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온 랄프 로렌 보그 온 시리즈
캐틀린 베어드 머레이 지음, 이상미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이어도 랄프로렌의 이름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딱 그 정도의 사람이었다. 랄프로렌? 패션계쪽에서 유명한 이름아닌가- 하는 정도. 그의 내력이나 디자인 철학은 고사하고 국적이나 어디에서 주로 활동하는지, 어느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이너인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보그온 시리즈에서 맛보기로 보여준 몇장의 사진만으로도 이번에 출시된 4명의 디자이너(랄프 로렌/위베르 드 지방시/코코 샤넬/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중 가장 끌리는 사람을 꼽으라면 랄프로렌의 책이 보고 싶었다. 취향도 있었지만 모르는 만큼 호기심이 크게 일었다. 그리고 랜덤으로 도착하는 배송에서 운좋게도 랄프로렌의 책이 내 손에 떨어졌다!

 

 

 

 

랄프로렌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들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남성복과 여성복은 물론 인테리어 생활용품, 테일러링 슈트, 서부스타일, 이브닝웨어, 스포츠웨어, 승마복, 레드카펫 드레스까지 손대는 것마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 해온 그의 옷들은 모든 이를 위한 가장 미국스러운 옷'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해보인다. 그는 인간적으로도 옷에 있어서도 미국적인 관점을 잃지 않았다. 예를 들어 그는 미국인의 '개척자'적인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서부스타일의 컬렉션을 만들어냈고, 테일러링 슈트를 비롯한 정장 및 드레스를 만드는데에 있어서도 당시 미국인이 보기에 귀족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한다. 러시아인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나고자란 미국이란 나라를 스스로도 사랑하기에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칼라거펠트가 말했듯이 그는 언제나 브랜드를 변화시키는 사람인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옷의 장르에 확고한 핵심만은 잃지 않으며 새로이 발을 뻗어 꾸준하지만 늘 변화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분야와 스타일에도 그가 놓지 않은 핵심적인 키워드는 클래식우아함이라고 한다. 남성복과 여성복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들은 정장스타일인데 당시 미국인들이 보길에 우아하고 귀족적인 영국 런던의 스타일에서 여러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귀족적인 우아함은 그의 다양한 컬렉션 어디에서든 잊지 않고 다루어진다. 또 한편으로 그가 추구한 것은 편안함 혹은 자연스러움이었던 것 같다. 멋과 편리를 한꺼번에 포함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테지만 그는 특히 여성복과 스포츠웨어에서 이러한 부분에 강점을 둔(멋과 편안함을 두루 갖춘) 옷들을 탄생시켰다. 본문에 나온 비리텔라의 의견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비리텔라는 "로렌의 옷은 패션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여성을 위한 옷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성은 자신이 옷을 입는 주체여서 옷이 자신을 입어 버리게 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감이 넘쳐서 부자연스럽거나 가식적인지도 않고 지나치게 멋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비록 남성복을 모티프로 했지만 브랜드의 시작과 동시에 특유의 철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다." - 본문 중 44p

 

 

 

 

그가 폴로나 랄프로렌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낸 옷(혹은 콜렉션)들은 보그의 잡지촬영을 통해 그 멋스러운 사진들이 잔뜩 남아있다. 랄프로렌을 모르고 이 책의 글들을 읽지 않았다하더라도 책에 실린 몇장의 사진들을 주의깊게 보노라면 그 사진 혹은 사진속의 의상에 매혹당한 자신을 발견할 것 이다. 나 역시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아내 리키를 위해 만들었던 초기의 매니쉬한 스타일의 정장과 테일러링 스타일의 옷들이 특히나 멋져보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오래된 스타일임에도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듯 현대에도 통할 법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의 여성복은 키가 크고 가슴이 납작한, 주로 모델체형의 여성에게 주로 어울린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8-90년대 미국의 웰빙붐이후 자신의 몸을 가꾸는 것까지도 패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했던 만큼 그의 옷은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자신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되어진다. 패션계에서 50년이상 활동하고 여전히 그 세계를 주름잡는 한 브랜드수장의 이야기와 콜렉션을 책 한권으로 모두 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부분일지라 하더라도 패션계에서 혹은 일반 소비자들에게서 그의 옷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는 충분히 증명되어진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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