶다'라는 글이 그중의 하나이다. 손미나 씨의 이야기로 스페인 친구들과의 추억을 통해서 '철든다'라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말하는데 철없이 산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고 살았지만 이제 나이에 맞는 철이 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철든다'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브랜드 다이어리'에서는 요즘 가장 궁금했던 케이뱅크에 대해 알려줘 집중해서 꼼꼼하게 읽었다. 대한민국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케이뱅크는 그 편리함은 기존의 은행들이 절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은행 통폐합이 많이 되어 은행 업무를 보러 가도 오래 기다려야 하고 특히 나처럼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일부러 시간을 내고 은행을 찾지 않는 이상 은행 업무를 원하는 시간에 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뱅크는 굉장한 은행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듯이 아직 케이뱅크를 둘러보기만 할 뿐 이용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샘터 6월호>에서 알려주는 케이뱅크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케이뱅크를 한 번 이용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샘터에서는 공유에 대해 다양한 소식을 전해주는데 <샘터 6월호>는 홈셰어링에 대한 소식과 실제로 홈셰어링을 하고 있는 대학생과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예전 TV프로그램에서 유럽의 노인들과 지역 대학생들이 함께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이미 이런 멋진 시스템이 실행되고 있다는 것을 <샘터 6월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 더 꼼꼼한 관리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홈셰어링을 이용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샘터 6월호>의 표지는 타자기와 나비, 그리고 Dear.이라고 써 놓은 하얀 종이이다. 시원하지만 여름이 조금 섞인 이맘때쯤의 바람을 맞으며 시골집 대청마루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요하게 앉아있으니 문득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편지나 한 번 써볼까 하고 몇 자 쳐봤는데 바람이 좋아 그냥 이대로 있고 싶어 Dear만 적어놓고 마루에 벌러덩 누워버린 사람이 <샘터 6월호>의 표지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 않아 아직은 여유롭다. 표지를 보면서 느낀 그 순간처럼 <샘터 6월호>를 펴는 순간, 이곳은 시원한 바람이 부는 시골집 대청마루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V 드라마나 영화를 미리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을 보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아는 척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알려줄 때가 많다. 책 또한 그렇다. 다양한 시각으로 소개해 주는 많은 도서 리뷰를 읽고 나면 몇 권의 책을 후다닥 읽은 기분이 들곤 한다.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구절 구절을 일목요연하게 집어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완벽히 깔끔하게 줄거리를 알려주는 사람도 있다. 가끔은 영화를 소개하는 제목에 '스포일러 포함'이라고 적듯이 너무 자세한 책의 내용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는 리뷰라면 역시 '스포일러'라는 단어를 포함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물론 바쁜 일상 속에서 책 한 권 제대로 읽기는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먼저 알려주는 책 소개를 읽고 조금 더 자신에게 맞고 필요한 책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여러 사람의 리뷰를 읽으면서 재미있을 것 같아 구입하기도 하고 나와 맞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되면 리뷰만으로 만족하고 넘어갈 때도 있다. 하지만 절대 줄거리 소개와 리뷰만으로 읽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책이 있다. 책의 두께와는 상관없다. 저자의 유명도와도 관련이 없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절대 읽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 눈으로 천천히 집어가며 필요한 부분은 줄쳐가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이 있다.

몇 편의 리뷰를 조합해서 읽은 후에 '나는 <호모 데우스>가 생각보다 재미없더라,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꽤 두꺼운 이 책은 시작부터 일단 사람을 주춤하게 만든다. 그리고 인문학이니 미래네 하는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들은 특히 평소에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첫 장을 들출 수 없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호모 데우스>의 발간을 기다린 이유는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절대 몇 편의 리뷰로 알 수 없는 방대하고 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나에게 2016년 최고의 책이었다. 읽는 내내 입이 쩌억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그의 지식에 감탄했고 일반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재미있는 저자의 유려한 글 솜씨에 두 번 반했었다. 일 년 내내 <사피엔스>는 정말 최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쉽게 읽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분명 <사피엔스>는 모든 사람들이 신나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인간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살아와서 역사가 되고 현재까지 이어져 왔는지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2017년이 되었고 드디어 <사피엔스>의 뒤를 이어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가 출판되었다. 제목에서부터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명쾌하게 알 수 있는 <호모 데우스>는 저자의 전작인 <사피엔스>를 읽어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이 집중하며 읽을 수 있다.

