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물들 - 작고 하찮고 사랑스러운 아홉 누에와 집사의 여름 한 철 동거 일기
안은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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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지우개똥같던 아홉마리 누에를 얼결에 맡아 ‘어쩌다 집사‘가 된 숲해설가가 시나브로 누에덕후, 누에집사, 누에광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유쾌한 생태에세이. 알에서 나방까지 고작 50일의 짧은 생을 보내는 누에의 찬란한 성장기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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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물들 - 작고 하찮고 사랑스러운 아홉 누에와 집사의 여름 한 철 동거 일기
안은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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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누에는 즐겨먹는 술안주 번데기의 전신인 애벌레... 명주실을 뽑아내는 익충 정도였고, 당연한데도 그 누에가 자라서 나방이 되는 줄은 몰랐다. 어느날 돌연 아홉마리 누에를 입양한 숲해설사는 지우개똥 같던 누에에게 뽕잎을 상납하며 나날이 통통해지고 나름의 이목구비(랄까, 그저 주름이랄까, 다소의 마디랄까)가 생기는 누에에게 홀딱 반하게 된다. 


"으에 애벌레같은 걸 왜 키워?"라는 주변의 반응에도 작가는 점점 이 꼬물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거두는데 진심이 되어가는데,  시나브로 덕통사고에 빠져드는 과정이 너무너무 웃기다. 


책상을 뒤져 넓적한 붓 하나와 OHP 필름을 찾아냈다. 뽕잎 한 장을 찢어 넣어주고 누에들이 먹이에 몰려간 틈을 타 붓으로 조심스레 똥을 쓸어모았다. 적당히 자른 OHP 필름을 쓰레받기 삼아 똥을 걷어내고 바닥에는 키친타월을 깔았다. 둥지가 이보다 더 보송보송할 수가 없었다. 깨끗한 둥지에서 쉬고 있는 누에들을 보니 뿌듯함이 머리끝까지 밀려왔다. 그러나 자부심은 곧바로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누에 똥 청소가 이렇게 기뻐할 일이란 말인가. (47쪽)

생략된 누에 기르기 주의사항은 열개쯤 되었다. 손은 반드시 수돗물로 비누 없이 씻을 것, 잠깐 지켜봤을 뿐인데 한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고 나를 원망하지 말 것, 혹시 누에에게 말을 걸고 싶거나 별명을 붙여주고 싶거들랑 애벌레랑 산다고 나를 놀렸던 일을 사과하길 바람.(64쪽)


책을 읽다 문득 이 지우개똥의 미래가 궁금해 누에나방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나비며 나방류의 얼굴을 처음 봐서 이기도 하지만, 팥알 같은 눈이며 마스카라를 올린 듯 화려한 더듬이, 토끼털 망토라도 쓴듯 하얀 털에 덮힌 모습이 귀부인 같은 녀석이었다. 고작 50일만에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 그리고 완성체인 나방으로 매번 이토록 완벽하게 다른 변신을 하는 생물이라니! 누에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물들’은 짧고 찬란했던 여름을 온전히 아홉마리 누에에게 내준 신실한 누에집사의 연서다. 숲해설가인 작가는 주말이면 기꺼이 누에를 먹일 뽕잎을 따느라 심마니가 되어 숲을 누볐고, 이마만 보고도 아홉마리 누에(토마스, 소피, 흰둥이, 막냉이, 회오리 등등)을 구분하는 누에 광인이 된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상대라는 세계를 속속들이 탐색하게 된다. 작가는 사랑하는 누에의 과거를 뒤진다. 조선시대에는 매년 중전이 친잠례(누에치기를 기념해 올리는 제례)를 올리는게 중요한 행사였다.  


누에는 우화되기 전 입에서 가늘고 반짝이는 액체를 뿜어내 고치를 만드는데, 이를 뽑아내면 명주실이 되고, 명주를 엮어 짠 것이 지금도 최고급 섬유 중 하나인 비단이다. 실크로드의 기원이 되기도 한 누에의 일생에 동참하며 작가는 기꺼이 잠모(누에치는 사람)의 사명감에 고취된다. 삽화로 등장하는 누에들은 중간중간 '누에적' 관점으로 말을 건다.

