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따라쓰기 - 하루 10분 쓰면서 배우는
시사정보연구원 지음 / 시사패스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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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은 위에서 덮고있는데 그 빛이 검고, 땅은 아래에서 딛고 있는데 그 빛이 누렇다. 하늘과 땅 사이. 즉 이 세상은 매우 크고 넓어서 끝이 없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기울어진다. 별들은 모두 제자리가 있어서 하늘에 고루 펼쳐져 있다. (본문 중 8-9p)

2.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도 크다. 해와 달은 차고 기울며, 별과 별자리들은 벌려 있다. (본문 중 8-9p)

 

 

위에 있는 1번 글을 어디선가 읽어본 적이 있는가? 글로 읽지는 않았어도 미묘하게 익숙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모르겠다고? 그럼 그 밑에 글은 어떠신지? 그래도 모르겠다면 정답을 알려주는 수밖에.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이래도 이 글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다면 그 사람은 한자에 대해 철저하게 외면하고 살아오고자 했던 사람이거나 혹은 아직 한자를 접해보지 못한 미취학아동인걸로 알겠다. 딱히 한자공부를 하지는 않더라도 하늘천따지~ 로 시작하는 천자문을 우리는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고, 설사 그 기억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어찌됐건 그 이름만은 알고있다.

 

하지만 천자문이 1000개의 한자로 이루어져있고 하늘천이라는 한자로 시작된다는 것 말고는 천자문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무지한 편이다. 예전처럼 서당을 다니거나 입으로 한자를 달달 외우진 않더라도 온갖 자격증에 매달려 한자자격증에 덤벼드는 사람들은 참 많은 시대인데 왜 이토록 천자문에 관심이 없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천자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동시에 이 유익한 글이자 글자들을 통해 그네들의 한자공부 및 자격증취득에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 책이다. 알록달록한 표지와 분홍색 속지는 어쩌면 조금 어린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림수일지도 모르지만 내용만은 성인독자들을 스로잡기에도 충분할만큼 충실하다고 느꼈다.

 

 

 

 

 

페이지 구성을 보면 맨위에 (한자를 알고 있다면)눈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한줄로 8글자를 늘어놓았다. 사자성어마냥 딱딱하게 한자만을 놓은것이 아니라 예전에 시를 읊으며 덧붙였을 이음말들이 붙어있어 한자공부를 한 후 부드럽게 읽어보기에 좋게 생겼다. 그 바로 밑엔 짧막하게 요약한 한줄의 한글번역이 있고, 맨 밑에는 4자씩 한자를 묶어 보다 자세한 해석 및 설명을 덧붙였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마치 한자교본이나 펜글씨 책에 있을 것 같은 네모난 박스들이 있다. 위에서 제시한 한자들을 한글자씩 떨어뜨려 음과 뜻, 급수, 부수, 획수, 획순, 한자가 쓰인 단어와 뜻까지 제공한다. 직접 연습하며 써볼 수 있는 빈칸도 3칸있다. 가운데 부분만 보면 한자급수 시험을 위한 수험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른 것은 한자가 놓여진 순서가 천자문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사실 앞서 퀴즈를 내며 이 글을 시작했지만 천자문에 관심은 있으나 무지했던 일인으로써 이책을 통해 천자문이 하나의 시라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관심은 있다하나 공부해야할 대상으로 여겼던 천자문이 평소 그렇게나 즐겨읽던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다르게 보였다. 처음엔 이 책을 통해 교양한자를 공부할 생각이 먼저였는데 머리말을 읽고나니 딱딱한 공부보다 먼저 말랑한 문학작품으로(과연 말랑할지는 읽어봐야 알 문제이지만) 이 책을 먼저 읽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책의 맨 윗부분만을 먼저 읽었다. 한줄짜리 한자구와 한줄짜리 번역만을. 한자는 아는것도 모르는것도 섞여있어 모르는 한자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저 생김만을 보며 주로 한글로 이루어진 한줄의 의미를 새기며 읽어나갔다.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에 이해가 되는 것도 영 무슨말인지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두번째로 맨 밑에 있는 부분만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렸다. 처음보단 조금더 시간이 걸렸지만 훨씬 이해가 갔다. 한자가 박혀있는 있는 책을 읽는 것은 중학교때 한자교과서와 같은 구석은 있었지만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저 책을 읽듯이 읽어내렸더니 마음에 드는 문구도 생겼다. 그 다음엔 책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몇번을 다시 본 것 같다. 맨 윗줄에 쓰인 한자위에 훈음을 손글씨로 써보기도 하고, 모르는 한자를 박스안에 따라 써보기도 하고, 1급과 2급한자에만 따로 표시를 해보기도 했다. 처음엔 차례대로 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기승전결이 있는 다이나믹한 이야기는 아니며, 8자씩 떨어진 그 한줄의 문장 각각이 완성적인 글이 되기때문에 내용파악이 아니라 한자공부를 하기위해서라면 자기 나름대로 편한 방법을 찾아 이 책을 이용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이렇게 나름대로 고민하며 여러가지 방법을 여러번 이 책을 접하자 마음에 들었던 점이 제법 많다. 일단 외적인 면에서 실용성이 있고 읽는 목적에 따라서 읽는 방법을 내맘대로 고를수 있다.(책 제목에서 권하고 있듯 하루 십분씩 한두페이지를 느긋하게 읽고쓰며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는 앞서 이야기 한바가 많으니 생략하고, 내적인 면을 보면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는 책보다는 천자문 스스로 가지고 있는 매력에 가까운데 머리말과 책소개에도 밝혀놓았듯이 천자문은 "동양문명이 이룩한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천문, 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총 망라하고 있" 다. 전문지식이라고 할만큼 깊고 상세한 부분까지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간결하고 또렷하게 넓은 범위의 진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내용상 교훈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다. 인문학열풍으로 최근 더 자주 읽히고 사랑받는 동양철학서들에 스릴슬쩍 끼워놓아도 무방할것 같다.

 

 

어릴적 우리 집에는 작은 천자문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이 책처럼 8글자씩 모아 글로 풀어주는 않았지만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어 한자와 음뜻을 외울 수 있게한 책이었다. 초등학생 때쯤 그 그림을 보며 하늘천따지-하고 우렁차게 읽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한자를 소리내어 읽으면 특유의 음율감을 느끼며 한자에 관심을 가질 '거리'가 생겨난다. 천자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성도 그 거리 중에 하나가 된다고 생각한다. 자격증을 위해서가 아닌 조금은 낯선 인문교양서 혹은 고전문학서라고 생각하고 천자문을 처음 접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이러한 내 바람과 한자공부에 필요한 학습성을 두루 갖춘 책이다. 그만큼 다양한 유형의 독자층에게 사랑받을 책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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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ksk 2021-10-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이있는 리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