<호모 데우스>를 읽기 전에 단어의 뜻을 찾아봤다. Deus는 신을 뜻하는 단어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이 <호모 데우스>로 바뀐 것이다. 저자는 도대체 어떤 곳에서 신이 되고자 하는 인류를 본 것일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계의 물결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막연하게 신기술이 발달했고 기사들을 통해 앞으로 변할 세상을 어렴풋이 이해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은 더 빨리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것들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 역사 속에서 반복되었고 출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미래를 막연히 예측하는 책이 아니다.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겪어온 일들을 설명한다.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함께 이야기하고 독자들을 이해시키면서 현재가 왜 이러한지, 그리고 앞으로의 인류에게는 어떤 일들이 생겨날 것인지에 대해 마치 수백 명이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는 강의처럼 질문과 대답, 반박과 논리를 자유롭게 펼친다.

세계를 정복한 호모 사피엔스부터 현재를 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와, 앞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3부로 나눠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본격적인 문제에 앞서 인류에게 닥친 새로운 의제에 관해 먼저 들려주는데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를 중얼거렸다. 기아, 전염병과 감염병, 전쟁에서 벗어난 인류에게 어떤 새로운 의제들이 생겨난 것일까? 저자는 그 자리를 대신해서 불멸에의 도전, 행복의 열쇠 찾기가 들어왔다고 말한다.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연구하는 것은 그것을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다. ~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과거를 영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라는 관점을 <호모 데우스>를 통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역사에 대한 생각이 한쪽만을 바라본 편향된 것이었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보이는 그대로만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류의 새로운 기본 의제를 던지며 저자는 말한다. "시간을 되짚어 호모 사피엔스가 누구이고, 인본주의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 종교가 되었으며, 왜 인본주의의 꿈을 이루려는 시도가 그 꿈을 해체할 수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기본 얼개이다."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줄을 쳤다. <호모 데우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줄 쳐놓은 구절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고,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호모 데우스> 안에는 이런 굉장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꼭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제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와 같은 큰 주제 안에 '2 인류세'라는 작은 주제, 그리고 그 안에 뱀의 자식들, 유기체는 알고리즘 등 다양한 지식이 담겨 있다. 짧은 단편소설을 읽듯 가장 작은 주제의 이야기부터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20년 전 일본인 관광객들은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온갖 것을 찍는다는 이유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그렇게 한다. 당신이 인도에 가서 코끼리를 볼 경우, 당신을 코끼리를 보면서 '내 느낌이 어떤지' 자문하지 않는다. 당신은 스마트폰을 꺼내 코끼리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뒤 2분마다 한 번씩 '좋아요'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확인하느라 바쁠 것이다. ~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것을 왜 쓰는가? 새로운 모토는 이렇게 말한다. "경험하면 기록하라. 기록하면 업로드하라. 업로드하면 공유하라."

21세기의 검열은 사람들에게 관계없는 정보들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쟁점에 대해 조사하고 논쟁하느라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다. 고대에는 힘이 있다는 것은 곧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오늘날 힘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무시해도 되는지 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혼돈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가운데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처음 <호모 데우스>를 읽기 시작할 때 메모지를 옆에 두고 요점과 의미들을 적어가며 책을 읽었다. <호모 데우스>를 제대로 정리해서 읽지 않은 사람들, 읽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곧 메모를 포기하고 책 읽기에만 집중했다. 내가 어떻게 요약을 하고 이해한 내용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아도 <호모 데우스>에서 말하고 있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 속의 인류에 대해 설명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를 예측하는 이 책을 단 몇 줄, 몇 페이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인류가 겪어온 일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통해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궁금하다면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가 그 답을 알려줄 것이다. 당신이 현생인류인 사피엔스라면, 그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이징, 내 유년의 빛
베이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한길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라 적고 싶은 글이다. 처음 만난 작가, 베이다오의 글은 간결하지만 담백하고 깊이가 있었다.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지만 한 글자, 한 문장에 가득 담긴 정성이 느껴졌다.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을 읽는 내내 필사가 하고 싶어 연필을 쥔 손을 끊임없이 꼼지락거렸다. <상하이, 여자의 향기>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두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를 추억하는 에세이집인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이전에 읽었던 <상하이, 여자의 향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쓴 왕안이의 <상하이, 여자의 향기>가 감성을 자극하고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라면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제목 그대로 작가의 기억과 글만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의 기억이니 그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 들려주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척 객관적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을 보낸 베이징의 옛 시절을 들려준다. 또박또박 들려주는 이야기는 저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그 이후를 살아온 사람이든 상관없이 자신만의 추억을 다시금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한 사람의 전기이자 그 집안, 도시 그리고 한 나라의 역사였다.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의 글이 마음에 들어 저자를 검색해 봤다. 중국의 저항시인이라는 베이다오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꼽는 인물로 은유와 상징적인 수법을 많이 사용해 시의 형식을 대담하게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표현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읽는 도중에 불쑥 불쑥 훅~하고 들어오는 문장들의 감동이 있었다. 시인으로서의 그만의 특징이 <베이징, 내 유년의 빛> 곳곳에도 나타나고 있다.

