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값 미술사 - 부자들은 어떤 그림을 살까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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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투자적 가치가 있다, 어떤 그림의 경매가가 최고점을 찍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데, 그럴 때마다 억 소리(그것도 수백, 수천억) 나는 그림들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그런 그림들의 값어치는 어떤 요인에 의해 정해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런 호기심과 궁금증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대놓고 그림값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 <그림값 미술사>의 목차를 보면 크게 그림값의 결정요인을 9가지로 나누어 놓았고, 본문에서는 그에 해당하는 몇 가지 그림 이야기를 모아 재미있게 풀어낸다. 



'희귀성'과 '미술사적 가치', '컬렉터의 취향' 등 예술성에 기인한 요소도 있고, '투자의 법칙', '구매자의 경쟁심', '명작을 살수 있는 마지막 기회' 처럼 경제적 그리고 마케팅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에 관한 요소가 특히 흥미로웠다. 'VIP의 소장작'(누가, 혹은 어느 곳이 소장했는가), '스타 화가의 사연 많은 작품', '뜻밖의 행운' 등의 제목을 붙인 파트의 이야기를 보며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하고 소장할 때 그 그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사연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림값의 의미가 단순히 '재료비+인건비'였던 과거와는 달리 인건비가 곧 개별 화가의 솜씨(기술과 감성, 아이디어 등)에 따라 차등을 보이고 미술사의 흐름과 더불어 곧 창조성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된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현대미술에 와서 화가의 창조성은 단순 재료비와 인건비의 몇배에서 수백배까지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그림값, 즉 경매의 낙찰가로 증명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그림값의 비밀, 그리고 그를 설명하기 위해 언급된 수많은 명화와 화가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또 이야기와 더불어 책에 수록된 풍성한 삽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명화를 보며 이 그림이 왜 비쌀까? 하는 호기심을 가졌던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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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강하다 래빗홀 YA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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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좀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좀비가 나타난 태전 지역에 대해 정부는 65세 이하의 사람들만을 대피시키고 그 지역을 봉쇄 조치할 것을 결정한다. 일이 있어 잠시 지역을 벗어난 곳에 있던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주인공 하다는 대피할 시간이 있었지만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할머니와 함께 그곳에 남아있기로 결정한다.





하다는 정말 매력적인 주인공이었다. 부모님의 불화를 겪었지만 대신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부모님의 이혼으로 다시 할머니와 살게 되는 상황을 오히려 반긴다. 기본적으로는 까칠하고 경계심이 많은 성격의 하다였지만, 곧 위기 상황에서 할머니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줄 알고 마을의 마당발이자 큰언니인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상냥함과 듬직함을 두루 배워간다.


재난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상황 속에서 하다의 듬직한 울타리 안에 들어가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처음 그 안에 들어온 건 같은 학교 학생이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이은우였다. 은우는 똑똑한 머리와 잘생긴 얼굴을 겸비한 학교 안의 인기인이었는데, 학교 경비원이었던 할아버지가 좀비로 변해 아수라장이 된 학교에서 위기에 처한다. 은우가 좀비를 피해 도망치지 못하는 상황임을 눈치챈 하다는 은우를 둘러업고 순식간에 학교를 벗어난다. 마치 히어로처럼. 이후 동갑내기 두 사람은 둘 다 각자의 성격대로 능력대로 제 몫을 해내는데 두 사람의 티키타카와 대화, 콤비 플레이가 꽤 귀여웠다.


"핸드폰도 놓고 왔어? 그러면 아무것도 못 들고 온 거야?"

"어. 너만 들고 왔어."

"앗......"

이은우의 하얗고 투명한 볼에 홍조가 생겼다. 아이들의 찬양에도 친절하게 웃기만 하길래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근데 왜 빨개지는 거지? 내가 얼굴을 빤히 보자 더 당황했는지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

- 본문 중 33p


이 세계관에서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원인불명이지만 좀비로 변한다. 소리에 반응하고 창백한 피부에 멍한 표정을 짓고 배회하는 등 우리가 아는 좀비의 특징을 가졌지만 좀 다른 면도 있다. 공격당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서 인지 그들의 겉모습이 멀쩡했을 때의 겉모습과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좀비가 되기 전 자신의 신체적 특징(느리다, 관절이 좋지 않아 계단을 잘 오르지 못한다, 관리를 잘 한 경우 청년과 다를 바 없다 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

