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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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래에 유망한 직업'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곤 한다.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 때가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직장 상사가 그런 말을 했다. '앞으로 10년 후면 이 직업도 없어질 거야.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시작해.'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여전히 내가 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을 거라 믿을 수 있을까?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무척 자극적이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미래에는 인간이 노동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더 이상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 없다는 의미로도 이해되었다.


노동의 시대와 앞으로 변화할 일의 가치관에 대해 설명하는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웠지만 읽기에 결코 쉽지 않은 책이었다. 3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잘 쓴 한 편의 논문과도 같았다. 물론 에세이나 소설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분명 시간을 들여 공들여 읽기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이라는 국한된 소재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를 꿰뚫어 보는 중요한 물음이 있다. '21세기에 모든 사람이 일할 만큼 일자리가 충분할까?'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앞으로 나는 이 주장과 함께, 왜 이제 '기술적 실업'의 위협이 현실이 되는지, 기술적 실업이 현재와 미래에 어떤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지 설명하려 한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를 시작하면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과는 분명 다를 것임을 강조한다. 마치 '자, 내가 하는 말들을 잘 따라와. 지금까지 네가 생각했던 가치관의 벽을 무너뜨려 주겠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를 다 읽고 나면 그런 변화의 속도를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을까.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3부로 나눠 인간의 노동에 대해 설명한다. 기술과 일의 역사에 대해 말하는 1부에서는 기술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분석하고 있다. 2부에서는 21세기에 기술적 실업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 대응에서는 교육과 정부, 대기업들이 어떻게 노동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지, 인간의 삶에서 일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로 변화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재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꾸준히 기술의 변화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며 살아왔다. 새로운 기술과 발전으로 인해서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물론 아직까지 우려하던 대량실업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안심한다. 과연 그럴까? 오직 '일자리'만을 보면 변화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다른 요소들도 고려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이세돌이 AI인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모습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AI에 의해 쓰인 소설을 봤던 순간이었다. 창작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AI가 쓴 글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인공지능은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발전되었고 발전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생겼을 때가 말이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에서는 AI의 발전과 인간의 노동에 대해 추측해 본다. 물론 현재 많은 기계들이 인간들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인간이 고용된 모든 자리에 기계가 서 있는 날이 오지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계속 바뀌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업무를 대신한다는 것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의 세계는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서서히 줄어들 뿐이다. 대체하는 힘이 보완하는 힘을 나날이 앞질러 두 힘의 균형이 더는 인간에게 유리하지 않으면, 인간의 노동을 찾는 수요가 서서히 줄어든다.


인간에게 일은 소득을 얻는 수단을 넘어서 만족하는 삶을 완성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AI에 의해 사람들이 더 이상 일에 얽매여 있지 않고 여가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인간들은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빈대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신만의 여가 생활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고도 한다. 삶의 의미와 일의 관계에 대해 전혀 다른 두 가지 관점 중 당신은 어떤 쪽에 더 가까운가?


겪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니 우리는 이미 천천히 달라지고 있다. 노동의 시간이 줄어든 이유에는 정책이나 책에서 말하는 기계화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노동이 완벽하게 바뀌지 않았을 뿐, 노동의 시대는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인간의 노동의 시대가 끝나기 전에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든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때가 곧 온다라는 정보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본 일의 미래와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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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 -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바꿀 발칙한 전략과 혁신
이승훈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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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플랫폼 속에 살고 있다. 잠시라도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은 반문할 수도 있다. '도대체 플랫폼이 구체적으로 뭐길래? 플랫폼 속에 살고 있다고 하는 겁니까?'

자, 그럼 먼저 플랫폼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자.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이전부터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전 세계적 기업들이 사업하는 방식을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칭한다. 구글의 검색 플랫폼, 페이스북의 미디어 플랫폼, 아마존의 상거래 플랫폼,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은 참여자들을 끌어들일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도구와 참여자들이 동의하는 요소가 있어야 성립이 된다. 또한 모든 참여자들은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방식이다.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에서는 중국 플랫폼에 대한 설명에 앞서 플랫폼의 경쟁 방식이나 어떻게 돈을 버는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은 기존의 플랫폼 강자인 미국과 함께 플랫폼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플랫폼에 대해 비교하면서 소개한다. 중국은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미국과는 조금 다른 플랫폼의 세계이다. 중국이 경제 강국이 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중국의 다양한 플랫폼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세계 경제 변화는 대비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책에서는 여려 분야의 중국 대표 플랫폼을 소개하는데 첫 번째는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알리바바'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의 경쟁 상대는 미국의 이베이였다. 하지만 이베이는 중국 진출 2년 만에 중국에게 퇴각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타오바오 이전에 있었던 알리바바닷컴에 있었다. 물류정보시스템, 상거래은행의 등장, 신용카드를 대신하는 시스템 등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에는 우리가 알기 힘든 중국 플랫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변화 흐름에 대해 알 수 있다.

