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 100장면

한국현대사 다이제스트 100 ㅣ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4
김은식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6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부터 2023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에는 많은 격변과 아픔, 우리 선조들의 희망과 아픔이 녹아 있다. 특히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을 기점으로 열리는 한국현대사는 지금 우리 사회의 긴밀하게 연결된 지점이 많은 만큼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현대사 다이제스트 100』은 제목처럼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100장면을 꼽아 한 권으로 정리한 책이다. 한국현대사는 가난과 독재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이루어진 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민주화 운동과 독재 정권이 몰락하는 몇몇 사건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현대사의 100장면을 살펴보는 만큼, 대표되는 사건들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또한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한국사의 큰 흐름을 위주로 공부했다면, 이 책을 통해 현대한국사라는 특정 시기에 주목하여, 마치 숲이 아닌 나무를 보는 듯한 학습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책 한 권에 많은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각 장면은 3~4바닥 정도의 크지 않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분량의 한계가 있지만,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게 현대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가난과 독재로부터 고통받던 아픔의 시대부터 경제 성장을 이룬 지금까지의 변화를 한 권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익한 책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벌어진 부정부패, 강요받은 희생을 주목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기억한다는 것 자체에도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중에게 역사를 전달하는 사람은 중요한 역할을 해냄과 동시에 부담감도 짊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다. 개인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여 역사를 일어난 사실대로 균형감 있게 전달해야 하는 그런 부담감 말이다. 저자는 지금까지도 해석의 여지가 다분하면서 갈등의 소재가 될 수도 있는 한국현대사를 최대한 균형감 있게 풀이한 것 같다. 그 노력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역사관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미래를 위해 우리는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많은 희생과 노력을 기억함으로써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끔. 그 과정에 이 책이 보탬이 될 것이다.

개와 산책하는 방법

개와 산책하는 방법 -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한 첫걸음
마크 베코프 지음, 장호연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23년 6월

이 책이 결코 개와 산책하는 방법만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와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소중한 관계를 맺는 반려견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적인 판단을 배제하여 그들을 면밀히 살펴 봐야함을 일러 준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동물을 탐구하려는 시민과학자의 열렬한 활동을 지지한다. 필자는 개 산책 공원에서 많은 반려견과 보호자를 봐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관찰은 반려견에게 우리가 가지는 궁금증을 해결할 만한 단초를 제공한다. 이러한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이처럼 일상에서의 관찰과 탐구로 우리 모두가 반려견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길 저자는 희망한다.

우리가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가 직접 그들이 되어볼 수 없기 때문에 계속된 연구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 때문에 반려견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우리가 가장 지양해야 할 것은 그들의 특성을 일반화하려는 태도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반려견들도 모두 다른 개성과 성격을 지니고, 이는 반려견 뿐만 아닌 모든 동물에게도 해당되는 사실이다. 너무도 당연한 듯하지만 우리는 때로 이 점을 종종 잊는 듯하다. 이 점을 유념하고 각 개체를 존중하고 진지하게 알아가려는 태도가 매우 중요함을 이 책은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반려견에 대해 가지는 여러 의문을 살펴 본다. 그렇다고 모든 질문에 저자가 명확히 답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동물은 고유한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의 예상과 판단을 쉽게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려면 꾸준히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고, 한 개체에게 발견된 특성이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단정하는 건 위험하는 것. 그들의 행동을 탐구할 때 인간의 규칙을 적용시키면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이를 기반으로 하여 필자는 반려견과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짖는 소리로 인한 소음을 없애기 위한 성대 제거 수술, 인간의 욕심으로 행하는 반려동물 성형 수술, 지배 관계를 확실히 정리한다는 이유로 이루어지는 학대. 이 모두 극단적이고 잔혹하지만, 실제 인간의 일방적인 판단과 욕심으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실제 상황들이다. 인간 중심적인 시선을 배제하고 그들의 행동에 주목함으로써 반려견과 반려자의 돈독한 관계가 이루어짐을 항상 유념해야 겠다.

