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엄마의 고함, 아빠의 술주정, 낡은 부엌살림,
선짓국 끓이는 냄새, 화장실에 가는 것.........,
담 없는 이 집에선 숨길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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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하던 가게는 머리핀,양말,양산, 표구까지 온갖것들이 많았다.
명절이면 너무 바빠서 어린 우리도 나가 일손을 도와야했다.
양말포장을 한다던가 새로 찾는 물건을 안쪽에서 내준다던가.
그시절 엄마에게 시끌벅적하던 가게골목은 다양한 인생들을 보는 장이자, 고단한 일상사이기도 했을것이다.
지나고보니 지금 나보다 어렸을 엄마의 그무렵에 맘이 짠하다.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 그 어느때로 되돌아갈때가 있는데
이 소설이 내게 그랬다.
분명 앞쪽에 문학동네 청소년.이라고 되어있는데 근래 읽은 어느소설보다 내 어린시절에 근접해서 그랬는지.
마수걸이라는 말이나, 엄마 심부름으로 선지가 가득든 들통을 들고가는 수원이 마음이나.
나는 그말이 부연설명없어도 꿀떡꿀떡 잘 넘어갔다.
똑같이 소,돼지의 부산물을 가져다먹지만 서로의 형편이 다른거처럼
친한이웃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영영 나와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카시아 가지처럼 양갈래로 쭉쭉 뻣어가는 수원이가 나는 꼭 어린시절 나 같았다.
그래서 그 아이가 그곳에서 잘 여물어 커갔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고개를 들어 먼곳을 보았다.
내 눈속에 엄마가 장사하던 가게앞길이,
그시절 우리와 엄마아빠가 문득문득 떠올라서
마음에 자꾸 아지렁이가 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