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소심해요 ㅣ 철학하는 아이 12
엘로디 페로탱 지음, 박정연 옮김, 이정화 해설 / 이마주 / 2019년 1월
평점 :
누구나 소심하고 소극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소심하다'라는 표현은 대개 칭찬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곤 하며, 흔히 학교나 사회에서도 소심함과 반대되는 대범함이나 적극성 같은 성향을 권장하고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소심하다는 게 과연 나쁜 걸까?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의 그런 소심함의 원인을 찾거나 극복하고자 결심하기도 하지만 소심함은 '우연히 내 안으로 파고든 것 같'은 타고난 천성일지도 모르고, 극복하거나 없애야 할 병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제목부터 많이 공감했던 책. 화려한 색이 쓰이지도 않았고 그림도 간결하고 커다랗다. 글밥도 많지 않아 순식간에 읽어내린 이 그림책의 제목을 자꾸만 입에 되뇌게 된다. 책의 뒷면을 보니 시리즈명 옆에 작은 부제가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소심하다는 것도 다양한 성격의 한 종류이고, 그저 그 사람이 가진 성향이라는 걸 인정하고 내버려 두는 것. 글로 써보면 이렇게 간단명료한 사실인데 왜 실제에선 어려울까.
책 속의 주인공은 몸을 움츠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눈만 마주쳐도 얼굴을 붉히며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만다. 늘 자신만만하거나 큰 소리로 웃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해서 노래를 부르며 소심함을 극복해보려 하지만 결국 부끄러워 1절을 채 부르지도 못한다. 그저 부끄러워하는 거면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더 크게 말해봐, 똑바로 이야기해봐' 하며 압박을 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왜 그래야 하는데?' 하고 대신 반박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변에서 쉬이 긍정해주지 않는 부분을 스스로 먼저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모르는 타인들의 눈을 신경 쓰느라 소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나에게 가까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해주는 한마디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책의 주인공은 어느 날 그런 누군가의 한마디를 듣고 자기 자신의 소심함을 인정한다.

책에서 이야기해주는 소심함의 장점,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 깊이 생각하는 능력, 편안함을 주기에 함께하길 좋아'하게 만든다는 것.(본문 中) 이에 더불어 작가의 말을 남긴다. 만약 스스로가 소심해서 고민이라는 사람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소심함을 장점으로 바꿔 생각해보길 권한다. 책 속에서 내내 내리고 있던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바람을 맞으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 유쾌, 통쾌하다.
소심한 성격은 종종 타인에게 다가갈 때 장애물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상대는 종종 그 소심함에서 섬세함이나 배려심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이세요. 수줍어 빨개지는 얼굴도, 앞에 나서기 망설이는 모습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