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급 슈퍼 영웅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SF소설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가볍게 읽힐 것 같은 표지와는 다르게 그 속은 마치 어려운 수학공식을 나열한 것 마냥 어려웠다. 분명 내가 글자를 따라 눈을 움직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읽고 있는 게 맞는지 혹은 이 글이 나를 시험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멜랑꼴리한 느낌이었다. '인간 내면에 대한 진지한 탐구'라.. 글쎄, 인간 내면이 그리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렇게 수학적이기까지 할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자기 성찰, 인간 내면 뭐 이런 것들을 담고 있다는 이 책은 아마 텅 빈 사람이라면 잘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책에 대한 설명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주관이나 어떠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 사람이라면 머릿 속 작은 빈공간에 이 이야기를 담기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하려고 하는 말이 뚜렷하게 어떤 것인지 와닿지 않았다. 그저 생각나는, 생각하고 있던 단어들을 마구마구 뱉어논 느낌이랄까. 자신조차도 어떻게 나열해야 할지, 어떻게 정리해야 될지 몰라 마치 기관총으로 여기저기 쏘아놓은 듯한 정신없는 느낌이 들었다.

 

혹여 내가 너무 복잡한 지금 하필 이 책을 읽게 되어서 그런 건 아닌지 놓쳐버린 어떤 것이 있다면 발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 조차 딱히 무엇을 제대로 캐치하진 않은 듯 했다. 그냥 '좋았다'라는 말로 일관하는 리뷰를 보며 아 저사람들도 나만큼 책이 안 읽혔나 보다. 싶은 생각에 피식 웃음도 나왔다. 안타깝게도 서평 서적이긴 하지만 나는 '좋았다'라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 그만큼 기대했던 책이었기 때문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분명하게 캐치되지만 작가가 하려고 하는 말은 캐치되지 않는 공중에 단어들만 마구잡이로 분산되어 어지럽히는 책.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 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이상하지만 어쩐지 동질감이랄까, 알아듣기 힘든 책을 쓴 작가가 뭔가 나랑 비슷한 사람일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을 여러번 했지만 언젠가 찰스 유 라는 이름이 보이면 또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악평을 하게 되더라도.

 

 

 

 

p. 167 <사실주의>

 

어머니가 읽는다. "능숙한 자는 종종 이야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세부 사항을 포함시킨다. 그렇지만 너무 구체적인 사항까지 포함하면 이야기의 보편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머니가 내게 묻는다. "보편적이라는 게 뭐니? 이게 무슨 뜻이니?"

 

나는 뭔가가 보편적이라는 건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심장에 대한 진실이 보편적이라고 말한다. 내 말에 어머니는 마치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듯이 소리내어 웃는다.

 

"<사실주의>에는 명사와 형용사가 더 많구나. 수천 가지 꽃들은 어디에 있니? 건축적 특징의 설명과 용어는 어디에 있니? 내 코를 설명해보렴. 우리 집 뒤뜰에 있는 나무의 냄새를 설명해보렴. 추상 개념은 되도록 자제하고 말이야."

 

어머니는 말하길, 나는 계속해서 몇 가지 같은 단어를 반복해 쓴단다. 마치 내가 벽에 부딪쳐 있는 것 같단다. 그리고계속 그런단다. 어머니는 말하길, 내가 시간과 공간, 죽음, 의식, 기억, 위험, 세계, 우주에 집착한단다. 어머니가 내게 묻는다. 넌 그걸 다 아는 거니? 그게 거기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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