원소란 무엇인가

원소란 무엇인가 - 모두가 알고 싶은
‘원소의 모든 것’ 편집실 지음, 김승훈 외 옮김 / 북스타(Bookstar) / 2023년 6월

어느날 우연히 들은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나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여러 과학 교양서를 접하며 물질, 더 나아가 세상의 구성 요소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 내게 가장 어렵고 모호한 것은 바로 '원자'와 '원소'의 차이였다. 둘 다 물질을 구성하는 존재라고 하고 글도 한 자만 달라 비슷한 것 같은데, 두 개념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답답했다.

하지만 여러 과학책들을 보면서 '원자'라는 단어는 물리적 성향이 강한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듯했고, '원소'는 화학 분야의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았다. 알고보니 원자는 알갱이, 입자에 방점을 두었고 원소는 종류에 방점을 둔 명칭이라고 한다. 한 알, 두 알로 세어지는 원자와는 달리 한 종류, 두 종류로 가늠할 수 있는 게 원소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질의 성격이나 성질이 어떤 원소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아닌가! 수학, 과학과 담 쌓은지 오래 된 내게 이 사실은 새삼 나를 흥분시켰다.

여기서 궁금증은 또 이어진다. 118종류 원소의 각 성격과 일상 속 물질들의 원소 조합(?)이 알고 싶어졌다. 이런 내 궁금증을 모두 해소해 준 책이 있으니, 바로 내가 지금 소개하려는 『원소란 무엇인가』이다. 표지에 보이는 '세계를 구성하는 성분이 종류와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글귀가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마치 사전처럼 118개 원소의 특징들을 1~2바닥 정도의 분량으로 간략히 요약하여 전달한다. 원소를 하나하나 살펴보기에 앞서 이 책의 초반부에서는 원소와 원자에 대한 소개, 원소의 탄생 과정, 주기율표와 주기율표의 해석 등의 내용을 가볍게 다룬다. 마치 본 운동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듯하다. 이어서 우리 주위에 있는 물질, 인체, 우주 등이 어떤 원소로 구성되었는지도 알려 준다. 각 원소의 설명에는 그 원소의 성질과 실제 응용 사례, 우리의 이해를 돕는 그림과 사진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118 종류의 원소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고 나니 물질을 바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문과적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만큼 글과 책, 문학과 철학을 너무 사랑한다. 때문에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기에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만 너무 치중하면서 수학, 과학의 매력을 향유하지 못하며 산다는 것에 아쉬움이 들곤 했다. 한 번뿐인 삶인 만큼 넓고 많은 걸 누리다 가고 싶다는 마음이 최근 들어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수학, 과학을 좀 더 탐구해보고자 한다. 그 여정의 첫 걸음으로 적합한 책이 바로 이런 책이 아닌가 싶다. 간략하고 다양한 시각 자료로 지루하지 않으면서, 핵심을 전달하는 이런 사전 형식의 책 말이다. 118 종류의 원소가 다양하게 조합되어 세상의 각기다른 만물을 이룬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롭다. 이런 흥미를 온전히 전달해 준 『원소란 무엇인가』. 원소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특별한 수학 수업!

선생님의 특별한 수학 수업 - 십 대들이 꼭 읽어야 할 수학에 담긴 인생 한 조각
김성우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3년 6월

