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모래땅 위에 손톱만한 망대와 여자, 남자 그리고 작은 1/8mm의 모래 알갱이로 마치 샤갈의 몽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그림을 그린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구성과 설정이 매력적이다.



「뭡니까, 그 기댈 언덕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없는 것을 말입니다,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하는 환상 교육이죠…… 그래서, 모래가 고체면서도 유채역학적인 성질을 다분히 갖고 있다는 점에 아주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상대방은 당황하여, 홀쭉한 새우등을 더욱 앞으로 구부린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열린 채이다. 딱히 경원하는눈치는 없다. 누군가 그를 뫼비우스의 띠 같다고 평한 적이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한번 비튼 종이 테이프의 양끝을 둥그렇게 붙인 것으로, 안과 밖이 없는 공간을 뜻한다.
교조 활동과 사생활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는정도의 뜻으로 한 말일까.  - P96

남자도 귀틀에 꼼짝않고 웅크리고 앉아 있다. 침을 짜내서, 삼킨다. 몇 번이나 그러다 보니 침이 풀처럼 끈적거리면서 목구멍에 엉겨 붙는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몸이 지쳐 의식이 물에 젖은 종이 같다. 비쳐보면 풍경이, 탁하고드문드문한 선이 되어 떠오른다. 마치 숨은그림찾기 풍경같다. 여자가 있고… 모래가 있고… 텅 빈 물항아리가있고…… 침 흘리는 이리가 있고…… 태양이 있다. ……그리고, 그가 모르는 어딘가에는 열대성 저기압도 있고, 틀림없이 불연속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미지수투성이 방정식을 어디서부터 손대면 좋단 말인가?
- P121


밤 사이에 빨아들인 습기를 대기에 수증기로 다시 뿜어내는 모래……. 빛의 굴절 탓에 젖은 아스팔트처럼 빛나기…시작한다………. 하나 그 정체는 질냄비에다 볶은 밀가루보다 더 바짝 마른, 순수한 1/8mm에 지나지 않는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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