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플라워 - ‘젤러바흐 상’을 수상한 티파니 터너의 특별한 선물
티파니 터너 지음, 정민정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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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꽃향기가 날것 같은 책 속의 아름다운 꽃들이 모두 페이퍼 플라워다. 조금 더 익숙한 말로 종이꽃. 자신은 식물학자가 아니며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었다는 그녀의 말이 마냥 부럽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애정이 듬뿍 담긴 (공예가로서의)일이자 취미생활의 기록이자 자랑이며, 페이퍼 플라워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교본이기도 하다.

<챕터 1 주름지, 꽃철사, 접착제>에서는 페이퍼 플라워를 만들기 앞서 기본 준비물부터 자신이 애용하는 기타 도구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한다. 그 후 <챕터 2. 꽃들>에서 자르기, 누르고 늘려주기, 부수기, 꼬아주기 등등 이름만 들어도 왠지 알 것 같은 기본적인 작업들부터 점점 전문적이고 난이도가 올라가는 작업들까지 순차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한다. 여러 가지 꽃들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도 자신이 가장 처음 시작했던 꽃이자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꽃부터 시작한다. 그녀의 첫 꽃은 '부겐빌레아'다. 부겐빌레아를 시작으로 다양한 꽃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단계별로 사진을 포함해 큰 책이 꽉 차도록 알찬 설명들이 쓰여 있어 읽는데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실제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글씨로만 읽고 있으려니 왠지 손이 근질거렸다. 각 챕터 뒤엔 본문에 실린 꽃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안들도 실려있다.

 

다소 생소했던 부겐빌레아를 지나 두 번째로 소개하고 있는 꽃은 카네이션이었는데 반가운 마음이 컸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처음으로 만든 종이꽃 하면 대부분 카네이션이지 않을까. 유치원 때 처음 배운 이후로 어버이날이면 꽃잎 끝이 뾰족한 카네이션을 제멋대로 만들어 부모님께 드렸던 기억이 났다. 올해는 그때보단 훨씬 나아진 실력으로 종이꽃 카네이션을 만들어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양한 꽃들을 뒤로하고 <챕터 3. 잎, 줄기, 꽃봉오리>는 꽃 외의 식물의 섬세한 부분들을 만드는 법도 알려준다. 저자는 잎 만들기에 앞서 '나는 여러분이 자연 속에서 식물의 구성을 관찰하며 페이퍼 플라워에 대한 공부를 하길 바란다. 이것이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라고 쓰고 있다.(본문 중 195p)

사실 내게는 꽃보다 더 익숙한 부분들이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나는 다양한 취미를 늘려갔는데, 그중 하나가 꽃이나 잎 등 식물의 부분을 말려 압화 책갈피를 만드는 것이었다. 꽃은 화사하고 색상이 아름다운 맛이 있지만 꽃의 구조상 두꺼워 눌려 말리기가 어려웠고, 색상이 변하는 것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 대신 내가 눈을 돌린 것이 꽃잎 하나, 꽃받침, 어린잎, 작은 꽃의 꽃봉오리 등이었다. 참고로 벚꽃의 꽃받침을 말리면 정말 앙증맞고 예쁘다. 단풍잎 등 잎사귀는 책갈피로 만들 땐 단골손님이었고 제비꽃 같은 작은 식물의 줄기와 잎 역시 통째로 눌러 말리면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 꽤 멋진 소재가 되었다. 종이꽃을 만들 때 실제 꽃을 많이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에 공감하며 살짝 칭찬받은 기분이 되어 우수한 학생이 되고 싶어졌다.

<챕터 4. 페이퍼 플라워 액세서리>는 말 그대로 종이꽃을 이용한 다양한 액세서리를 소개하고 만드는 법 역시 알려준다. 솜씨가 좋다면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액세서리들이 참 많았다. 마지막 <챕터 5. 대형 페이퍼 플라워>는 말 그대로 커다란 종이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영어를 그대로 읽으면 자이언트 페이퍼 플라워, 뭔가 커다란 건 알겠는데 명칭이 귀엽다. 내겐 그저 장식성이 좋은 커다란 꽃이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작가에겐 많은 생각과 추억과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작가의 글을 아래에 붙인다.

꽃은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그리고 그 감흥을 전파하게 만든다. (... 중략...) 특히 대형 페이퍼 플라워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끌어낸다. 나는 페이퍼 플라워 공예가로 활동하는 내내 이런 일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실제보다 큰 꽃들을 보며 사람들은 자신만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꽃과 대화를 나눈다. 이것은 진정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것이다.

(본문 중 243p)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림 같다'라는 표현을 한다. 실제 사람의 손으로 탄생한 예술은 자연의 어떤 경지를 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인데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서, 혹은 인간으로서 자신이 아는 최고의 경지를 비유하듯 무심코 그런 표현을 하고 마는 것이다. 또는 그 순간을 예술작품같이 그대로 박제하고픈 갈망을 담아 그리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꽃을 볼 때마다 그와 비슷한 감상을 하곤 한다. 생화가 가진 그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좋지만, 그 모습이 유지되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다. 그래서 프리저브드 플라워나 드라이플라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문적인 수준은 못되지만 실제로 그 작업을 어설프게 따라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남은 꽃의 잔해를 소유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으로 페이퍼 플라워라는 걸 알아버렸다. 실물은 아니지만 실물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가지고 그 지속성마저 길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라면 재료 또한 간단하고 실력은 제각각이겠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재료도 식물에 한없이 가까운 종이다. 생각할수록 페이퍼 플라워를 좋아할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아 헛웃음이 났다. 나에게 너무나 흥미로운 새로운 취미를 찾아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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