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메메드 - 상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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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십년 전 학원 세계문학 전집으로 간행되었던 <메메드>가 다시 나왔네요. 흔히들 `빨치산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고 하죠. 재간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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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아르센 뤼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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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니아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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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SF 그리고 신화 

 상당수의 SF/판타지 거장들은 신화와 관련된 작품들을 쓰곤 한다. 러브크래프트의<크툴루 신화>같은 창작 신화는 물론이거니와, 닐 게이먼은 <신들의 전쟁>이라는 작품에서 주인공 캐릭터를 신화에서 따오기도 하였다. 신화를 역사소설로 해석한 버나드 콘웰의 <아서왕 연대기>같은 작품도 존재한다. 

 건국 신화가 없는 미국에서 <스타워즈>나 '슈퍼 히어로물'이 일종의 대체신화로 기능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는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의식을 대변하는, 그리고 반영하는 신화를 필요로 한다. 미국에서 sf 장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들의 역사 속에 내재되어있는 '제국주의'를 지적하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신화, 그 중에서도 '미지'의 이야기라는 점을 그들이 필요로 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지프 캠벨이 지적한 신화의 구조를 <스타워즈>가 그대로 따랐던 것처럼, 실제로 많은 판타지 소설들은 신화의 구조를 따른다. 이쯤 되면 판타지/SF 작가들에게 신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신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주목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특히나 미국의 경우에서처럼, '신화'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왜 신화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무엇이 소설에 신화성을 부여하는가? 그리고 신화의 어떤 점이 소설가로 하여금 보강을 하게 만드는 것인가? 

 소외된 신화에 권력을 부여하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에서 로마의 건국자 아이네아스의 부인으로 등장하는 라비니아는 그 비중이 한없이 작기 그지 없다. 많이 봐준다고 해도 거의 이름만 언급되는 수준에 그치는 라비니아는 서사시 속에서 캐릭터성은 물론이거니와 서사도 획득하지 못한다. 라비니아는 왜 서사에서 소외된 인물인가? 아무래도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아스>를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점때문에 라비니아는 그저 이름만 언급되고 마는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르귄은 이렇게 소외된 신화에 권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할 권력을 준다. 그렇게 르귄은 신화를 완결해 나간다. 신화를 쓰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초창기의 신화는 구전되고, 구전되어 언젠가 기록되었을 것이며, 어느 순간 성장하는 것을 멈추었을 것이다. 하지만 르귄은 이에 저항하여 결국은 자신 만의 방식으로 <아이네아스>의 한 구석을 완결해낸다. 

 신화를 쓰는 사람들. 

 신화라는 것은 묘한 구석이 있다. 어느 순간 소설(서사시)이었을 <아이네아스>는 어느 순간 신화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시인이었던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신곡>에서 신화성을 부여받는다. 르귄은 <라비니아>에서 고뇌하는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그 역시 신화의 일부로서 사용한다. 일종의 메타 텍스트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시인과 시의 관계, 소설과 소설의 관계에 대해서도 탐구하는 것이다. 그녀는 독자에게 도대체 어떤 것이 신화이며, 어떤 것이 신화를 토대로 한 소설인지 그 경계를 묻는 듯 하다. 이제는 자신 역시 신화 속에 포함된 인물이라고 웃고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여러가지로 생각해볼만한 의미들이 맣은 책이다. 서사적인 수준에서도 재밌는 작품이며, 아이네아스를 읽기가 버겁다면 이 작품으로 로마의 건국신화를 습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르귄의 작품 답게 사색도 많은 작품이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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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폴리앵에 지다 매그레 시리즈 3
조르주 심농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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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시작이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첫 챕터의 제목부터 <매그레 반장의 범죄>이다. 제목부터 벌써 흥미를 끈다. 역시나 도입부는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시작한다.

 매그레는 우연찮게 후줄그레한 차림새의 남자가 3만 프랑이라는 거금을 지니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혹시나 국제 범죄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매그레는 그 남자의 뒤를 쫓는다. 남자는 싸구려 가방을 애지중지 하고 있는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매그레는 그와 똑같은 가방을 구입해서 바꿔치기한다.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것은 낡디낡은 양복 뿐이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남자는 자살한다. 정황상으로 볼 때 남자가 자살을 한 이유는 바꿔치기 당한 가방 때문이다...




 매그레는 범죄를 밝히기 위해 가방을 바꿔치기 하지만 도리어 그것이 한 남자를 자살에 몰게된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제시되면서 극은 시작된다. 심농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제일 처음에 배치함으로써, 충격과 호기심을 동시에 환기한다. 

