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만 쉬겠습니다 - 격무에 시달린 저승사자의 안식년 일기
브라이언 리아 지음, 전지운 옮김 / 책밥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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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년을 맞이한 저승사자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프롤로그처럼 작가의 글이 쓰여있다. 제목은 '쉬는 걸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이 글에서 작가는 아버지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것에 관한 책인지를 설명한다. 가로로 긴 모양의 책형과 본문을 미리 훑어봤을 때 보였던 단순한 듯 어지러이 인물을 겹쳐놓은 그림체, 그리고 이 글이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많이 높여주었다. 사실은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쉬어가는 템포의 책을 원해 집어 들었던 책인데, 예상보다 점점 호감이 높아지는 걸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느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난 이 책이 갖고 싶어졌고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아버지, 만약 과거로 간다면 서른 살의 아버지에게 어떤 충고를 하시겠어요?"

아버지는 주저 없이 단 두 마디를 하셨다. "적게 일해라"​ 

                                                - '쉬는 걸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중

이 책의 주인공은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라도 받고 싶어 할 만한 메일을 받게 된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병가, 휴가, 안식년을 모두 합해 1년 동안의 휴가를 선고받은 것이다. 매일 바쁘게 일해오던 저승사자는 이 같은 소식에도 멀뚱히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할 뿐 그리 기뻐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평소 자신의 특기대로 목록을 작성하고 그 안에 쓰인 걸 하나하나 해치우며 휴일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일기를 쓴다. 그의 일기가 바로 이 책의 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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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몸에 검정 후드를 뒤집어써 표정을 알 수 없지만, 인간들 사이에서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계절을 느끼고 일기를 쓰며 사색을 즐기기도 하는 등 일러스트 속 저승사자는 은근히 즐거워 보인다. 현대인들이 쉬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클 것 같지만 그를 포함해 지금 있는 자리가 위태로워지거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이 쉬는 동안 일하는 다른 이들이 발전하고 자신은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쉬는 것을 바라지만 막상 길게 쉬는 기간이 주어지면 기쁨과 동시에 막연한 불안감과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승사자도 그랬다. 문득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덮기 위해서인지 휴가 기간 동안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그로 인해 자신이 성장했는지를 고민하기도 한다. 굉장히 인간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에 매진하고 있던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일단 부럽다고 생각했을 테고, 자신의 휴가를 상상해봤을지도 모른다. 반면 지금 쉬고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저승사자의 1년처럼 길고 안락한 휴가를 얻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게 되려나...? 어찌 됐건 이 책의 내용은 몇몇의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면 실행하기 어려운 판타지에 가깝다. 하지만 그 판타지에 잠시 편승해 휴식 같은 독서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가로로 긴, 조금은 낯선 앨범 스타일의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저승사자의 휴가를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

 

어이~ 작은 친구들... 당신들 가끔씩 좀 쉬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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