많은 플랫폼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또 다른 새로운 플랫폼들이 나타난다. 중국의 네이트온인 QQ,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중국의 위챗 등을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중국만의 고유한 특성이 보인다.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두를 통해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는 바이두는 현재는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에 속한다. 하지만 그들의 변화가 플랫폼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중국의 인공지능 분야가 얼마나 발전할지 궁금해진다.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우버는 이미 유명한 플랫폼이다. 중국에도 우버처럼 승차 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이 있다. 전 세계적인 플랫폼인 우버가 중국의 디디추싱에게 졌다. 디디추싱은 어떻게 우버을 이겼을까? 그 답은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에 있다.

미국의 도어 대시, 한국의 배달의 민족은 음식 배달 플랫폼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음식 배달 플랫폼으로 메이투안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플랫폼과 달리 중국의 메이투안은 음식점 뿐만 아니라 음식점에 대한 평가, 대금의 결제, 음식점 마케팅, 음식 배달 등 모든 것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 상거래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보이는 플랫폼인 핀둬둬와 샤오홍슈, 중국의 넷플릭스 아이치이등이 있다.

우리는 미국의 플랫폼에 익숙해져 있다. 나 역시도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을 통해 중국 플랫폼 시장의 거대함과 빠른 성장세에 놀랐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플랫폼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매일매일 빠르게 변하는 플랫폼 세계는 전쟁과 다르지 않다. 플랫폼의 나라인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가 바로 옆에 위치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중국의 플랫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플랫폼의 깊숙한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더욱 낯선 중국의 플랫폼에 대해 가감 없이 알려준다.

변화는 순식간에 다가온다. 변화를 말할 때 파도가 덮친다거나 다가온다 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파도가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을 통해 앞으로 밀려 올 중국 플랫폼에 대해 먼저 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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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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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 내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주인공인 '콜린 싱글턴'에게는 인생 최악의 순간이겠지만 나에게 그 순간들은 너무나도 찬란하고 귀엽게만 보였다.

내 손가락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라고 했던가.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를 읽으며 그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남들보다 많이 똑똑한, 그래서 더욱 자신의 울타리에서만 살고 있는 콜린이 그곳을 벗어나는 과정은 생각보다 꽤 스펙터클했다. 그렇다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거나 온갖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것은 아니다.

잠깐! 자신을 차 버린 여자친구를 잊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장소인 '것샷'에서의 일들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유명한 신동인 콜린 싱글턴 은 최악의 날을 맞이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였기 때문이다. 콜린이 만난 여자친구는 열아홉 명, 그리고 그녀들의 이름은 모두 캐서린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찬란히 빛나야 할 그 순간, 콜린은 실연의 아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런 콜린은 일으켜 세운 사람은 바로 그의 친구인 하산이었다. 목적지 없는 자동차 여행을 떠나기로 한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것샷'이라는 낯선 장소.

콜린과 하산은 우연히 것샷의 스토리를 수집해 오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것샷 생활이 시작된다. 둘에게 소소하지만 매일 새로운 사건들이 생겨나고 콜린은 것샷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열아홉 명의 캐서린에 대한 공식을 정리해 간다.

 

청소년기를 막 벗어난 소년의 성장기인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는 특이한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관계를 그래프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수십 개 언어를 말하고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신동, 콜린의 특성을 잘 나타내 주는 그래프는 동시에 영재라는 틀 안에 갇혀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치는 안쓰러움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어김없이 그녀들에게 차인 콜린. 그는 끊임없이 캐서린들에 대해 공식을 찾으려고 한다. 열아홉 번째 캐서린을 잊기 위해 시작한 여행, 우연히 들른 것샷 그리고 꽤 독특한 아르바이트와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지만 콜린은 언제나 정리에 매달렸다. 그런 콜린의 모습이 한편으로 무척 안타까웠다.

