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공공도서관 지음, 배리 블리트 그림,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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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목적으로 도서관을 찾는다. 책을 빌리러, 공부하러, 컴퓨터나 프린트를 이용하러, 문화강좌를 들으러, 혹은 자판기나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등등. 하지만, 과거에 도서관 이용자들은 어땠을까? 초기 도서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장서의 수집 즉, 정보 수집의 기능이 강했다. 많은 정보가 모이고 공공 도서관이 운영되면서 일반대중인 이용자들은 다른 이유보다도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을 것이다. 그 정보는 책일 수도 있지만,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일 수도 있고,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상 공공자료에 대한 정보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냥 도서관 앞을 지나다 문득 떠올린 궁금한 것일지도. 이 책은 그렇게 다양한 이유로 이용자들이 도서관에 던진 질문들을 모은 책이다. 어떠한 이유로 필요한 정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전에 이용자들이 남기고 간 질문들, 즉 뉴욕공공도서관에서 개관이래 쭉 기록해둔 이용자들의 질문지 중 엉뚱하고 재미있는 과거의 질문들(주로 1940~80년대의 것들로 추정)에 현재의 사서들이 친절하고 유쾌한 답변을 달았다. 과거의 이 질문지를 남긴 이용자들은 원하던 대답을 들을 수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1895년 뉴욕공공도서관이 처음 문을 연 이래, 이곳의 사서들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질문 세례를 받아왔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 그리고 그 너머의 사람들은 지식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합니다. 100년이 넘도록 이 사람들이 답을 찾으러 오는 곳이 도서관입니다.

'들어가는 말' 중 7p

​작년에 읽은 책 중에 <그런 책은 없는데요...>라는 책이 생각났다. 서점을 찾은 손님들과 서점 직원의 엉뚱하고 재밌는 문답들을 실어놓은 책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에 오는 손님(이용자)들도 만만치 않을 텐데, 도서관 버전도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했는데 마침 올해 그 기대에 부응하듯 이 책<뉴욕공공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을 읽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주고받은 문답은 아니고 종이에 남겨둔 기록으로 얼마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단발적으로 주고받은 질문과 대답이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건 마찬가지다. 사실은 서점보다도 도서관에 더 애정이 깊고 '사서'라는 도서관 전문가들의 활약도 궁금했기에 이 책을 더 재미있고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참고로 도서관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모든 이용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데 책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사서에게 물어보세요'는 전 세계 도서관의 사서들이 협업해 온라인상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국립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국내 여러 참여도서관들이 협력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질문의 폭이 굉장히 넓어서 도서관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하나하나 필요한 답을 찾아낸 사서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가득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검색 기능과 방법 등도 훨씬 발전되었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수고가 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아직까지도 사서라는 직업이자 명칭을 낯설어하는 사람 역시 많다.)에 대해 느긋하게 책을 보고, 대출반납 업무를 주로 하며, 힘든 일은 그다지 없는 만사태평한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꿈같은 직업이라면 '사서는 고생을 사서 해서 사서다'라는 말이 있을 리가 없다. 난 대학생 때 약간의 로망을 가지고 공공도서관에서 기간제로 일해본 적이 있는데,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양해진 만큼 그 안에서의 업무도 정말 다양했다. 책을 직접 접하는 업무는 개인적으로 참 좋았지만 은근한 중노동을 필요로 했으며, 온갖 이용자들을 응대하는 대민업무는 가장 까다로웠다. 당시 내가 했던 업무는 주로 사서의 전문적인 업무라기보다 공공도서관으로서 제공하는 기초적인 업무들에 가까웠다. 하지만 도서관의 한 기능을 담당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내게 꽤 뜻깊은 경험이었다. 그 이후 난 예전에는 '도서관학'이라는 명칭이었던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말이 샌 김에, 책을 읽는데 얼마 전에 우연히 다시 보았던 도서관인 윤리선언의 항목들이 생각났다. 그 항목은 아래와 같다.  

1. 도서관인은 도서관 이용자의 신념, 성별, 연령, 장애, 인종, 사회적 지위 등을 이유로 그 이용을 차별하지 아니한다.

2. 도서관인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자신의 편견을 배제하고 정보 접근을 저해하는 일체의 검열에  반대한다.

(출처 :한국도서관협회, '도서관인 윤리선언' 중)

이를 보면 도서관인(=사서)는 어떠한 이용자가 얼마나 엉뚱한 질문을 던져도 차별하지 않고, 편견을 배제한 채 필요한 답을 내놓을 직업적 윤리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거다. 최근 사람들은 궁금하면 인터넷에 검색을 하곤 하지만, 이런 점에서 도서관 역시 참 친절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기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물론 이러한 점을 악용해서 도서관내 진상 이용자가 될 사람들은 없길 바란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사서들의 대답이 늘 딱딱하고 정석적인 것만은 또 아니다.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는 그 자료를 찾을 수 있을 법한 다른 정보원을 소개하기도 하고, 질문에서의 오타나 실수를 찾아낸 경우 올바른 질문을 유추하고 질문자가 무안하지 않게 유연하고 재치 있는 답변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간혹 질문에 대한 정상적인 답변 마지막에 덧붙이는 의견 겸 조크들은 은근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Q. 하와이 춤에서 골반 동작은 무슨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나요?(1944)

A. (중략) 하지만 궁극적으로 훌라의 온전한 의미를 글로 전달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훌라의 골반 동작을 글로 쓴다는 건 마치 건축을 노래로 전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

(본문 중 21p)







질문 하나당 짧으면 한 문장, 길어야 두 페이지 이내의 간결한 답변을 실어놓아서 싫증 내기도 전에 몽땅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다. 간간이 들어가 있는 삽화도 질문을 토대로 그려진 그림이라 책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해 그려져 있어 묘한 매력이 있었다. 특히 뉴욕공공도서관을 상징하는 사자상과 물음표를 던지는 새의 그림이 그려진 표지가 참 예쁘다. 도서관의 이용자로서 그리고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쩌면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어도 난 참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또 바라게 되는 건 국내 버전도 나올 법하지 않나... 하는 욕심ㅎㅎ 도서관에 대한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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