봉쇄된 지역 안에는 하다처럼 나이가 많지 않아도 저마다의 이유로 남은 젊은 인구들이 꽤 있다. 하다는 아파트와 마트를 오가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 중에는 악인도 호인도 있다. 이전과 한결같은 이들도 정반대로 돌변해버린 이들도 있다.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니 섣불리 다가가지 않고 경계하며 우회한다. 마찬가지로 여러 좀비들과도 마주하게 되는데 하다에게는 그들이 좀비나 괴물 같은 존재라는 게 와닿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경계하고 있지만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그들을 함부로 공격할 마음조차 먹지 못한다. 그래서 늘 하다의 선택은 빠르게 달려 그들에게서 멀어지는 것뿐이다.

고립된 지역에서 머무는 한 음식은 점차 떨어질 것이고, 하다의 할머니도 좀비로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양한 불안요소를 지닌 채로도 그들은 서로 도와가며 행복한 이벤트를 찾아낸다.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지 알 수 없는 변수가 너무도 많지만 하다와 할머니와 함께 식구가 되어버린 등장인물들은 꽤 씩씩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게 감동적이다.

작가의 말을 보며 김청귤 작가님이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꼭꼭 알차게 담겨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해서 더 솔직하고 희망차게 그려낸 재난물. 술술 읽히고, 달리는 강하다의 매력에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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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책고래숲 9
강태운 지음 / 책고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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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는 다양한 그림들을 소개받을 수 있고, 그 그림과 화가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저자의 감상법을 배우거나 감상하는 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어서 좋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의 저자가 여는 글에 제안한 '화삼독(畵三讀)'이라는 감상법에 동했고,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그림들이 취향에 맞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림은 세 번 읽어야 한다.

그림을 읽고,

작가와 그 시대를 읽고,

마지막으로 나를 읽는다.

(여는 글, 14-15p)



본문에서는 28가지 명화를 다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고흐, 고갱, 폴 세잔, 프리다 칼로, 천경자, 박수근, 김환기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들의 작품이 줄지어 나온다. 에바 알머슨, 다비드 자맹 등 비교적 최근 국내에서 전시를 볼 수 있었던 화가들의 이름도 보인다. (참고로 표지의 그림은 다비드 자맹의 '사랑(Amour)'이라는 작품이고, 이 책의 제목은 이 그림에 대한 꼭지의 제목과 같다.)



본문 하나당 하나의 그림만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같은 작가의 다른 그림이나 관련된 다른 작가의 그림을 더해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론 추상에 대한 감상이 어렵고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했는데 은근 비중이 있어서 좋았다. 파울 클레의 작품 '황금물고기'에 대한 글인 일곱 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독서법을 적용해 마무리한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본래 알고 있던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다시 보는 것도 좋았지만, 몰랐던 화가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좋았다. 70세에 처음 캔버스를 만나 죽기 직전까지 8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는 크느그와레예의 이야기나, 자연과 종교의 결합을 그리며 인간의 존재를 작게 보았던 프리드리히가 결혼 후 인물(자신의 사랑스러운 아내를 포함하여!)을 중심에 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28가지 작품과 28명의 화가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방법대로 써 내려간 감상을 가볍게 따라가며 자신만의 감상을 하나씩 더해가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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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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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운영하고 열심히 읽고 쓰는 나날을 공통점으로 하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를 다듬어 낸 책. 본래 전달에 시간이 걸리는 편지글이지만, 일상에서 메시지도 주고받고 가끔 직접 만나기도 하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는 그 거리감이 매우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짧지 않은 일 년이란 시간 동안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았다고 한다. 그들의 편지는 책을 매개로 채워진다.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일상이나 책방 혹은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떠오른 책이나 문장들은 무엇인지, 책태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등등.