 

순간 그 어떤 수학적 정의로도 해석될 수 없는 미래가 콜린의 눈앞에 펼쳐졌다. 무한한,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리고 아름다운 미래. "유레카." 콜린이 말했다. 그의 생애 첫 속삭임이었다.

주인공은 신동이다. 낯선 장소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는 편집증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차 버린 여자친구와의 공식을 만들려고 한다.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는 스릴러 소설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성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열아홉 살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꽤 묵직해 보이는 사건들은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소소한 일상의 한 부분처럼 표현되었다. 별것을 별것 아닌 것처럼 물 흐르듯이 이야기하는 존 그린의 스토리텔링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콜린은 열아홉 명의 캐서린에 대한 공식을 완성했을까? 그는 왜 '유레카'를 외쳤을까?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고 스무 번째 캐서린을 만났을까? 이 모든 게 궁금하다면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여 여행을 떠나는 콜린과 하산의 자동차 뒷좌석에 앉자. 그리고 그들의 즉흥 여행을 따라가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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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 오직 ‘나’다운 답들이 쌓여 있는 곳, 그 유일한 공간을 찾아서
앤디 퍼디컴 지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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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배우며 명상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이전부터 명상을 해보고 싶었지만 뭔가 어색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어 매번 시도만 하다가 끝나곤 했다. 물론 처음 요가를 할 때도 수련 후 마지막 5분, 잠깐 하는 명상은 요가 수련 시간 중 가장 어색한 순간이었다.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했던가. 이게 과연 명상일까?라고 생각했던 잠깐의 숨 고르기가 어느새 요가 수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명상을 해야지' 마음먹고 앉아서 명상 수련을 하지는 못한다. 여전히 어떻게 명상을 해야 하는지, 내가 하는 잠깐 동안의 숨 고르기가 과연 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명상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읽게 된 책이 바로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였다.  


제목이 강렬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답을 들려줄 것만 같았다. 명상에 관심이 있을 때부터 이런저런 책을 찾아 읽어봤지만, 나처럼 초보에 홀로 명상을 시작해 볼까 하는 사람에게는 뜬구름을 잡는 식으로 설명하는 책들이 많았다. 


새벽에 일어나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정신없이 직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때가 대부분이다. 명상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는 사람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다. 조용한 방에 앉아 하루의 정신없음을 털어 버리고 오롯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나는 지금 몹시 지쳐있는데 말이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리에 앉아 가부좌로 앉아야 하나? 명상에 필요한 조용한 음악이라도 틀어놔야 하나? 털어버리고 싶어서 하고 싶은 명상을 위해 일단 무언가를 준비하고 쌓아야 하는 것 같아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이런 나에게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한 때>는 지금, 그 자리에서, 단 10분이라는 짧은 명상을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방법론적인 설명과 함께 왜 당신이 명상을 해야 되는지를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줘서 명상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척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의 저자인 앤디 퍼디컴은 파란 눈의 스님이다. 대학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하던 중 히말라야로 가서 명상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인도에서 티베트 불교 승려가 되었으며 2004년에 환속을 하여 명상법과 마음 챙김을 강연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작가는 서론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지도를 갖고 있는 것과 길을 가르쳐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은 천양지차다'. 이 책은 명상을 통해 삶을 바꾸고 싶은 당신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책은 크게 명상과 마음 챙김 이 주는 좋은 영향과 어떻게 명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명상 연습을 통해 처음 명상을 시도해 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다.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를 다 읽은 후에 책에서 알려주는 명상 연습을 따라 해봐도 좋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잠깐 동안이라도 작가가 말하는 대로 명상을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알려주는 명상 연습 1의 첫 문장이 바로 '지금 시도해 보라'이다. 명상을 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나'를 위해 시작하는 명상인 만큼 '지금' 당장 내 마음을 알아차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작가의 설명을 읽으며 명상의 좋은 점도 알았겠다 아마 당신은 고개를 끄떡이며 나도 오늘부터 명상을 시작해야지 마음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장문의 설명을 읽는 사이사이에 명상 연습을 따라 해 봤지만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책을 읽어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명상을 포기하는 당신을 위해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에는 '10분 명상'을 구체적으로 따라 할 수 있게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짧은 2분 명상보다 조금 더 명상에 집중할 수 있는 10분 명상을 요약과 심화로 나눠 누구나 차분히 명상을 즐길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준다. 명상에 정답은 없다. 잘못되거나 나쁜 호흡은 없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펴보는 것. 그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명상이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 순간'은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먹기, 차 마시기, 설거지하기 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위 안에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마음을 챙긴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것, 알아차린다는 것의 의미다. 