 심농은 매그레가 자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원인에 불과한 것인지 굉장히 모호한 상황을 제시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아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매그레가 자살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훌륭한 상황을 제시한 것 치고는 꽤 아쉬운 부분이다. 이것은 아마도 매그레 시리즈가 지니고 있는 서술 상의 특징(단순한 묘사와 감정 묘사를 최대한 배제한) 때문일 것이다. 




 어쨌건, 매그레는 루이 죄네라는 자살한 남자의 뒤를 캔다. 명백한 자살을 조사할 것이 무엇이 있나 싶긴 하지만, 이는 매그레가 느끼는 일말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여기서 심농이 제시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1. 남자는 왜 자살을 했는가?

 2. 남자가 헌 양복 때문에 자살 한 것이라면, 헌 양복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대체 루이 죄네는 어떤 사람이었나?" 그리고 매그레는 서서히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앞의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사건 전개가 굉장히 훌륭하다. 매그레에게 호의를 배풀던 사람은 갑작스럽게 그를 공격하기 시작하고 안하무인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매그레는 수사를 계속해서 방해받는다. 루이 죄네의 집에서는 불에 탄 지폐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심농은 플롯이 진행되면서 계속해서 특별한 상황들을 제시한다. 플롯의 최소 단위 속에서도 심농은 계속해서 작은 질문을 던진다. 심농의 작품이 훌륭한 이유는 이런 작은 상황들에서 제시된 최소 단위의 질문들 까지도, 하나의 대답이 모두 포괄한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심농의 장기는 그대로 발휘된다.




 결말부에서 밝혀지는 내막 또한 매력적이다. 심상치 않을 것 같았던 '자살'에서 시작된 수사는 10년 전의 살인사건을 밝혀내면서 끝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운명적인 플롯이 이 작품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매그레의 '범죄'가 결국에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였던 것처럼 극은 마무리 된다. 도저히 30년대 추리 소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비극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심농이 현대에 와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다른 추리 소설가들이 트릭에 관심을 쏟고 있었을 때, 심농은 드라마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는 것 말이다.




 다소 아쉬운 점이 남지만(죄책감에 관련된 플롯), 그보다는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아마도 도입부가 가장 좋은 매그레 시리즈를 꼽는다면 이 작품이 상위권에 위치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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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 씨, 홀로 죽다 매그레 시리즈 2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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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매그레 시리즈의 2편. 두권을 연달아 읽고나니(그러니까 지금까지 총 여섯 권을 읽은 셈인데.) 이 시리즈가 다른 고전 추리 소설들에 비해서 뭐가 재밌는 것인지 확실하게 보인다. 서사의 속도가 당시의 추리소설과는 비교도 안되게 빠르다는 것. 매그레 시리즈의 분량은 200페이지 내외로 짧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아가사 크리스티나 존 딕슨 카와 비교하면 서사의 양이 많다. 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실 해밋과 같은 하드보일드 소설들의 속도에 비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느린 편이지만, 그만큼 플롯이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서사의 속도와 관련이 있는 것은 당연히 '묘사'인데, 매그레 시리즈를 보면 아주 단순한 묘사에 깜짝 놀랄 것이다. 이것은 비단 풍경에 그치지 않는다. 캐릭터의 묘사 역시도 굉장히 단순하다. 매그레 시리즈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기를 끄는 것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희한한 일이다. 사실 매그레 시리즈에서는 주인공과 관련된 이슈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고작해봐야 독자들이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100킬로 그램이 넘는 거구이고 술과 담배를 사랑하는 남자라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들, 그러니까 매그레의 인생역정이라던가 아니면 연애 이야기같은 잡설들은 존재하지 않는다.(서브 플롯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의 분석력과 통찰력, 그리고 그 저변에 깔려있는 휴머니즘일 것이다.  

 매그레 시리즈의 플롯은 보면, 항상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시작한다. 질문은 대게 꽤 복잡해 보이는 난제이다. <타인의 목>에서는 매그레와 판사가 사형수의 탈옥을 방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편인 <수상한 라트비아인>에서는 피에트르라는 라트비아인이 열차 안에서 살해되는데, 매그레는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역사에서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이 시리즈는 초반에 이런 식의 후킹을 제공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그에 비해 <갈레 씨, 홀로 죽다>의 경우, 제공되는 질문이 그렇게 강력한 편은 아니다. 단순히 에밀 갈레라는 남성이 죽었고, 그의 죽음의 원인을 쫓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니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들에 비해서 호기심의 유발도가 가장 적은 편이다. 심농은 이 평범한 상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런 서술을 한다.  

