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3권이다.
웨이팅 타임을 이용해 읽는 거지만 내게도 영향을 미치는지 정감있는 갱상도 사투리가 아이들과 대화속에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다. 토지의 어느 등장인물마냥...

내 소원이라면,"
"……."
"그렇소, 내 소원이라면 나를 종으로 부려먹은 바로 그 연놈들을 종으로 내가 부려먹고 싶다는 그거요. 하지만 그렇게야 안 되겄지요."
평산은 덜미를 잡힌 것 같았다. 사냥꾼은 자기이며 매는 귀녀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줄은 귀녀가 쥐고 있고 자기는 재줄 부리는 곰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 토지 2, 박경리 지음 > 중에서
그곳은 천 길 낭떠러지다. 외나무다리는 운명인 것이다. 불안과 의혹과 공포가 짙어지면 질수록, 가위에 눌린 것처럼 쫓긴다고 생각하는 중에서도 다리 저 켠은 여전히 황홀하고 눈이 부신 황금의 세계다.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할지 그만두어야 할지. - < 토지 2, 박경리 지음 > 중에서
어리석은 짓, 죄악의 씨라면 어떠냐? 내 계집을 채간 간부(姦夫)만으로 죄목은 충분하거늘, 그놈의 핏줄을 밝혀 어쩌겠다는 게지? 핏줄, 핏줄? 핏줄이라고? 무슨 핏줄! 누구의 핏줄!’ -
날이 새고 햇빛이 저 석류나무를 비춰도 소인이야 어디 갈 곳 있습니까? 이렇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억겁이 가도 소인은 이렇게 꼼짝없이 불사신 아닙니까. 강철로써도 끊을 수 없고 초열지옥의 화염으로써도 태울 수 없고 한빙(寒氷)으로써도 얼어붙게 할 수 없는 영원불멸이오. 아시겠습니까. 소인은 시각이요 세월이외다. 아시겠습니까?’
‘알다마다, 알다마다! 자넨 세월일세. 자네는 불사신이라 했것다? 옳아. 헌데 나는 지금 자넬 잡아먹고 있지 않느냐? 일각일각을 잡아먹고 있단 말일세. 자넨 나를 잡아먹고 있다 하겠지? 우리 그러지 말구, 자네는 자네대로 나는 나대로 숨을 쉬지 않겠느냐? 따로따로, 자넨 자네, 나는 나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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