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 서로를 향해 여행을 떠나다
이흥규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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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대 손자와 70대 할머니의 유럽 여행기. 여행하는 동안의 하루하루를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에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자연스럽게 더해져 있다.  한 집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의 여행도 쉽지 않은데 시골에 따로 살고 계신 조모와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여행 도중에 서로의 속도나 방식이 맞지 않아 힘들었을 텐데 괜찮았을까? 할머니와 손자의 여행기라는 말만 들어도 머릿속에 질문들이 마구 떠올랐다. 부모님도 나도 나이가 들수록 여행의 스타일이 달라지고 서로 맞춰야 할 부분들이 많아지는 걸 느끼는데 할머니와 손자 사이의 갭은 얼마나 있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통해 본 그들의 여행은 역시나,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던 것 같다. ​​



내가 생각한 여행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동안 농사일, 밭일로 힘드셨을 할머니에게 휴식 같은 여행,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편한 여행을 선물해드리고 싶었는데.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엄마와 삼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우리 여행은 계획과 다르게 흘러갔지만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의 여행은 집으로 돌아올 때 성취감이 들었다면, 이번 여행은 여행이 끝날 때가 가까워올수록 더 머물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본문 중 103, 130p)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 감상을 말하자면, 두 사람은 생각보다 평범하고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온 것 같다. 휴식하고 구경하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서로 기대기도 하며 오랜 시간 함께 있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여행이 부럽다. 여행은 여러 가지 준비나 계획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단 떠나고 보는 강단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할머니의 고독을 엿보게 되어 충동적으로 제안한 여행이었지만, 할머니에게도 손주에게도 결코 잊지 못할 특별한 여행이 되었을 것 같다. 할머니와의 여행을 실행한 손자이자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팔팔한 20대 청년과 발맞춰 여행을 하려면 무척 피곤하셨겠지만, 책에 실린 사진 속 할머니는 무척 정정하고 젊어 보였고 표정들도 슬쩍 웃음 짓는 모습이 묘하게 설레고 신이 나 보였다. 가족들과 톡을 주고받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여기저기 자랑하시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여행 자랑인지 손자 자랑인지 모르겠지만)을 보면 사진 속 모습만큼이나 젊게 사시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가족들은 서로 닮기 마련인데 저자의 말처럼 그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무언가 더 특별한 구석이 있고, 그 시간은 그만큼 서로에게 어떤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두 사람의 여행을 보며 생각했다. 책 마지막에 할머니의 글이 더해진 것도 좋았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할머니의 자랑 컬렉션이 되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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