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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를 잡아라! -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웅진책마을
이윤 지음, 홍정선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5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618/pimg_7664341791023572.jpg)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동심의 한 때로 돌아간다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쫒던 어린시절~"로 시작되는 노래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면 아무도 그런 노래를 알지도 못하고 현실도 그렇지 못하다. 모두 다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공부도 하고 바쁜데~"다.
어쩌자고 세상은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쫒으며 놀아야 되는 아이들을 모두 피아노다 속셈이다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는 건 이젠 책에서나 찾아야 하는 것인지?
[도플갱어를 잡아라!]는 현실의 각박함에 짓눌린 아이들이 미쳐 발견하지 못했거나 숨겨 온 마음들이 나 아닌 다른 나로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 내용이다.
거울 속에 윌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산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나와 똑같은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도플갱어가 되어 나타난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한 번 쯤 나와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내 본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라는 조용한 충고로 읽힌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존재, 나의 진정한 모습과 용기를 내어 인사할 것을 당부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소중히 여기지 않아 잃어버렸던 어떤 부분들을 또 다른 내가 가져가 내 행세를 할지도 모르므로.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618/pimg_7664341791023573.jpg)
[지구 관찰자들]는 역발상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하늘을 쳐다보면서 달나라에는 누가 살고 있을지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던 오래된 당연한 동화적 의문들을 뒤집어 되려 달나라의 토끼가 우리를 감시하는 입장이 되어있다.
풍요롭고 푸르게 빛나던 달나라가 고성능 미시일을 쏴대는 선조 달토끼들의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되고 달나라에 떨어지는 운석을 빻아서 영양분을 보충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지구인에 대한 경고로 들렸다.
평회의 메세지를 전달해 주려는 토끼는 귀엽고 깜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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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꽃신] 이야기가 네 편의 동화 중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
세상이 변하고 과학이 발달해도 마음을 나눌 수있는 가족의 의미는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 않은 다는 걸 꽃신과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알 수 있다.
얘기를 하고 어디든 함께 다닐 수 있고 친구까지 되어주는 '반려상품' 신발.
모든것이 첨단화 된 세상에서 오래된 꽃신을 쓰다듬으며 회상에 젖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슬프지만, 미래의 우리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경고해 주는 것이어서 더 쓸쓸하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자식은 멀리 떨어져 있어 언제 만날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신발과 대화하며 의지하고 단짝이 되어 마음을 나누는 할아버지의 노년은 처량하다.
병이 든 할아버지가 꽃신을 신은 할머니를 추억하며 할머니께로 한 시라도 빨리 따라 가야겠다고 결심하는 마지막 장면은 마음이 찡해 온다.
모든 것이 풍성해지고 편리해졌지만 우리에게 마지막 까지 필요한 건 따뜻한 마음을 나눌 가족이고 좋았던 추억의 기억이라는 것을 할아버지가 옛이야기 하듯 우리에게 들려 주시는 것 같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618/pimg_7664341791023575.jpg)
[집으로 가는 아주 먼 길]은 아이들이 마음 둘 곳이 어디인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어른들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담긴이야기다.
거실에서 축구공으로 놀던 영도가 가보중의 가보 달 항아리를 깨고 나서 집을 나간 후의 이야기다.
엄마도 물론 화가 났지만, 무섭고 떨리는 영도의 마음을 잠깐만이라도 헤아려 보았다면 그렇게 윽박지르거나 큰 소리로 야단을 치지 못했을 것이다
보통의 엄마들이 (나도 예외일 수 없음이 부끄럽긴 하지만...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그 상황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추궁을 먼저하지 아이의 마음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기가 쉽지 않다. 녀석이 장난꾸러기라면 더더욱.
일단 이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영도는 무작정 집을 나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아이의 잘못이 아이보다 더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잘못한 일을 무서워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맞서 해결해 가야한 다는것을 영도를 통해 읽히게 한다.
네 편의 동화는 모두 결말이 열린 결말이라 아이도 읽고 나도 읽으면서 그 다음이 어떻게 되었을지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갖게된 것이 무엇보다 좋았고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내가 챙기지 않고 있는 나의 소중한 부분들을 도플갱어가 몽땅 가져가 우리집에 나타난다면 엄마는 어떻게 나를 알아 볼 것이며
그럴 때를 대비해서 암호를 만들어 놔야겠다는 얘기와 할아지의 꽃신처럼 엄마에게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 있냐?는 물음에 웃다가 마음이 따뜻해지다가 했다.
동화의 배경이 미래여서 지금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이겠거니 싶다가도 미래에도 아이들은 있을 것이고 아이들이 자라가면서 하는 생각이 비슷할 거라 가정하면 이건 지금 아이들에게도 낯선 이야기는 아니지싶었다.
아이들의 삶도 어른 만큼이나 피곤하고 녹록치 않음을 읽은 것 같다.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쫒으며 커 온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이 동화를 통해 느꼈다면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