등불은 원래 인류가 진화했다는 표식 가운데 하나지만, 일단 진화가 시작되어 시간이 흐르면 반대로 눈이 멀게 된다.

베이징에서 유년을 보냈지만 13년 동안 나라를 떠나 아버지의 병세가 위중해 돌아오게 된 베이징의 변화된 모습에 저자는 충격을 받았다. 인생의 절반을 보낸 도시, 하지만 변화된 베이징과 함께 그의 인생의 절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글로써 자신의 베이징을 재건했다. 물론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실들은 친구와 함께 찾아내고 수정했다. 베이징에서 유년을 보냈던 사람들의 기억을 글을 통해 이 세상으로 끄집어 낸 것이다. 그래서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마치 내가 베이다오가 된 듯 그의 추억 속으로 깊이 빠져들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나의 제목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짧지 않은 글이지만 그의 글은 읽기에 어렵지 않고 친절하다. 옛 베이징에서의 추억은 그때를 살아보지 않은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겪어 온 격동기의 중국, 문화대혁명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장난감과 놀이, 낚시 등 유년 시절을 함께 해왔던 일들과 자신의 집에서 일했던 첸씨 아줌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추억까지 저자의 기억을 관통하고 있는 수만 가지 장면들 중 대표적인 18가지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내가 전혀 겪어보지 않아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사물을 통해 기억하고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내 기억 속의 물건과 그 속에 묻어있는 추억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베이징에 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냄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냄새에 관한 추억은 18가지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다. 사람마다 기억을 담아놓은 각자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듯 장면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고 당시에 누군가가 했던 말, 입었던 옷 등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냄새로 사람과 상황을 기억하는 편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처럼 자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사람에게 무슨 냄새가 났는지를 기억한다. 그래서 냄새로 베이징을 설명하는 그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겨울에 저장해 놓은 배추 냄새, 매연 냄새, 재 냄새 등이 적혀있는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 아마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그가 들려준 베이징의 냄새로 기억하지 않을까.

 

 

나에게도 베이다오의 가족사진과 비슷한 사진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의 사진첩에는 어린 시절 반듯하게 찍어놓은 가족사진이 있지 않을까. <베이징, 내 유년의 빛>에는 저자와 가족들의 사진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성장한 후의 사진까지 마치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사진첩을 들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베이다오의 추억을 공유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남긴 베이징의 잊혀진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을 읽으면서 글이 가지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남겨놓지 않으면 현실에서 절대 보지 못할 베이징의 옛 모습을 머릿속에서 다시 기억나도록 만들고 잊지 않게 상기시켜 주는 책이다.

<상하이, 여자의 향기>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적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을 읽으며 베이다오, 그의 글처럼 도시와 나의 유년에 대해 써보고 싶어졌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백 년 후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 우리를 포함해서 말이야."라는 베이다오 아버지의 말처럼 지금 나와 당신이 살고 있는 이곳도 백 년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과 물건으로 채워질 것이다. 저자의 추억 속에만 있었던 베이징이 그의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

대학시절 한 교수님은 매일 아침 베란다를 통해 동네 사진을 찍는다고 하셨다. 매일 똑같은 사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인간이 늙어가듯 도시도 조금씩 변하고 있단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진 속의 마을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건물이 들어서게 되고 예전의 모습은 교수님이 찍은 사진으로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을 읽으면서 문득 교수님의 그 말이 생각났다. 교수님이 사진을 통해 잊혀지는 순간을 남기듯이 저자는 글을 통해 이미 없어진 것들, 잊혀지고 있는 옛 베이징의 모든 것을 남겨두고 싶어한게 아닐까. 이 책을 읽는다면 한 페이지씩 글을 쓰고 한 장씩 사진을 찍어두길 바란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 현재 그리고 당신의 모습은 곧 변하고 없어질 수도 있으므로 우리는 기억하고 쓰고 남겨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