명상은 직접 실행할 때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하루에 10분이 길다면 작가처럼 양치하는 3분 동안이라도 좋다. 규칙적으로 명상을 해야지만 명상의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시도할 때 우리는 실행할 방법도 필요하지만 실행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나를 비롯해 멍석을 깔아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초보자들을 위해 작가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명상은 어디서 하는 것이 좋을까? 명상을 할 때는 무엇을 입고 하는 것이 좋을까? 어떤 자세로,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눈을 감고 있어서 시간을 알 수 없는데 시간을 재는 것이 좋을까? 등 명상하기에 앞서 소소하게 궁금했던 것들을 알 수 있다.   

책의 제일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명상 다이어리'가 첨부되어 있다. 10일간의 명상을 기록하는 곳으로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예와 아니오의 짧은 문장과 대답이지만 내가 과연 명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에서는 명상에 대한 정답, 획일화된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왜 명상을 해야 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명상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라기 보다 어떤 방법을 하든 상관없지만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를 강조하고 있다. 


'명상을 한다'라는 것은 어떤 행위에 대한 정의가 아니다. 그것은 오직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를, 내 삶을 조금 더 진솔하게 살펴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명상의 순간을 느껴보지 못한 당신은 내게 묻는다. '그래서 도대체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그랬듯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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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몇명 스토리 1
윤종문 지음,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총몇명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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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유튜브 채널 '총몇명'. 단순하지만 다소 괴상한 그림체와 랩을 하듯 빠르게 내뱉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뭐지? 이 만화는..'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어느새 구독을 누르고 무섭지만 재미있는 총몇명의 만화를 기다리게 되었다.


총몇명의 애니메이션은 유려하거나 화면을 꽉 채운 만화가 아니다. 하지만 병맛 코드를 좋아하는 나는 총몇명의 이야기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러니 즐겨봤던 유튜브 총몇명의 애니메이션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는데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지


구독자 226만 명의 유튜브 콘텐츠인 '총몇명'은 애니메이션이다. 굳이 장르를 구분 짓자면 책 소개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장르이다. 코믹부터 시작해서 SF, 호러, 병맛까지 모든 장르가 들어있는 총몇명의 이야기. 한번 읽고 덮기보다 두어 번 읽으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먼저 알려주고 싶다.


<총몇명 스토리>에는 총 7화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복합 장르 애니메이션답게 1화부터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총몇명에는 병맛이나 개그 코드도 있지만 그보다 공포와 미스터리 요소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피식 웃지만 동시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또는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라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총몇명 스토리>는 주인공 민모리,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괴기한 일들에 관한 내용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는 주인공 민모리의 미스터리한 일상의 이야기는 1'공포의 수능 괴담'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전교 꼴등이 수능 만점을 받았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학교 괴담. 주인공 민모리 역시 수능 전날 그런 괴담에 대해 들었고 꿈에서 악마를 만나게 된다. 조건을 걸고 수능 만점을 받게 해주겠다는 악마와 계약을 하는 민모리. 과연 민모리는 수능 만점을 받고 악마의 계약 조건을 실행했을까


유튜브 채널로 보는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은 빠르게 대사를 이어간다. 동영상이라는 특성상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있지만 책은 내 속도에 맞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인지 유튜브로 볼 때 보다 책이 조금 더 무섭고 미스터리하며 재미있었다.


만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총몇명 덕후능력평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숨은 복선 찾기 등은 총몇명 스토리의 재미를 더해준다. 꼼꼼하게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치들이 튀어나왔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앞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다시 읽기도 했다. 각각이 하나의 에피소드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단서 하나 허투루 읽을 수가 없는 <총몇명 스토리>였다.


유튜브와 책, 두 가지로 만나 본 <총몇명 스토리> 중에 어느 게 더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책이 더 좋았다고 말할 것이다. 티키타카 대사를 주고받는 동영상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글로 읽는 편이 더 집중되고 꼼꼼하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떻게 만나더라도 무섭고 재미있는 병맛 코드를 즐길 수 있는 <총몇명 스토리>. 하루 일과를 마치고 부담 없이 킥킥 웃으며 읽고 싶은 만화를 찾는다면 <총몇명 스토리>의 민모리의 모험을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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