 거리에서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도 그 모습이 좀처럼 잊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매그레가 에밀 갈레에게서 본 것은 다만 사진 한 장, 반쪽만 남은 얼굴, 그리고 창백한 몸뚱이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진은 그의 머릿속에 너무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매그레는 바로 이 사진 속의 인물을 되살려 보려고까지 하고 있었다. p28~29  

 매그레는 죽은 갈레씨의 모습에서 다른 시신들과는 다른 어떤 느낌을 감지한 것이다. 사실, 이런 방식은 플롯에서 제공되는 특별함에 비하면 얕은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 따라서 나는 이 작품이 내가 읽은 다른 심농의 작품들에 비하면 떨어질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플롯이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질문은 확장되어 간다. '에밀 갈레는 왜 직업을 버리고 왕당파의 이름을 빌려서 사기를 쳐왔는가?", "그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우편물을 주고받던 자코브라는 남자는 누구인가?" "7미터의 거리에서 총을 쏜 남자는 누구인가?" 같은 질문들이 계속해서 연속되는 것이다. 즉, 추리 소설에서 던지는 장르적인 지점의 질문(총을 쏜 남자는 누구이며 그 방법은 무엇인가?)과 문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질문들(전자 두가지.)이 제시되면서 부터 사건은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어서 진행된다.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잇고 살이 붙어가며 점점 질문은 난제가 되어간다. 즉, 단순히 어려운 질문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질문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해답을 찾아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그레는 결론에 점점 다가가기 시작한다.  

 매그레는 갈레의 죽음이 여러가지 상황에서 기인한 문제로 인한 자살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총을 쏜 것은 타살로 보이기 위해 위장한 트릭이었으며, 가슴에 칼을 꽂은 사람 역시 갈레 씨 본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다소 본격추리적인 트릭인데, 심농은 이 재미있는 트릭을 그 자체로만 소비되지 않게 한다. 즉, 트릭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혼징 살인사건>과 비교하면 재미있는 점이다. 이 두 작품은 '자살을 타살로 위장하는 트릭'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후자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오락적 소비를 위한 트릭(게다가 개연성도 없는!)에서 그친다면 <갈레 씨, 홀로 죽다>는 트릭에 의미를 부여한다. 트릭의 개연성과 더불어 문학적인 지점에서의 의미까지 확실하게 트릭에서 구축한다. 또한 본격추리적인 트릭키한 반전 이외에도 플롯에서 환기되는 반전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교환 신분이다.  

 사실, 이 작품이 좋은 것은 단순히 빠른 전개와 좋은 트릭 때문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확실한 의미를 구축해낸다. 매그레는 이렇게 말한다.  

 "생틸레르 씨, 당신이 '놀랍다'고 말했던가? ...그렇고, 이건 정말이지 놀라운 거요! 여기에 범죄가 없다니!... 여기에 살인범도 없고, 죄인도 없다니! 감옥에 쳐넣어야 할 놈이 하나도 없다니... 아니, 처넣어야 할 사람이 딱 하나 있었겠지. 현명하게도 그 알량한 법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생파르조 공동묘지의 '너무 비싸지도 않으면서도 품위 있는 묘석 밑에' 죽어 누워 있는 그 자삼은 감옥에 갇혔겠지..." p 245  

 비록 에밀 갈레가 자살을 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를 죽음으로 내몬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에 매그레는 좌절한다. 외려 고통스럽게 죽은 평범한 사기꾼 에밀 갈레야 말로 범죄자라는 사실에 그는 좌절한다. 즉, 법이란 도덕이 아님을 그는 깨달으면서 씁쓸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리고 매그레는 자신이 알아낸 이 사실을 서에 보고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고민을 한다. 즉, 직업(보고를 해야한다는 것.)과 인간(보고를 하지 않고 사실을 묻어두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것이다. 직업 자체가 인간이 되어버린 매그레에게는 꽤나 어려운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후자에 손을 들어준다. 그렇게 하는 편이 인간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열린책들의 매그레 시리즈의 캐치 프레이즈가 '메그레, 삶을 수사하다.'이다. 내 생각에는 이만큼 그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 (또 모르지, 다른 작품으로 이만큼 놀라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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