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2 사계절 1318 문고 105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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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내용 중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 있음※


1권에 비해 다이나믹하고 빠른 전개에 숨을 죽여 읽어내렸다. 채령과 수남이 고비를 넘기고 변화를 맞을때마다 짜릿함과 짠한 마음들이 오갔다. 특히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수남의 성장과 깨달음에 함께 울먹였다. 강휘와 수남이 타지에서 조선의 현실과 독립에 대해 터놓는 솔직한 이야기(그들이 강력하고 간절한 독립군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의 조선을 살았던 젊은이로서 울분과 막연함을 느꼈다는 것 등)들도 와닿았다. 두사람이 서로로 인해 변해가는 과정(7살 무렵부터 마음을 이어온 수남의 경우 지고지순하다는 표현도 맞지만)이 훈훈하고 사랑스러웠다.

수남과 채령의 18살부터 25살까지는 인생의 격변기라 해도 손색없고, 수남에게 있어서는 황금기라 칭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그 시기가 끝나갈 무렵 책의 분량이 아주 조금 남았다는 것과 주 무대가 혼란기인 조선으로 돌아온 것에 일말의 불안을 느꼈다. 빠르게 읽어가면서 머리속에서는 계속 이런생각이 맴돌았다. 채령과 수남 둘 중 한 사람은 결국 혼자 남을 것이며, 일본의 항복과 조선의 해방, 한국전쟁과 그 사이의 많은 시간을 거쳐 현대까지의 이야기를 과연 이 적은 분량으로 풀어낼 수 있는걸까.


결국 이 이야기는 비극이었다. 전쟁을 거쳤던 그 시대의 불운한 삶이야 흔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수남에게 이입되어 읽어냈던 만큼 그녀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너무나 컸다. 채령은 독립 후 아버지의 재산을 복구시키고 대학교수 생활을 하는 등 과거이상의 부귀를 누리는 듯 했지만 역시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형만과 곽씨의 묘에 찾아가는 장면 이후로 채령의 이야기는 겉모습과 행보로만 이어질 뿐 수남에 비해 많은 것이 생략되어있다. 자신이 가장 큰 변화와 고난을 겪어야했던 미국에서의 생활을 수남에게 가장 찬란했던 미국에서의 생활로 덮어버리고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치밀하게 계획하고자 했다. 죽기 직전 다큐멘터리에 출현한 것도 친일 명단에 들어있는 아버지의 오명을 씻고싶다는 명목하에 행한 것이었다. 한평생 아가씨로 살아왔던 그녀로서 그 행동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며 타고난 기질이 발휘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행복했을까. 진심으로 자신의 삶에 덧칠된 수남의 삶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리라 믿었을까.


자신의 생밖에는 증거가 없다는 수남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같던 형만도, 사랑했던 강휘도, 나라가 해방된 후 함께 지내던 술이네와 끔찍한 경험을 겪어야 했던 분이도, 인생을 나눠가진 채령마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난후 뒤섞인 그녀들의 삶을 증명해줄 사람은 오직 한명 수남 본인뿐이었다. 수남은 마지막으로 채령의 조작된 삶을 되짚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강피디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마침 채령의 자서전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강피디는 수남의 이야기를 듣고 채령의 이야기가 아닌 수남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해방과 전쟁 후 벌써 60여년이 흘렀다. 친일파에 대한 형벌과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과 및 배상청구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한채 지지부진 아직까지 진행되고있다. 이책에서처럼 뒤섞이고 조작된 기록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후대로 갈수록 당시의 증거는 기록으로만 남아있게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록과 더불어 사람이 남아있다. 당사자가 사라지기 전에 해결해야 할일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전쟁과 식민지시대의 폐해를 주로 다루고자 한 책은 아니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을 주인공으로 둔 책으로 그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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