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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통치자는 어떻게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가 ㅣ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정은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1월
평점 :
『군주론』하면 왠지 무자비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고전들 가운데 저자의 진의가 『군주론』만큼이나 심하게 왜곡된 것은 없을 거라고 한다. 책을 집필함으로써 마키아벨리가 전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그전에 우리는 『군주론』이 지닌 양가적 파급 효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인민을 탄압하고 핍박하며 이탈리아를 파시즘으로 몰고 간 '무솔리니'와 그에 저항하다가 '그람시', 이 두 사람은 대립적인 입장이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 특히 무솔리니처럼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이용한 사람들로 인해 군주론이 그토록 무자비하고 잔인한 인상을 풍기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서문에서 소개하는 마키아벨리는 '재치와 조롱에 다재다능한 작가'이자 진지함과 해학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었다. 내가 어렴풋이 떠올리던 마키아벨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무자비한 인상에 가려진 마키아벨리의 진심이 독자에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친숙하게 가닿길 희망한다. 뛰어난 재치를 지닌 자로 평가받는 그가 왜 자신의 저작에서 무자비한 군주의 모습을 그리 구체적으로 드러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키아벨리가 활동하던 당시의 피렌체는 통치자와 인민 모두가, 즉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부패되어 있었기에 희망이 없다고 마키아벨리는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무자비한 전사의 기질과 막강한 힘을 가진 군주가 등장하여 사회 전반적인 부패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주론』에서 군주가 지녀야 할 기질을 '무자비함'으로 표현한 것이다. 부패한 군주국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 상호 견제가 이루어지는 공화정에 이르려면, 군주는 이 방대한 목표를 실현시킬 만큼 강해야 했다.
피렌체 공화국일 때 공직을 맡았던 마키아벨리가 군주정으로 바뀌고 해직된 후 이 책을 메디치 가문에 바쳤다는 점에서 그가 공직에 대한 야망을 충족하려는, 태세 변환에 능한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야망보다는 조국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또한 그는 해직된 후 로마 '공화정'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며 소시민에 자유와 평등을 안겨 주는 '공화정'을 모색하고 염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소시민을 헤아리며 공화정을 염원하던 모습과 대비되게도 자신과 소시민은 위계나 존엄성에서 명백히 다름을 강조하며 그들을 폄하한다. 그의 이런 모습은 마치 엘리트주의를 연상케 하여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거나 이 책의 목적은 『군주론』에 담긴 마키아벨리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목표로 다각도에서 마키아벨리를 살피는데, 덕분에 나는 그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군주론』은 조국이 난관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모습을 갖추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가 고심한 결과물이다. 근대에 나타난 그의 결과물이 현재까지도 많이 이의 관심을 받으며 언급된다는 건, 그의 파격적인 사상이 불러온 추문의 영향도 있겠지만, 결국 많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고 공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야심에 의해 진의가 변질되어 버린 『군주론』에 담긴 마키아벨리의 진심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그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나또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군주론』을 제대로 읽어볼 생각이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으로 그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