수포자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수학은 꽤나 비중이 큰 과목이다. 더불어 과학 기술의 빠른 성장으로 점점 더 수학의 수요가 많아질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건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많은 학생들은 어떻게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수포자가 다시 수학을 공부하여 고득점을 받을 수 있을까, 수학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이며 수학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에 저자는 답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저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학창 시절 공부에 소홀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수학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다. 저자는 교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학생을 만났을 것이다. 필자는 그 과정에서 느낀 수포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수학 교육 방식의 문제점을 살펴 본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조차 느껴보지 못하고 입시 수학으로 공부의 흥미를 잃기 십상이 된 학생들. 교육계에 종사하며 많은 학생의 상황과 학습적인 어려움을 지켜봐온 저자가 언급하는 문제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더불어 지나친 선행학습과 암기식 공부이 아닌, 바람직한 수학 학습 방법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저자가 용인한국외대부속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만난 21명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엣 제자들의 이야기에는 단순히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효과적인 공부법만 담긴 게 아니다. '공부와 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숙고의 열매가 녹아 있다. 그들은 단순히 공부를 입시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써 몰두한 것이 아니었다. 공부에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를 부여하여 성적을 얻은 것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통찰과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성취, 여기에서 비롯한 용기. 너무나 귀중한 업적을 공부를 통해 생산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의 이야기에 눈에 띄는 유사점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님께서 학생의 뜻에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 공부에 대한 부담이나 압박을 주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 느끼고 결정할 수 있게끔 믿어주신 부모님이 계셨기에 더욱 자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던 학생들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수학 공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부여하는, 올바른 공부 방향을 알려 주는, 입시를 위한 수학이 아닌 진정 수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을 알려 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나또한 이 책으로 학습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한창 수학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 많은 학부모님들께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ㅣ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30권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의 서른 번 째 주인공은 바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서울대 공부법, 엉덩이 공부법을 소개한 신종호 교수님이다. 우리는 보통 '감정적이다'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한다. 이런 표현이 혹여나 '감정'이라는 개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에 필자는 이 책을 통해 '감정적'라는 말을 재정의한다.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는 '나는 왜 이렇게 감정적일까?'라며 근심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며 자연스러운 거라고 타일러 주는 따뜻한 책 같다.

근대에 이르러 과학이 크게 진보함에 따라, 근대 철학에서는 이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인간 이성의 위대함이 강조되던 시대에 '감정'은 열등한 것이라 치부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이성이 더 중요할까, 감정이 더 중요할까? 어쩌면 '감정'은 통제해야 할 대상일 뿐이며, 그대로 표출했다가는 사회적 낙인이 찍힐 것 같은 걱정의 대상인 된 듯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성과 감정의 중요성을 저울질하는 질문은 마치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의 질문처럼 가치 없는 질문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이성과 감정은 모두 우리 삶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특히 감정과 정서가 우리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선 필자는 감정과 정서의 개념을 명확히 정리하여 구분한다. 감정은 '어떤 대상에 개인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느낌 상태'를 뜻하고, 정서는 '특정 한경 자극에 의해 유발되어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기분 상태'를 말한다. 그간 나는 이 용어들의 구분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감정은 '정서'와 '기분'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아가며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자극을 받곤 한다. 우리는 살면서 필연적으로 정서를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서를 잘 조절하고 표현하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나 사회적 활동을 위해서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책에서는 이를 '정서 조절 능력'이라 칭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효과적으로 정서를 조절하는 방법과 우리가 지양해야 할 잘못된 정서 조절 방법을 알려 준다.

이 책에서 '집단 정서'를 다룬 3부가 특히 인상 깊다. 집단이 공유하는 정서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편견이나 차별 같은 부정적 정서가 집단 내에서 공유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부정적 결과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그 예로 히틀러의 선동으로 인한 제2차 세계대전,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 등이 있다. 그런데 특정 집단이나 대상에 대한 편견의 기저에는 불안이나 분노, 혐오나 공포 등의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서, 특히 집단 정서가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눈여겨 봐야 한다. 혹여 나는 편견을 가지며 누군가를 마음 속으로 배척하고 있진 않을까? 편견의 기반에는 부정적 정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유념하며 스스로를 점검하고 성찰할 수 있었다.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는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우리가 지향하는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책이다. 더불어 집단의 관점에서 정서를 살펴 보며 차별과 혐오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숙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고 여러 유익한 통찰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감정과 정서를 느끼는 한 사람으로서, 모두에게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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