우리 조상의 입에서 나온 실로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나왔대. 태양과 비바람에 5년은 족히 말린 오동나무와 누에고치 실이 만나 우륵의 가야금이 탄생한 거라고. 일의 시작이라는 뜻의 ‘실마리’도 우리로부터 나왔지. 옛날엔 고치의 실마리를 잘 찾는 사람만이 누에치기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었어. 우리는 오랫동안 사람들 가까이에서 친근하면서도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이 말이야. (203쪽)

50여일간 꼬물대던 누에의 일생을 함께한 작가는 그 특별한 시간이 준 깨달음을 고백한다. 손톱만 한 동거충들은 이름과 개성을 가진 누에들로 한 생을 살다가 가을이 오기 전 차례로 은사시나무 아래 묻혔다. 아홉 누에 중 가장 늦되던 막냉이가 애벌레 시절 요람이었던 뽕잎 위에서 마지막 숨을 뱉을 때는 저절로 울컥한 심정이 된다.

누에나방들이 정해진 바대로 생의 규칙을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점점 어떤 숭고함에 사로잡혀 갔다. 우리는 하나의 생명으로 세상에 나와 소멸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다는 삶의 준엄한 질서를 배웠다. 고명한 학자의 저술이나 냉철한 선각자의 강의에서가 아닌,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누에나방 따위에게 정통으로 저격당한 인생의 준비였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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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네이버다 - NHN Paradigm, It's NAVER
윤선영 지음 / 창조적 지식 공동체 싱크SYNC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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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네이버의 첫인상은 지금은 없어진 MBC 퀴즈프로그램 '퀴즈가 좋다'의

인터넷검색찬스 녹색화면으로 떠오른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는 엠파스, 야후,

알타비스타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포털이었고,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퀴즈

도전자가 네이버를 이용해 원하는 검색결과를 찾지못해 헤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며 "저렇게 검색이 잘 안되는게 매주 방송에 나오니

저 회사 큰일났다"하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지않아(네이버로 검색해보니 그 프로그램은 2003년

3월~2004년 10월까지 방송됐다.) 네이버는 일약 국민포털으로 떠올랐다.

그 어리버리하던 네이버가 어떻게 1등이 되었을까. 게다가 그 1등도 보통 1등이

아니라, 신문과 방송까지 모두 집어삼키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거대포털이 됐다.

만년 4위 네이버가 대체 왜, 그러고 어떻게, 이 놀라운 신화의 주인공이 된걸까?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의문점을 가진 한 기자가 쓴 책이다.

8년동안 NHN을 취재했던 그녀는 네이버가 이제 막 포털로서 출발하던 시절,

꿈많은 청년이었던 CEO 이해진의 이야기로 이 흥미로운 디지털오디세이를

시작한다. 내 책장에는 '읽다 말았음' 혹은 '중도포기 후 다시읽을 엄두 안남'으로

남겨진 경영서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책들과 이 책이 가장 달랐던 점은 내가 책을

잡자마자(일단 문고판이라 손에 쏙 들어온다) 단숨에 완독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의 등에 올라 세상을 구경하는 소피처럼,

나는 이해진의 어깨 너머로 2000~2007년이라는 격정의 닷컴시대를 훑어내렸다.

잘 씹어서 입에 넣어주는듯 쉽게 적힌 디지털용어들과 그에 대한 작가의 꼼꼼한

재해석과 설명 덕분에 책은 그야말로 쏙쏙 읽힌다. 매일 네이버를 사용하면서도

몰랐던 NHN의 창업주 이해진의 매력적인 면면도 이 책의 큰 재미 중 하나다.


또하나의 즐거움은 이 책을 읽으며 인터넷에 눈떴던 대학시절부터 직장 8년차인

지금까지의 시간을 더듬어보는 재미였다. 컴퓨터의 탄생, PC통신, 인터넷의 출현,

카페와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NHN의 성장과 함께하는 시간적 배경은

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은 생생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1995년 대학에 입학해 처음 한메일 아이디가 생겼을 때의 두근거림,

1996년 처음으로 나우누리를 통해 채팅방에 들어갔을때의 흥분됨,

2000년 엠파스에서 처음 문장검색이라는 것을 하면서 느꼈던 짜릿함,

2001년 프리챌에서 무라카미하루키 동호회에 가입했을 때의 설레임,

2003년 지식in에 올라온 기묘한 질문과 더 기상천외한 답변을 읽었을때의

그 느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환상의 문을 삐걱 연듯한

그 신비롭고 즐겁던 기분.

 

그 모든 개인적 경험도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며 아스라이 떠올랐다.

NHN이라는 기업이 마치 하나의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머릿속에서

펄떡이며 살아움직이고, 단순한 사실에 불과했던 무수한 숫자와 시간들이

거대한 맥락으로서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맥박을 불어넣었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지식을 갖는 세상'을 꿈꿨던 한 젊은이의 모험이야기다.

또한 이 책은 2007년 현재 네이버를 통해 가장 앞선 포털서비스를 이용하고,

동시에 지상에 없던 인터넷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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