기본적으로 읽고 쓰며 사는 삶을 지향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서로의 첫만남을 언급하며 조심스레 시작된 첫 편지 이후로 두 사람의 편지는 금세 활기를 띠고 수많은 책과 문장들을 언급하며 자신의 경험과 삶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글의 종류가 마감과 분량을 정해두고 쓰는 원고가 아니라 약간의 친밀감을 더해가며 쓰이는 편지라서인지 두 사람의 글은 확실히 편해 보인다. 읽기 쉬웠고 두 사람의 일상, 취향, 생각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책의 제목 때문에 몇몇 글들은 격렬하게 주고받는 논쟁도 있을까 살짝 기대(?) 했는데 글의 내용들은 각자의 일상과 고민으로 치열하긴 했지만 평화로웠다ㅎㅎ​





서로가 언급하는 주제와 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나도 함께 그 책들에 혹해 작가와 제목들을 메모해가며 읽었다. 서로에게 남긴 질문에 마치 내가 질문은 받은 양 나의 대답을 더해 적어보기도 했다. 함께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책들을 소개해 주는 편이라, 적어둔 많은 책들을 혼자 읽는 것보다 나도 독서모임에서 친구와 함께 읽고 싶었다. (책의 맨 뒤에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리스트업이 되어있으니 참고.)



10대에는 과목 중 문학을 좋아했지만 책을 찾아읽는 사람은 아니었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독서량을 늘리고 책과 도서관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되었다. 20대 이후로는 귀하다는 책 친구를 소중히 여기며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만족했고, 요 몇 년 사이에는 친구들을 끌어들여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책을 사이에 두지 않아도 소중하고 감사한 친구들이지만, 책을 통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더 깊이 있는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을 보며 친구들과 주고받는 '책편지'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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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선생님, 내일은 뭐 할 거예요? - 20년 경력 도서관 사서가 들려주는 ‘도서관 프로그램의 힘’
이연수 지음 / 니어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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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어린이 도서관에서 20년간 사서로 일하며 운영하고 참여했던 프로그램들에 대한 기록들을 정리한 책.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는가? 영화관람이나 작가를 초대하는 북 콘서트, 문화공연을 위주로 하는 미니 콘서트나 취미활동을 독려하는 여러 프로그램들 및 동아리활동까지 꽤 다양한 것들이 떠오른다. 나는 어릴 때보다 성인이 되어서 도서관을 더 자주 다녔고 그래서 성인들 대상으로 하는 미니 콘서트나 취미개발 프로그램들에 더 익숙하다. 하지만 가끔 이건 성인 대상으로도 수업해 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해버릴 정도로 아이들을 위해서도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는 건 안다.



차례를 보면 '도서관 프로그램은 ㅇㅇ이다' 라는 제목을 달고 책은 총 4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1장은 '책'과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비교적 익숙한 내용이었고, 2장은 '사람'이 모여 공연을 완성하고 체험해 내는 활동이 많았다. 도서관에서 어떤 공연을 이용자에게 제시할 때 어떤 단체를 초정해 완성된 공연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용자들 중 참여자(자원활동가)를 모집하고 직접 연극(동화극, 인형극, 그림자극 등)을 준비해 무대에 올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3장에서는 후원금 모집, 민간단체 설립 등 도서관을 배경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도서관을 더 나아가고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활동의 주역으로 활동한 예와 도서관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은 도서관 프로그램 참여자이자 모임의 회원이었던 지역주민들이 더 나아가 하나의 단체로 독립하거나 더 큰 역할로서 '성장'하는 이야기로, 그들이 직접 쓴 개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은 보고서처럼 잘 정리된 글이라기보다는, 흐름에 따라 쓰인 일기 같기도 하고 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 모음집 같기도 하다. 프로그램 운영자의 입장에서 배경과 기획의도, 진행과정도 놓치지 않지만 그 와중에 느꼈던 감상과 감정들에도 솔직한 글이다. 더 나아갈 점들을 찾고 이번 프로그램을 찾아 성장한 점을 꼽아보기도 한다. 이 책은 차례부터 본문까지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라는 랑가나단 도서관학 5법칙이 절로 생각나게 했다.



내가 사랑하는 도서관은 책이 많은 곳이지만, 책만 있는 곳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사서를 비롯한 도서관 직원들은 도서관이 문제없이 굴러갈 수 있도록 하고,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올바른 방법으로 더 잘 이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마다 다른 사정과 다른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이들을 비롯한 도서관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잘 활용하고 즐길 수 있도록 애쓰는 이들이 있다. 도서관 프로그램도 그 일환의 예시라고 생각한다. 물론 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즐거운 곳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이 책의 내용처럼 이용자들의 참여와 도움 역시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더 도서관을 즐거운 곳으로 여기고 도서관과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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