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되자! 내 생각 만드는 사회 그림책
요헨 틸 지음, 라이문트 프라이 그림, 이상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고정관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른지를, 짤막한 한 줄의 글과 극적이고 쾌활한 느낌의 그림들로 비교하며 보여주는 책이었다. 페이지 당 한 줄의 짧은 글과 한 장면의 그림이 있다. 글의 내용은 '여자는 이렇고 저렇다'하는 편견들을 담고 있고 그림은 정반대의 모습을 묘사한다. 예를 들어 '여자는 긴 머리를 좋아해요' 라는 글 위에는 짧게 머리를 자르며 만족스레 웃고 있는 그림이 그려있고 '얌전하게 행동하죠' 라는 글 위엔 크게 입을 벌리고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뀌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한눈에 글로 쓰인 내용을 그림으로 반박해주는 게 보여서 가볍게 읽기엔 그저 유쾌할 수도 있는 책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왜 이런 책을 읽어야 할까를 생각해보면, 그저 그림에 웃고 글에 비뚤어진 시선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아쉽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여자는 00을 좋아한다. 라는 글에 그런 여자도 있지만 아닌 여자도 있는 게 현실이라는 걸 누구나가 알고 있다. 00을 좋아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지만 그 사람이 여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00을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린아이들일수록 주변의 말에 쉽게 흔들리고 영향을 받는다. '여자라면 요리/정리정돈/분홍색/긴 머리 등등을 좋아해야지' 하고 주변 어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진짜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알 수 있게 깊이 생각해보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크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성향이나 특징이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생긴 것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여자답게' 또는 '남자답게' 라는 말에 괜히 주눅 들고 죄책감 느끼고 자신을 가두지 않길 바란다. 시리즈로 '남자가 되자'라는 책이 또 나와야 두 권의 책이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를 해낼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은 '내 생각 만드는 사회 그림책'이라는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간되었는데 책 자체에는 사용 연령을 4세 이상으로 표기해두었고, 인터넷서점 사이트들을 보니 주로 초등 저학년 혹은 초등 전 학년을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사회 그림책이라는 시리즈명 때문인지 실제로 독자의 연령대가 아주 낮지는 않겠다는 추측을 해보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보여주기는 조금 망설여진다. 글밥의 양이나 젠더 혹은 성에 대한 편견을 다루는 내용 자체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접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림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글과 반대되는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조금 과하거나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크게 마음에 걸리는 건 '여자는 겁쟁이예요. 용기가 없죠.' 라는 본문 위에 그려진 그림이다. 책 소개나 다른 분들의 서평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올라오는 이 그림이 나는 자꾸 마음에 걸렸다. 가볍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이들이 이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용기가 있고 없고를 조금 더 건전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행동을 아이들이 용기 있다고 해석하는 건 아닐까 괜한 걱정도 되고 자꾸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다 서평을 쓰기 전에 아이가 있는 친구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몇몇 그림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친구는 자신이 다소 보수적일 수도 있다고 덧붙이며 그림에 대한 선정성이나 적절성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딸을 둔 학부모로서 저학년 코너에 이 책이 있으면 학교에 건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최종 평을 내리자면, 주제와 책의 구성이 좋고 어린아이들이 접하기에도 충분한 책이지만 나이에 따라서는 더 깊은 내용을 끌어내거나 적절한 조언 및 해설을 해줄 어른이 꼭 함께 읽었으면 좋겠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어른들이 먼저 읽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변해야 아이들이 더 쉽게 변화할 수 있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