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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평점 :
퍼벅, 퍽. . . 퍼벅, 퍽, 이게 뭐지?
계속 얻어 맞은 느낌이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당혹스럽다.
분명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는 달랐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고 계속해서 양질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경우, 뒤로 가며 경쾌하게 전망이 열리며 분명한 주제 의식이 돋보였다. 덕분에 과도한 수사와 말장난 그리고 이상하게 설득력있는 특유의 입담까지-이제는 박민규식 글쓰기의 전형이 된- 그럴싸했다. 아니 빛나 보였다. 하지만 「핑퐁」은 과도한 실험만 남은 듯 맥주 거품처럼 허망했다.
잔존하는 인류의 운명이 걸린 탁구 한 판에, 따당하는 찌질한, 모두가 <깜박>한 중학생 두 명. 또 그 상대는 스키너의 상자로 강화받은 인류의 대표, 쥐와 새. 끝없는 랠리의 마지막은 어이없는 쥐와 새의 과로사. 그리고 인류의 언리스톨. 과연 박민규답다. 이 정도의 소품이라면 차라리 출판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마음마저 들었다. 그만큼 실망이 컸다. 물론 박민규가 내 이해력 수준에 맞춰 글을 쓸 필요가 없고, 또 없는 것처럼, 나 역시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정신 세계를 이해할 필요도 없고, 이해 할 수도 없다. 어차피 잘나가는 작가의 여러 작품 중 그저 그런 조금 못한 작품으로 남을 뿐이다, 라고 말하면, 그런가, 하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무는 박민규 씨의 표정이 보일 듯 하다.
그건 그렇고, 난해한 플롯을 따라가기 어려우면서도 주인공 '못'이 당하는 괴롭힘 만큼은 굉장히 리얼하게 다가왔다. 왜 그럴까? 소설 속 유일한 서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 경험과 맞닿은 지점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서평이 복수하는 심정으로 난해하길 바랬는데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순전히 박민규에 대한 애정 탓으로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